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달에 그 사건이 있고나서 한달도 넘게 시간은 흘러 6월 말이 되었다.
그 무렵에는 경찰도 무슨 일이 있으면 전화 하라며 순찰돌아주던 것을 중지했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이제는 안오겠거니 멋대로 생각하고 방심하고 있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던 것이다.



그 날 나는 한 밤중에 출출해서 역 앞의 편의점에 갔다.
시간은 확실히 10시 반인가 11시 정도 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편의점에서 먹을 것을 사서 밖으로 나와보니 아직 막차도 끊기지 않았는데 역 앞에 이상하게도 인적이 드물었다.
그 당시의 나는 이럴 때도 있구나 하고 더 이상 안중에 두지 않고 집으로 향했다.



어슴프레한 밤길을 지나 집 근처에 있는 공원에 다다랐다.
가로등 불빛 아래 누군가 벤치에 앉아있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거리도 어느정도 있었고 가로등 불도 그다지 밝은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누가 앉아있는지 까지는 보이지 않았다.
이런 시간에 뭐하는 거지?
내가 공원을 지나치려던 그 순간, 벤치에 앉아있던 그 인영이 내 쪽으로 달려왔다.
실루엣으로 여자아이라는 것을 알아 챈 순간, 나는 내가 얼마나 얼빠진 인간인지 후회했다.













예상대로 다가온 사람은 아케미쨩이었다...

빙긋 웃으며 드디어 만났다고 말하는 그녀는 매우 기뻐보였다.
수중에는 전에 들고 있던 큼지막한 가방도 들고 있었다.
안에는 그 중화 식칼이 들어있을 것이라고 쉽사리 예상할 수 있었다.
이상하게도 나는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만일 아케미쨩이 아니라면 최적의 시츄에이션인데] 따위 말도 안되는 상상이나 하던 것이 기억이 난다.
그런 와중에도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만큼은 확연했다.


아케미쨩과의 거리는 거의 4~5m 떨어져있었다.
힐인지 샌달인지 뭐라고 부르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케미쨩은 뛰기 힘들 것 같은 신발을 신고 있었다.

나는 스니커즈를 신고 있었고, 고등학교 때는 농구부도 했었기 때문에 체력에도 어지간히 자신이 있었다.
이대로 달아나면 뿌리칠 수 있을 것같았다.
집으로 도망가면 아케미쨩에게 사는 곳이 들킬지도 몰랐다.

나는 타이밍을 엿봐서 집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력질주를 했다.
달아나는 와중에 나는 경찰관이 '휴대폰에 번호를 등록해두었으니 전화만 걸면 아무 말 하지 않아도 바로 출동하겠다' 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항상 휴대폰을 넣어두는 주머니를 확인해 보았다.



없었다.
반대편 주머니에도 손을 넣어 확인해 보았지만 없었다.
그러고보니 어차피 바로 올거니까 하며 충전기에 휴대폰을 꽂아두고 나왔었다.
나는 멍청한 내 자신을 자책하며 뼛속 깊이 후회했다.













1km쯤 달렸을까.

그 때는 깨닫지 못했지만 이상하게도 달리는 동안 내내 지나다니는 차량은 몇대 있었지만 행인이 단 한명도 없었다.
아무리 밤 11시라 할지라도 그저 우연이라 치부하기에는 이상하기 짝이 없다.
더는 안쫓아오겠지 싶어서 일단 멈춰서서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할것인지 생각했다.


문득 한가지 사실을 떠올린 나는 지금 달려온 길과는 다른 루트로 아까 그 공원 있는 곳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 공원에는 요즘 시대치고는 드물게 공중 전화 박스가 있다.
가는 도중에 아케미쨩을 만날 리스크도 있지만 요즘 세상에 [확실하게 공중전화 박스가 있는 장소]는 귀중했다.
어쨌거나 경찰에 연락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나는 거의 신경질 적으로 신중하게 골목 꺾일때 마다 특별히 더 세심하게 신경을 쏟아 부으며 상당한 시간을 들여 공원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공원에 도착하여 주위를 살피면서 만에 하나를 위하여 공원 주위를 다시 한번 정찰했지만 인적은 전혀 없었고 안전해보였다.
안전을 확보했다고 확신한 나는 공중전화 박스로 다가가 문을 열었다.
그 순간, 누군가가 나의 어깨를 두드렸다.


거짓말......

나는 살면서 이제까지 느껴본 적 없었던 절망감을 맛보았다.
다른 사람일거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뒤를 돌아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