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 그 여자와 내가 눈이 마주쳤다.
처음 보았다. 그녀의 표정이 변하는걸... 그녀의 입고리가 살짝 올라갔다.
'내가 보이는거다!'
그리고는 환희에 찬 미소로 내방 쪽으로 마치 일본 기모노를 입는 여자들이 걷는 걸음으로 내방 쪽으로
"타다다다다"
난 너무 놀라서 잡고 있던 문고리를 놓치며 내방 안쪽으로 넘어졌다.
그녀는 내 방 방문틀 앞에 서서 들어오지는 않고 가만히 서서 그 짜증나는 표정으로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고 눈동자만 계속 돌리고 있었다.
뭔가를 찾고 있는것 같았다. 미친듯이 눈동자를 돌리고 있었다.
난 얼어서 아무것도 할수가 없었다.
그렇게 눈동자를 굴리던 여자는 다시 입고리를 내리며 억지미소를 띄며 뒤돌아 다시 거실을 돌고 있었다.
난 기어가서 문고리를 잡고 문을 닫았다.
식은 땀으로 범벅이 된채 난 잠에서 깼다.
'싫다. 그 얼굴. 두번 다시 보기 싫다."
그 꿈에서 일어났을때의 그 기분.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이 괴롭다.
그 후, 또 몇 달간 아무 이상도 없다가 정말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 않을수 밖에 없었던 일이 일어났다.
그렇게 한 동안은 그 여자꿈은 꾸지 않았다.
어머니는 그당시 교보생명(그 당시는 명칭이 대한교육보험회사)을 다니셨고,
아버지는 두산중공업(그 당시 한국중공업)을 다니시고 두분 다 바쁜 맞벌이 부부였다.
그런 꿈이야기를 한다해도 공부나 하라며 잔소리가 날아올게 뻔했다.
아버지는 그때 노키아 휴대폰을 가지고 계셨다.
그 당시 휴대폰은 130만원정도 했었고, 어디에서나 전화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무지 신기하고, 그런 휴대폰을 가지고 다니는 아버지는 왠지 멋져 보였다.
아버지가 퇴근하고 밥을 먹고 아버지는 산책을 하신다고 밖으로 나가셨다.
어머니는
"아들. 집전화기 어디 갔어?"
"모르겠는데요."
"한 번 찾아봐"
어머니는 무선 전화기를 종종 집에서 어디 뒀지는 까먹는 경우가 허다 했다.
"아빠 휴대폰으로 전화해바"
"네."
난 아버지 휴대폰으로 집에 전화를 했다.
"띠리리링~띠리리링"
난 소리가 들리는 쪽을 찾아갔다.
거실 쇼파 쪽에서 들렸다. 분명 소리는 나는데 보이지가 않았다.
구석 구석 훑어보는데 쇼파 등받이와 쿠션틈에 집전화기가 끼어 있었다.
"엄마. 전화기 여기..."
"딸끄락."
난 휴대폰을 귀에 대고 어머니에게 말하는 도중에 전화를 받았다.
내 눈앞에 쇼파에 꼳혀있는 집전화를 누가 받았다.
다리에 힘이 풀렸다.
"누.....누...누구세요.."
"니 게 여 애 이 어."
내 눈앞에 있는 수화기에서 뭔가 알아듣지도 못할 말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난 멍하니 휴대폰을 귀에 대고 정신나간 사람처럼 서있었다.
그 순간 그 소리... 내가 몇달 전에 현관 앞에서 듣던 알아들을수 없던 여자소리.
그 소리였다
난 휴대폰을 쇼파 위에 던지고는 내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그리고는 내 책상에 앉아서 손톱을 물어 뜯기시작했다.
'이건 꿈이 아닌데... 현실인데... 대체 뭐야. 무슨일이야?'
'분명 이건 현실이 아닐꺼야... 내가 잘못들었나. 아닌데... 분명히 누군가 받았는데 혼선된 걸수도 있자나.'
순간 어머니가 문을 열고 들어 오셨다.
난 순간 깜짝 놀랬다.
"왜? 아들."
"아.. 아니.. 예요."
"왜 그렇게 놀래?"
"아... 아니.. 예요."
"전화기는??"
"거...거실 쇼파에 있어요.."
난 곧바로 침대에 누워서 이불을 뒤집어 썼다.
잠들기가 무서웠다.
또 그 여자가 나올것 같았다.
그렇게 무서움에 떨다가 잠이 들었다.
역시..
'또야? 빌어먹을...'
난 내 방안에 있었고, 집은 조용했다.
'안나갈꺼야..빌어먹을..빌어먹을...절대 문 안열꺼야....'
혼자 그렇게 침대에서 중얼거리고 있는데 그 지옥같은 시간은 계속 되고 좀처럼 난 현실로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 빌어먹을 꿈에서 빨리 깼으면....'
그렇게 계속 혼잣말을 되풀이하다, 마음이 조금 진정된 나는 문 앞으로 다가가 문을 살짝열었다.
난 뒤로 넘어졌다..
그 여자는 내 방문에 바짝 달라 붙어서 눈동자를 계속 굴리고 있었다.
'아... 저 재수없는 얼굴.'
그리곤 몇초 후, 그녀는 뒤로 돌아 거실을 배회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그녀는 처음으로 거실쇼파에 사뿐히 앉았다. 그녀는 입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니 게 여 애 이 어"
낮에 듣던 그 소리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그 기분 나쁜 조잘 거림을 시작했다. 심장은 미친듯이 뛰고, 난 꿈에서 깼다.
'아~ 이러다 죽을거 같다.'
그날 저녁, 난 아버지 어머니에게 이야기를 했다.
"저기... 우리 언제 이사가요??"
"이사온지 얼마나 됐다고 이사타령이야"
"나. 이 집에 살기 싫어요."
"갑자기 밥먹다 말고 뭔 헛소리야"
"이 집. 이상해요. 계속 이상한 꿈만 꾸고 무서워요."
아버지는 어이 없다는듯 밥만 드셨고, 어머니는
"맨날 컴퓨터한다고 늦게 자니깐 그렇자나. 그 시간에 책이나 좀 보던가. 일찍 좀 자."
역시 내 이야기를 무시했다.
난 공부를 못하지 않았다. 반에서 10등안에는 들었었다.
하지만 우리 누나... 전교에서 1~2등을 하는 사람이라 내 성적따위는 어머니 아버지에게 큰 기쁨을 드리지는 못했다.
'아...난 정말 죽을것 같은데 왜 날 바보 취급 하는거야.'
그 후, 그 여자는 보이지 않았다.
몇 달간은...
6개월정도가 지난 어느 날, 6개월이란 시간은 그 모든것을 잊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고, 고양이 울음소리따윈 그때마다 이어폰을 끼고 자는걸로 해결했다.
누나랑, 부모님께 고양이 소리 안들리냐고도 물어봤지만 뭐 그닥 귀기울여서 듣지 않으면 잘 안들리니 신경 안쓴다고 하더라.
내 방에선 더럽게 잘들리는데...
암튼 어느 날,아버지가 술에 잔뜩 취해서 새벽 1시쯤 집에 들어오시더니 거실쇼파에 바로 쓰러져 버리시더라.
어머니는 팔짱을 끼고 쳐다 보다가 방으로 들어가 버리셨고, 나도 그냥 방으로 들어가서 잠을 청했다.
갑자기 눈이 번쩍 뜨였다.
꿈이다. 그 빌어먹을 꿈.
다시금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며 공포감이 엄습해왔다.
역시 가만히 앉아서는 그 꿈이 깨지 않았다.
난 일어나 방문을 잡아 당겼다. 그리고는 믿지 못할 관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아버지는 그 여자 무릎을 배고 누워계셨고, 그 여자는 그런 아버지를 내려다 보면서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아버지 머리를 쓰다듬으며 뭐가 그리 즐거운지 히죽~히죽~ 기분 나쁜 웃음을 짖고 있었다.
그리고는 내방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또 그 조잘거림을 시작했다.
난 방문을 닫아버렸다..
"어제 도대체 어떤년이랑..."
"뭔 헛소리야!!"
"우당탕탕"
난 놀래서 잠에서 깼다. 밖에선 어머니 아버지가 싸우고 계셨다.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막 화를 내셨고 아버지 역시 그런 어머니에게 소리를 지르고 계셨다.
'현실도 지옥이구나.'
그렇게 어머니 아버지의 싸움은 일주일이 계속 되었고, 아버지는 집을 나가셨다.
그렇게 두 분은 별거 생활을 하시고 15년만에 이혼을 하셨다.
한참이 지난 후에 들은 이야기지만, 어머니는 그때 밤마다 아버지가 거실에서 다른 여자랑 껴안고 있는 꿈을 꾸셨단다.
그게 계속 되다보니, 그것이 현실인지 꿈인지 구별 못할정도의 의부증이 생겼고, 아버지는 집에 오는것이 싫어서 계속 늦게 오시던지 외박을 하셨다.
어머니의 폭언과 싸움은 계속 되었고 참다 못한 아버지는 집을 나가 신거다.
아버지는 시골에 할머님 집으로 들어가셨고, 그렇게 두 분은 10년넘게 얼굴 한번 보시지 않고 누나를 결혼시키고, 작년에 내 결혼식을 마지막으로 이혼을 하셨다.
솔직히 그때는 난 아버지에게 무슨 사고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불행중 다행이라 해야하나... 아버지에겐 아무 일이 없었고, 그 후로 아버지는 그 집에서 볼 수 없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