밖에서 들어오는 빛이 거의 닿지 않자, 호기심과 공포심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지금이라도 돌아 내려가서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커졌다.
















...빠지직...빠지직...빠지직...
















기분탓인지 소리가 점점 커지는것 같았다.


소리와 함께 바닥을 밟는 감촉이 꼭 수천마리의 벌레를 밟으면서 걸어나가고 있는 기분도 들었다.


어둠에 어느정도 눈이 적응이 되었지만, 바닥은 새카맣게 보일뿐이었지만 별달리 움직이는것도 없었기 때문에, 그냥 썩은 나무가 맞는것 같았다.









깜깜하고 좁은 폐쇄공간으로 발을 옮겨야 한다는 사실이 알수없는 공포심을 낳았고, 나는 몇 번이나 뒤를 돌아보며 현실감을 놓치지 않으려고 기를 쓰고 있었다.


계단을 거의 다 올라온 지금은 역광과 함께 둘의 모습은 흐릿하게 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치켜들고있는 엄지손가락은 확실히 보였다.







내가 내 딛은 한발짝들이 모여서 드디어 계단의 끝까지 올라오게 되었고, 1미터도 조금 더 되는 복도가 보임과 동시에, 강렬한 악취가 코를 찔렀다.






"윽!!"



방금 전 B와 꼭같은 반응을 하였다.






썩은 음식물 쓰레기와 하수도의 냄새가 섞인듯한 냄새.


구역질이 넘어오는걸 간신히 참으며 눈을 가늘게 뜨고 앞을 보았다.







그때 보인건, 나와 1미터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어두워서인지 더 멀리 있는것 처럼 보였던, 복도의 끝 구석에 쌓여있는 '밥' 이었다.








그리고 그 썩은 밥의 표면은 비록 어둠속 이었지만, 그 표면위에 꾸물거리는 수많은 점들을 돋보이게 하는데는 충분한 흰색이었다.





  



자세히 보이지 않아서 정확히 어떤 벌레인줄은 모르겠지만, 아무튼 수 백마리의 벌레에 기겁하면서 무의식중에 그것에서 눈을 피했고, 어둠에 완전히 익숙해져버린 내 눈에 계단 끝에 보였던 문을 보았다.








밑에서는 문의 위쪽 밖에 보이지 않아서 몰랐지만, 이 문은, 문의 중간부분에 벽까지 이어지는 판자를 여러장 댄 다음에 그 위에 못을 박아서 열지 못하게 해 놓았고, 그 위에는 셀수도 없을만큼 많은 부적이 붙어 있었다.


그 위에 가는 실을 못에 걸어서 거미줄처럼 쳐 놓은것도 보였다.







나는 그때 태어나서 처음 부적 이라는것을 보았다.


그래서 그것이 백프로 부적이라고는 못 하겠지만, 그렇다고 스티커를 수십장이나 붙여놓았을 리도 없지 않은가?








어디서 어떻게 보아도, '무언가를 가둬두었습니다.' 라는 분위기였다.









나는 내가 저지른 일이 잘못된 일인것을 깨달았다.


이미 악취따위는 신경도 쓰이지 않았다.









돌아가자. 아니, 도망가자.









그렇게 생각하면서, 좁은 복도에서 뒤로 돌았다.




























박박박박박박박박박박박박박박박박박


  
























내가 뒤로 돌자마자, 문의 저편에서 무엇인가를 긁어내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동시에















후욱...후욱...............후...후...후욱...







  







불규칙적인 호흡소리도 들렸다.




나는 심장이 멎어버리는줄 알았다.









누구지? 아니... 뭐지?





  



그대로 뒤를 보지않고 도망치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본인이 저런 상황이 되어 보라.


몸은 말을 듣지 않고, 얼어붙을 뿐이었다.




뒤를 돌아볼 용기도 없거니와, 앞으로 도망칠 힘도 나질 않았다.


꼼짝도 못한채.








괴이한 소리가 들려오는 문을 등지고 얼어붙은 나는, 눈알만이 겨우 움직일 뿐 눈을 깜빡거리는 것 조차도 하지 못했다.






















박박박박박박박박박박박박박박박박




후욱...후욱...............후...후...후욱...





박박박박박박박박박박박박박박박박




















손에 뾰족한것을 들고 있었다면 귓구멍을 쑤셔버리고 싶었다.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어떻게든 움직여 보려고 온 신경을 집중했다.







그때, 딱 한순간, 말 그대로 눈 깜짝할 새, 내 귀를 괴롭히던 소리가 멈췄고, 정적이 왔다.





































쾅!!!!!!!!!!!!!!!!!!!!!!!!!
























무거운것이 문에 부딪힌 듯 한 큰 소리가 났고, 또다시 불규칙적인 호흡소리와 함께 무언가를 긁는 소리가 계속 되었다.







처음에는 문 뒤쪽에서 나던 그 소리는 지금은 내가 서 있는곳의 윗쪽, 내 바로 머리 위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내가 있는 천장 위로 이동한것일까...







다리가 후들거렸다.


입술이 바짝 말라서 붙어버린 것일까, 입도 떼어지지가 않았다.


그 소리는 내 양쪽귀... 아니, 몸 전체를 휘감았고, 나를 둘러싸고 있는 얇은 벽만이 그것과 나를 나누고 있다는 생각에 뒷통수부터 허리까지 땀으로 축축하게 젖고있었다.









급기야 소리가 피부로 느껴지는 기분을 온 몸으로 느끼고, 이제는 이 소리가 벽에서 나는 소리인지, 내 머릿속에서 나는 소리인지 분간이 가질 않았다.







바로 그때, A와 B의 목소리가 들렸다.









"야!! 괜찮냐!? 뭐해?? 빨리 내려와!!"






그 순간, 눈물날정도로 반가운 현실감과 함께 몸이 자유를 되찾았고, 단 한순간도 낭비하지 않고 나는 계단을 달려 내려가기 시작했다.


나중에 A와B에게 들은바로는 눈을 감은채로 거의 굴러 떨어지는것처럼 내려왔다고 한다.









계단을 다 내려온 나는, 우선 그 지옥에서 조금이라도 멀어지고 싶어서, 멈추지 않고 둘의 옆을 그대로 계속 달려서 우리가 묵고 있던 방까지 도망쳤다.


솔직히 말하면, 방까지 어떻게 도망쳤는지는 기억이 없다.






헐떡이며 방으로 돌아오자, 바로 뒤를 A와B도 *아 왔다.








"괜찮냐?"









"무슨 일 있었어?"






나는 A와 B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


라기 보다는,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 그 소리와 함께 또다시 그 기억을 떠올리는게 죽을만큼 무서웠다.







아무말도 않고 가쁜숨을 몰아쉬며 눈의 초점을 잃은 나에게 A가 물었다.


















"근데... 너 뭐먹고 있었냐?"















질문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A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계속 지껄였다.







"너 계단을 올라가서는 금방 무릎 꿇고 앉았잖아.



우리는 니가 뭐하는지 싶어서 눈을 가늘게 뜨고 자세히 보니까 너... 뭔가를 먹고 있었어... 뭔가... 열심히 입안으로 쑤셔 넣는것 같은..."







라며 A와 B는 동시에 내 가슴팍을 쳐다봤다.








무의식적으로 내려다 보자, 입고 있었던 흰색 반팔 티셔츠의 가슴쪽이 썩은 밥풀과 짓이겨진 구더기, 아직도 살아서 꿈틀거리는 구더기로 더럽혀져 있었다.





그 순간 코를 찌르는 썩은 냄새 때문에, 나는 그대로 화장실로 달려가서 그대로 토하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나는 계단을 올라가서 무슨일이 있었는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고, 잊을래야 잊을수도 없었다.


단 한번도 무릎을 대고 앉은적이 없었고, 내가 그 썩은 음식물을 먹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입고있던 옷에는 위에서 봤던 그것들이 묻어있었고, 내가 그것들을 쥐었던 것을 말해주는듯이 양손에도 잔뜩 묻어 있었다.








미칠것만 같았다.








비틀거리며 화장실을 나오자, A와B가 나를 부축해서 이불위에 앉히면서 물었다.









"너 장난하고 있는것으론 안 보이는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좀 해봐..."






나는 공포심에 잡아먹힐 듯한 기분이었지만, 그 기억을 혼자서 떠안을 자신도 없었기에, 아까 계단에서 체험한 것을 하나하나 말해 주었다.







둘이 보았던 나의 모습과, 내가 말하는 나의 모습이 전혀 달랐지만, 그들은 끝까지 아무말 하지 않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것만으로도 안심이 되어서 눈물이 나왔다.








이야기를 끝내고, 더렵혀진 옷을 A가 가져다준 새 옷으로 갈아입으려고 입고있던 옷을 벗었을때였다.







무릎이 몹시 쓰라렸고, 바지를 벗어보니, 자잘하게 베인 상처가 잔뜩 나 있었다.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자세히 보니, 상처에 작고 뾰족한 플라스틱 파편 같은것이 붙어 있었고 그것이 아마 상처를 낸 것이라고 생각했다.


빨간색 파편과, 약간 검은색 때가 묻은 흰색의 파편이 있었다.







내가 그걸 손 위에 올려서 자세히 보고 있자, B가 다가와서 그건 뭐냐고 물으며, 내 손을 끌어가서 자신도 보기 시작했다.








"힉!!!"








소리를 참는 비명과 함께, B는 내 손을 쳐서 그것을 바닥에 털어버렸다.


갑작스런 B의 행동에, 한참 자세히 보고 있던 나와 A도 깜짝 놀랐다.









"야, 그거... 자세히 봐봐..."



B가 불안으로 가득찬 눈빛으로 말했다.





  



바닥에 떨어진 파편을 가까이서 본 A도 비슷한 비명을 지르더니 B와 나를 번갈아 쳐다보며 말했다.




















"야... 이거... 손톱이잖아..."





















"..."










우리는 셋다 얼어붙었다.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 그 소리...


아... 손톱으로 긁는 소리였구나...









기억을 떠올려 보면 아니라고 할 수도 없었다.







계단을 오를때의 그 뭔가 다른 것을 밟고 있다는 감촉도 바닥에 가득 떨어져 있던 그 손톱을 밟았던게 아닐까.





그 손톱은, 벽 뒤에서 뭔갈 계속 긁고 있었던 '그것'의 것이 아닐까.





둘의 말처럼 내가 무릎을 꿇고 앉았다면, 이 상처도 그때 생긴게 아닐까.









하지만, 그런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건, 이곳에 더 이상 있을 수 없다는 사실.








나는 A와 B를 향해 말했다.





"나 여기 계속 못 있겠다."









둘은 말없이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일단 자고, 내일 아침에 그만 두기로 했는데, 우리가 2층으로 올라갔다는 이야기는 빼고, 갑자기 사정이 생겨서 그만두게 되어 정말 죄송하다고 간단히 인사만 하고 나가기로 했다.









우리는 우선 짐을 싸고 잠자리에 누웠지만, 셋중 누구도 잠든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