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내려 앉는것 같았다.


어떻게 아는걸까...







그때는 정말 너무 무서운 나머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예..." 라고 대답하는것도 힘이들었다.


내 대답을 들은 아저씨는 깊은 한숨을 쉬더니 이야기를 계속했다.









"이대로 가면 그것들이 데려가 버릴꺼야. 정말, 왜 그런데를 간거냐? 뭐... 우리가 미리 말을 안한 잘못도 있지만..."









다른 말은 들리질 않았다.


응?


데려가 버린다니?


누가 누구를 어디로???





지금 집으로만 가면, 다시 즐거운 여름방학이 기다리고 있는데...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불안해져서 A를 보았다. A는 나보다 더 불안한 얼굴을 하고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대로 눈길을 돌려 B를 보았다.


B는 우리 둘을 번갈아 쳐다보면서 말했다.









"괜찮아, 내가 아까 인터넷에서 용한 무당을 찾았는데, 그 사람한테 부탁해서 지금 그리로 가고 있는 중이야."








믿을수가 없었다.


역시 나에게 뭔가가 씌인 것일까?


난 죽는걸까?


지금 이 분위기는 내가 죽는 분위긴데?


왜 그런곳엘 갔느냐고? 그런 곳이었으면 처음부터 말을 해 주던지, 문을 잠궈 놓든지 할것이지...







참고 있었던 이런저런 생각들로 머릿속이 패닉상태가 되어 가고 있었다.








아저씨와 뭔가 이야기가 통하는 것 같은 B는 계속 이야기를 해 나갔다.







"무당이라니?"





아저씨가 놀란 눈으로 B에게 물었다.







"예."





B가 대답했다.






"너... 보이는구나?"





아저씨는 신기하다는 듯이 B에게 말했다.









"지금은 그 이야기 하기 싫은데..."



B는 눈을 피하면서 말을 바꾸려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반사적으로 B의 멱살을 잡았다.






"너 아침부터 뭐냐!? 이야기를 하기 싫다는건 또 무슨말이야!?"


B는 아무 저항도 하지 않았고, 멱살이 잡힌채로 내 눈을 피하기만 했다.









"그만해라, 니들은 아직 안보여서 그래. 지금 가장 위험한건 사실 B이다."


아저씨가 중간에 끼어서 우리를 말렸다.






"아까부터 보이네 마네 하는 말이 무슨말인데요!?"




화가 난 채로 아저씨에게 물었다.









"나도 몰라, 검은색 이라는 것 밖에는..."





이라고 대답을 하고 조금 있다가 이야기를 계속했다.







"지금은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 너희들, 무당에게 가도 아무것도 할 수 없을거다."





아저씨는 B를 보면서 이야기 했다.






"게다가... 보이기 시작했다면... 엄청 빠를거다."









빠르다는둥 보인다는둥... 나는 아저씨가 하는 말이 단 한마디도 이해가 가질 않았다.








하지만, 아저씨의 그 한마디를 들은 B는 무릎에서부터 무너지는듯이 쓰러져서 웅크리고 앉아서 울기 시작했다.


소리를 내지 않으려 애 쓰는 울음이었다.


나와 A는 그 모습을 보고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때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낀 택시기사가 창문을 내리고 우리에게 괜찮냐며 물어왔고, 아저씨는 요금을 계산하고 택시를 보내 버렸다.









"내가 왜 너희들을 쫓아 왔겠냐... 이 일의 모든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 데려다 줄테니까 빨리 차에 타거라. 이미 이야기는 해 두었고, 더 늦기 전에 어서 오라고 했다."







아저씨의 무시무시한 말에 밀려서 우리는 트럭에 탈 수 밖에 없었다.








몸을 주체를 하지 못하는 B를 양쪽에서 부축해서 앞좌석에 태우고는 우리는 뒤쪽 짐칸에 올라탔다.







짐칸에 사람이 타고 있는걸 아는지 모르는지 엄청난 스피드로 달렸고, 떨어지지 않으려고 버티다가 A와 나는 어디로 얼마나 달리고 있는지도 모를 새에 도착 하였다.









도착한 곳은, 평범한 주택이었는데, 마당 뒷쪽에 토리이가 세워져 있었고, 그 뒤쪽으로 돌계단이 쭉 놓여 있는것이 보였다.
*주: 토리이(鳥居) - 신사 입구에 세운 두 기둥의 문









아저씨를 따라서 집의 현관문 앞에 서서 초인종을 누르자, 20대로 보이는 여자가 문을 열어주었다.


평범한 여자였지만, 눈 사이의 큰 점이 인상적이었다.









집 안은 부엌이나 방이 없었고, 다다미 바닥이 깔린 커다란 공간이 있을 뿐이었다.


그 위에 스님이 한명, 중년쯤 되어 보이는 남자가 한명, 노인이 한명 앉아 있었다.


우리가 들어가자 마자, 중년 남자가 "재앙..." 이라고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스님앞에 나란히 앉았고, 방 안에 있던 세명도 우리 앞에 나란히 앉았다.









"그곳에 간 것은 이놈이오?"





노인이 B를 가르키며 아저씨에게 물었다.








"아닙니다, 올라간건 ㅇㅇ(내 이름)이고, 그놈은 밑에서 보기만 했다고 합니다."









옆에 앉아 있던 스님은 그 이야기를 듣고는 잠시동안 눈을 감고 무엇인가 생각 하더니, B를 향해 물었다.







"당신은 이런 경험을 전에도 한적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B가 힘없이 대답했다.









"이상하네..." 스님은 탄식과 함께 말을 흐렸다.









"... 저는..."





B는 울음을 참는듯한 목소리로 더듬더듬 물었다.








"... 죽는겁니까...?"





B의 몸은 가늘게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그러자 스님이 깊은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그렇겠죠... 이대로라면... 확실히"








B는 영혼이 빠져 나간듯이 더 이상 떨지도 않고 바닥의 한곳을 뚫어지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스님은 이야기를 계속하였다.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가 안 가는것도 당연합니다.





당신은 그곳에 갔을때 무언가 위화감을 느끼지는 않았습니까?"





이번엔 나에게 물었다.









"무언가를 긁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이상한 숨소리도 들렸습니다.



그리고 문 앞에는 부적이 잔뜩 붙어 있었습니다."







스님은 내 말을 듣고 한참을 생각하더니, 다시 입을 떼었다.







"아마도 당신은 그 '사람이 아닌것'의 존재를 귀로 느꼈고 B군은 눈으로 느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본래대로라면 '그것'은 사람에게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것이고, 정말 조용히, 몰래 숨어 있는것인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가끔씩 이렇게 사람들을 괴롭게 합니다."








스님은 세상이 끝난것 같은 분위기의 우리를 한번 슥 쳐다보더니 말을 계속했다.









"지금 이안에서는 B군에게도 그것들이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이곳에는 결계를 쳐 놓았기 때문에 사람이 아닌것들은 발을 들이지 못하게 되어있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 이곳에 있을수도 없는 일이니, 별당으로 가서 그것들을 떼어내는 의식을 치르도록 하겠습니다."









말을 마치고 스님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함께 따라서 일어나려 했으나, 다리에 힘이 풀려서 셋 다 잘 일어나지를 못했다.


그런 우리를 보고 스님이 말했다.








"의식을 치르는 동안은 지금보다 훨씬 더 고통스러울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당신들을 꼭 살려 줄테니 조금만 더 참으세요."






우리는 몸이 떨려서 인지, 그 말에 위안을 얻어서 인지, 이상한 박자로 목을 끄덕였다.








후들거리는 다리... 아니, 온 몸을 짊어지고 겨우 한발짝씩 돌계단을 끝까지 오르자, 큰 절이 보였다.


하지만 그 절로 들어가지는 않고, 절을 끼고 산 속으로만 들어가고 있었다.


조금 걸어가자 토리이가 하나 더 나왔고, 또 돌계단이 만들어 져 있었다.









"B군, 지금 그것들은 어떻게 생겼습니까?"


토리이 밑을 지나면서 스님이 B에게 물었다.








"두 다리로 서서... 계속... 이쪽을 쳐다보면서 따라오고 있습니다."





B가 떨면서 대답했다.







그 말을 들은 스님은 심각한 얼굴을 하더니 발걸음이 더욱 빨라졌다.









돌계단의 끝까지 다 오르고 나자, 낡고 조그만 별당이 있었다.


스님은 그 별당 앞에서 우리를 불렀고, 우리 셋은 스님앞에 나란히 섰다.









스님이 의식에 관한 설명을 시작 했는데, 정리를 하자면






이 안에서 하룻밤을 보낼 것.





이 안에서는 빛이 없어야 할 것.





이 안에서는 말을 한마디도 하지 말아야 할 것.




이 안에서는 먹어서도, 마셔서도, 잠을 청해서도 안 될것.




용변은 이 포대기 속에다 해결할 것.




이라며, 쌀포대기 같은것을 건네 주었다.






물론 휴대폰이나 라이터등 빛을 내는 물건들은 가지고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는 우리에게 대나무로 만든 수통에 들어있는 물을 한모금씩 마시게 하고, 남은 물은 우리의 몸에 조금씩 뿌렸다.









그리고는 별당의 문을 열어 우리에게 들어가도록 손짓했다.








하지만, 가장 먼저 별당에 발을 들였던 B가 한발짝 들여 놓자 마자 갑자기 입을 감싸고 밖으로 튀어 나와서는 토악질을 하기 시작했다.







스님이 몹시 당황하는것이 눈에 보였다.









방금 천수로 몸과 속을 씻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별당의 결계에 걸리는지 모르겠다며 알아들을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고, 옆의 노인들과 뭔가 급히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잠시후 스님은 B에게 다가가서, 혹시 그 곳에서 가지고 온 물건이 없느냐고 물었다.











아직도 헛구역질이 멈추질 않아 괴로워 하는 B를 대신해서 내가 대답했다.








"급료요, 급료밖에 가지고 온건 없는데..."



라고 하며 바지 주머니에 꼬불쳐 넣어 두었던 돈봉투를 내었고, 뒤따라 A가 자신의 것과 B의 호주머니 속에서 B의 것까지 찾아서 내밀었다.






돈봉투 속을 찾아봐도 별다른건 없었다.


하지만, 뒤지다 보니 아주머니가 건네주었던 작은 주머니가 떠올랐고, 아주머니가 손수 천으로 만들어준 주머니 세개를 찾아내서 스님에게 건넸다.










"이...이건..."










주머니 속을 들여다 본 스님은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못볼걸 본 표정을 지으면서 주머니의 속이 보이도록 우리에게도 보여주었다.

















손톱이 잔뜩 들어 있었다.














내 무릎의 상처에 박혀있던 그 손톱과 똑같은 붉은색과 때가낀 흰색의 낯익은 손톱...







그걸 본 B는 또다시 토악질을 하기 시작했다.





A와 나도 더이상은 참지못하고 구역질을 해 버렸다.






그것을 보고있던 스님도 눈쌀을 찌푸릴 정도로 심한 광경이었다.








한참을 토악질과 헛구역질을 하다가, 겨우 진정이 되었을때, 우리는 자신의 휴대폰과 지갑을 스님에게 맡기고, 별당 안으로 들어갔다.







"이 문을 열어서는 절대로 안됩니다. 저희는 모두 본당에 있을것입니다. 내일 아침까지 누구도 이곳에 오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스님은 별당의 문을 닫기전에 우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벽 너머의 것과 대화를 해서는 안됩니다. 이 별당 안에서 목소리를 내는 일도 절대로 안됩니다."


스님은 뱃속에 든것을 다 비우고, 창백한 얼굴로 있는대로 겁에 질려있는 우리를 약간 못 미더운듯이 쳐다보면서 마지막 당부를 했다.









"방금 말한 이것들을 꼭 지켜주기 바랍니다."







우리는 고개를 끄덕이는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