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 목소리에 잠이 깻다.
지옥에서 살아 돌아와, 죽은듯이 잠이 들었었다.
대충 세루를 하고난 우리 셋은 스님 앞에 나란히 앉았다.
"어제는 정말 잘 해줬습니다. '그것'은 무사히 떨어져 나간 것 같습니다." 라며 스님은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에 대고 묻고싶은 말이 산더미같이 많았지만, 잠에서 덜 깬 머리로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해야 할지 연산이 힘들었다.
그 마음을 읽었는지, 스님이 먼저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여러분께는 모든것을 다 말해 줘야 겠군요. 보여드리고 싶은게 있습니다." 라고는 일어났다.
스님은 집 밖으로 나오더니 절쪽으로 향했다.
돌계단을 오를때에 B는 어제의 기억때문인지 주위를 힐끔힐끔 쳐다보며 경계하고 있었다.
그런 B를 보고 우리까지도 어제의 '그것'의 모습이 없는지,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살폈다.
그런 우리를 보고 스님이 물었다.
"이젠 괜찮죠?"
"네...아무것도 안 보입니다."
"저도 괜찮습니다."
B와 나는 동시에 대답했고, 스님은 그 대답을 듣고 인자하게 웃어주었다.
별당으로 올라갈때와 내려올때 보았던 그 큰 절에 도착하고, 우리가 말하는 '본당'은 사실 저 집이 아니라 이 절의 건물이라고 스님이 가르쳐 주었다.
본당 안으로 들어가자, 넓은 다다미방이 있었고, 스님은 그곳에 우리를 안내하고는 잠시 기다리고 있으라고 했다.
스님이 우리가 있는곳에서 나가버리자, B가 갑자기 불안해 졌는지 다리를 떨기 시작했다.
꽤 시간이 지나고 나서 스님이 돌아왔고, 한손에는 필통만한 나무상자를 들고 있었다.
"이번 일의 발단을 보여 드리겠습니다."우리의 얼굴을 하나하나 쳐다보며 말했다.
나란히 앉아 있는 우리 앞에 앉아서는 그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상자 안에는 손가락만한 크기의 말라 비틀어진 문어발 같이 생긴것이 하얀 천에 쌓아져 있었다.
우리는 머리를 한 곳으로 모아서 잘 살펴 보았지만 기억이 날듯 말듯 알아보지 못했다.
그렇게 호감이 가거나, 소중해 보이지는 않는데 왜 이렇게 소중하게 보관 되어 있을까 라고 고개를 갸우뚱
거리면서 스님의 얼굴을 보았다.
"이건 탯줄 입니다." 스님이 인자한 미소를 머금고우리에게 말했다.
탯줄을 눈앞에서 본건 처음이었기에 어리둥절해 하는 우리를 보고 스님은 말을 계속했다.
"요즘엔 많이 줄었지만, 옛날 사람들은 탯줄을 이렇게 소중히 보관하곤 했습니다."
우리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스님의 말을 경청했다.
"어머니의 뱃속에서 태아는 어머니와 이 탯줄로 이어진 한몸이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죠?
지금은 줄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탯줄도장을 만드는 등, 기념으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탯줄에는 여러가지 전설이 있고, 옛날에는 그 전설을 믿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전설이요?"
B가 물었다.
"네, 옛날 사람들은 그런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던, 지금은 미신이라고 불리우는 것들입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한참을 우리 얼굴을 쳐다보더니 말을 꺼냈다.
"예를 들면 '아이가 무거운 병에 걸렸을때 탯줄을달여서 먹이면 병이 낫는다.' 라는 등, 주로
'아이를 지킨다' 는 의미를 가졌지만 해석은 여러가지 입니다.
하지만 어느것도 어머니가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을 담아서 생긴 미신으로 보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어도 이게 이번일과 무슨 상관일까 싶어서 머릿속이 정리가 되지 않았다.
스님은 약간 미소를 짓는듯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계속했다.
"한가지, 이 고장에 전해지는 그런 '미신'을 가르쳐 줄까요?"
우리는 고개를 끄덕이는 수밖에 없었고, 스님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이 고장에도 그 탯줄에 전해지는 미신을 믿는 사람이 많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해변을 이용한 관광지 이지만, 옛날에는 어업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아이들도 어릴적부터 집안일을 도우는데, 특히 아들들은 10살쯤 되면 아버지와 함께 배를 타는것이 보통이었다고 합니다."
스님도 이야기를 하면서 생각을 정리하는듯 잠깐씩 생각하고 또 말을 하는 식으로 이야기를 계속 해 주었다.
"알다시피 바닷일은 항상 죽음과 맞물려 있는 것이기 때문에, 바다에 나간 아이가 돌아오는것을 기다리는 어머니의 마음은 제가 생각하는 그것보다 훨씬 힘든 일이었을 것입니다.
거기서 어머니들은 탯줄을 어떤 부적처럼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약간 뜸을 들이고 말했다.
"바다에서 만날 위험에서 지켜주도록. 바다에서 행방을 잃은 아이가 어머니를 찾아 돌아올 수 있도록."
"돌아오도록!?"
나는 나도 모르게 스님의 말을 끊어 버렸다.
"그렇습니다. 아직 몸이 작고 힘이 없는 아이들은, 큰 파돌도 오면 휩쓸려버리기 일쑤 인데, 며칠이 지나도 찾지 못한 아이들은 사망했다고 판단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아들을 잃은 어머니들은 그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며칠이 지나고 또 몇년이 지나도 계속 기다렸습니다."
스님은 뭔가 말하려는 내 표정으 무시하고는 말을 계속했다.
"글고는 언제부턴가 탯줄은 아이가 어머니와 이어져 있었던 것처럼, 자신의 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이라는 생명줄과 같은 의미를 지니게 되었습니다.
슬픈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바다에서 몸을 지켜 주도록 하는 의미를 띄었던 것이, 막상 위험에 부닥치면 생명줄이라는 의미가 되는것이었다.
어머니들은 어떤 마음으로 매일같이 아이들을 배에 태웠을까.
"어느날, 그렇게 바다에게 아이를 빼앗긴 어머니중에 한명이, '아이가 돌아왔다' 며 몹시 기뻐했습니다.
사람들은 드디어 그녀가 미쳐버려다고 생각하고는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그녀가 아이와 남편을 한꺼번에 잃은건 3년전이었기 때문입니다."
"다른곳까지 휩쓸려 갔는데 기적적으로 살아서 그때 돌아온게 아닙니까?"
B가 물었다.
"그렇죠.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그 어머니에게 아들이 돌아왔다면 축하를 해 주고싶으니 애를 좀 보여달라고 했던 사람도 있었던 모양입니다."
스님은 그렇게 대답하고는 덧붙였다.
"그녀는 '조금만 더 있으면 보여줄 수 있으니까 기다려달라.' 라고 했다고 합니다."
무슨 뜻일까?
돌아왔는데도 불구하고 '보여 줄 수 있으니까' 라는 대답은 조금 어색했다.
나는 이때 아무 이유도 없이 소름이 돋았다.
"마을 사람들은 이상하게 생각 했지만, 항상 슬픔에만 잠겨 있던 사람이 갑자기 저렇게 밝아지니, 더이상 캐묻지 못하고 물러 났습니다.
하지만, 다음날 똑같은 이유로 기뻐하는 또 다른 여자가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그녀도 아직은 보여줄 수 없으니 좀 더 기다려달라 라고 했다고 합니다."
눈 사이에 점이 있는 여자가 차를 가져 왔고, 스님은 그 차를 한모금 마시고 이야기를 계속했다.
"이상하다고 생각한 마을사람들이 첫번째 여자는 과부이므로 못 물어봤지만, 두번째 여자는 남편이 있었기에, 그녀의 남편에게 물어보았습니다.
하지만 '전혀 모르겠다' 라는 대답밖에 돌아오지 않았고, 더 묻자 남의 집안일에 일이히 간섭하지 말라며 화를 냈습니다.
그러던 중, 한 마을사람이 첫번째 여자가 밤에 아들의 손을 잡고 바닷가를 거닐고 있었다고 말했고,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함께 이야기를 하면서 걸어가는 모습은 정말 행복해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까지 말을 하자, 마을사람들은 이때까지 의심했던 것을 사과하고 아들이 돌아온걸 진심으로 축
하해주기 위해서 그 집으로 향했습니다."
스님은 다시 한번 찰 목을 축이고 말했다.
"그 여자의 집에 도착하자, 환한 미소를 띈 얼굴로 반겨 주었고, 마을사람들은 오게된 이유를 말하고는 고개숙여 사과를 했습니다.
그러자 여자는 이 애가 돌아 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쁘니 신경쓰지 말라며, 문 뒤에 서 있었을 아들의 손을 끌고 모두에게 보여주었고, 그 순간 마을사람모두는 얼어 버렸다고 합니다."
"..." 우리는 빨리 결론이 듣고 싶어서 스님의 이야기를 끊을 수가 없었다.
"퉁퉁 불어 터진 새파란 피부의 아이가 서 있었고, 부어 오른 눈꺼풀 속에 흰자가 겨우 보였고,
눈동자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쉼없이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입에서는 거품같은 것을 뿜어 내고 있었고, 어머니가 말을 걸때마다, 괴상한 소리를 내었다고 합니다.
듬성듬성 나 있는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보는 여자의 모습을 보고는 마을 사람들은 너무나도 무서웠던 나머지 일제히 도망을 갔습니다."
"그날 밤, 촌장의 집에 모든 사람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것을 목격 해 버린 충격에, 자신들의 손으로는 도저히 어떻게 할 자신이 없어서 한 스님을 찾아갑니다.
그 스님께서 바로 이 절을 세우신 큰스님입니다만, 스님은 여자와 '그것'을 보자마자 여자의 손을 잡아 끌고 자신이 있던 절까지 데려갔습니다.
그 사이에도 '그것'은 괴상한 소리를 내며 뒤를 따라 왔다고 합니다."
"절에 도착해서는 우선 강한 결계를 친 방에 여자를 넣고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만, 억지로 아이와 떨어진 어머니는 몹시 부정적이었고, 급기야는 화를 내며 무시무시한 힘으로 스님을 뿌리치고 절 밖으로 도망을 가 버렸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어요!?"
스님이 약간 뜸을 들이자, A가 도저히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 후에, 마을사람 몇명과 함께, 그 여자의 집으로 향했지만 집안에 여자와 '그것'은 없었습니다.
집안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부적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고, 구석에는 썩은 밥이 쌓여 있어서 악취를 뿜고 있었다고 합니다."
나는 내가 여관의 2층에서 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을 본 사람들은, 여자가 아이를 잃은 슬픔에 어떤 '의식'을 행하고 있었다고, 그리고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자신들이 보았던 '그것'이 이 의식을 통해서 생겨난 것이라고는 깨닫고는, 힘을 합쳐서 그 둘을 찾으려 수색을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필사적으로 머릿속에서 이야기를 정리하며 귀기울여 듣고 있는 우리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한편 큰 스님으 절에서 여러명의 스님을 데리고 또 한명의 여자를 찾아 갔습니다.
하지만 이쪽도 상황은 최악이었습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것에 대고 자신의 아들의 이름을 부르는 아내에게 기겁하는 남편.
그 광경을 본 큰스님은, 염불을 외면서 '그것'을 향해 걸거갔고, 아이를 지키려는 여자의 눈을 뒤집고 괴성을 지르며 큰스님과 스님들을 위협했습니다."
현실감이 전혀 없는 이야기에 손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여러 스님들이 겨우 여자를 제압하여 절로 데려갔고, 큰스님은 뒷따라오는 그것을 향해 염불을 외고, 소금을 뿌리면서 천천히 뒤따랐습니다.
몸부림 치는 여자를 질질 끌다시피 하여서 절에 도착하고 스님들은 여자를 어제 당신들이 들어가 있었던 그 별다에 묶어서 가두었습니다."
"묶어서까지..."
A가 여자가 불쌍하다는 듯이 말했다.
"우선 여자와 '그것'을 떼어내는 것이 급선무였기 때문에 할 수 없었지 싶습니다."
약간 냉정한 스님의 대답에 A는 스님에게서 눈을 돌려서 고개를 숙였다.
"여자가 자해할 수 없도록 무슨 조치를 취했다고는 합니다만, 상세한 것을 알지 못하겠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여자를 속에 넣어두고, 여러명의 스님들이 그 별당을 둘러싸고 앉아서는 염불을 외우기 시작했습니다.
안쪽에서 여자의 비명이 들려 왔지만, 그 비명소리 조차도 들리지 않도록 더욱 더 큰 소리로 경을 울렸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알고 찾아 왔는지, '그것'은 별당이 있는곳까지 왔고, 어머니를 찾아서 별당의 주변을 돌기 시작했습니다.
이유도 모르고, 이렇게 염불을 외는게 효과가 있는지없는지도 모르지만 스님들은 필사적으로 경을 읊었습니다."
거기서 스님은 차를 마시고는 잠깐 쉬었다.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요?"
B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물었다.
"별당의 주변을 돌던 그것은, 점점 양발로 걷는것을 곤란해 하더니, 네발로 기어다니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더 있으니, 팔다리의 관절을 이상한 방향으로 비틀어서 마치 거미와 같은 모습으로 바닥을 기었습니다.
마치 인간의 퇴화 과정을 보는 것 같은 광경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이상한 괴성을 지르더니 그 네 발마저도 사라졌고, 몸통과 머리만 남아서 애벌레처럼 변해서 굴러다니기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아침해가 밝아 오는것에 따라서 점점 작아지더니, 마지막에 남은것은 말라 비틀어진 탯줄밖에는 남지 않았습니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꼭 어제 우리가 겪은 이야기에 스님이 살을 붙여서 만든 이야기만 같았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때 A가 스님에게 물었다.
"그럼... 지금 그 탯줄은..."
"맞습니다. 오늘 아침 별당 근처의 바위 위에 떨어져 있었습니다."
스님은 조용히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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