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게 납득이 되지 않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내 눈앞에 있는 [저것]이 명백히도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문즉 침대 맡의 충전기에 꽂혀져 있는 내 휴대폰이 눈에 띄었다.
경찰관이 알려준 번호로 전화만 걸면, 말 한마디 하지 않아도 바로 출동해준다고 했었다.
나는 아케미쨩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부자연스럽지 않도록 가능한한 자연스러운 태도로 침대로 가 휴대폰으로 손을 뻗었다.


"휴대폰은 안돼."


아케미짱은 돌아보지도 않고 말했다.
어떻게 안거지...
아케미쨩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손을 뻗은 자세로 굳어져 움직이지도 못하는 나를 지나쳐 휴대폰을 집어들었다.
그녀는 휴대폰을 가방 안에 집어넣고 다시금 방 정리를 시작했다.
나는 필사적으로 생각을 정리해보았지만 잇다른 사건에 동요한 나머지 냉정해질 수 없었다.



우선 근처를 둘러보니 문득 물이 가득 찬 전기 주전자가 눈에 띄었다.
나는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을 행동을 생각해냈다.
전기 주전자에는 더운 물이 가득 차있다.
이걸로 내려치면 아무리 괴력녀라도....
나는 딱히 페미니스트같은 것은 아니지만 보통 사람의 경우 여자 아이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일은 망설이기 마련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이 상황인 만큼 그런 것을 생각하고 있을 계재가 아니었다.
애시당초 아케미쨩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인간인지조차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여자를 때릴수는 없지 하며 여유 부릴 상황이 아니다.


나는 맘을 먹고 주전자를 집어들었다.


"이야아아아아압!!!!"


소리를 지르며 아케미쨩을 있는 힘을 다해 후려쳤다.
아케미쨩은 반대쪽 벽으로 날아가 쓰러졌다.
내가 살펴보려 하자 아케미는 상체를 들어올렸다.


"아프잖아. 뭐하는거야."


아케미쨩의 마치 장난으로 밀쳐지기라도 한 듯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를 보고 공포심으로 굳어버렸다.
그녀의 어투가 평온했기 때문이 아니다.


상반신을 일으킨 그녀의 얼굴은 코에서부터 그 윗 부분이 없었다.
반이 날아가고 없는 얼굴이 그런 말을 했던 것이다.


말도 안돼.
있을 수 없는 일에 나는 잠시 굳어졌으나 곧 정신을 차리고 손에 들고 있던 주전자를 아케미쨩에게 던져버리고 집 밖으로 뛰어나갔다.
도로로 나와 아파트를 돌아본 나는 그곳에서 또 터무니 없는 것을 목격했다.


아케미쨩이 한 손에는 중화 식칼을, 다른 한 손에는 그녀의 얼굴 파편을 들고 2층에 있는 내 방에서 뛰어내리고 있었다.
미칠 듯한 공포로 나이에 걸맞지 않게 눈물을 흘리며 목적지고 뭐고 상관 없이 전력으로 달아났다.

등 뒤 멀리서 딸깍 딸깍 소리가 났다.
필시 아케미쨩이 쫓아오는 소리일 것이다.
잡히면 죽을거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무아지경으로 달아나던 중 문득 아까 아케미쨩이 한 말이 떠올랐다.

[나]를 또 버리면 죽일거야.

[나]라는게 대체 무슨 의미지. 그 마네킹 손가락을 말하는 것인가.

이해할 수가 없지만, 그것이 이 모든 사태의 열쇠로 느껴졌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수가 없었다.
이것을 지니고 있으면 어디까지라도 쫒아올테고, 버리면 나를 죽이겠다고 했다.

하지만 버리거나 말거나 그녀는 나를 따라와 죽일 것이다.

이렇게 되면 문제는 버릴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버릴 것인가 였다.
얼마나 달렸을까 커다란 대로가 나왔다.
그리고 그 도로 건너 100m정도 떨어진 곳에 신사가 있는 듯 토리이(鳥居)가 보였다.


나는 아무런 근거 없이 이거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치고 숨이 넘어갈 듯 힘들었지만 마지막 힘을 쥐어 짜내 전력 질주로 길을 건넜다.
신사 앞 토리이를 통과하여 주머니 안에서 그 마네킹 손가락을 꺼내어 배례(拝殿: 신사에서 참배를 위해 세운 건문) 안에 던졌다.


그리고 동시에 도로쪽에서

끼이이이이이이익!!!!!

하고 자동차가 급브레이크를 밟는 소리가 들리더니 직후 쿵 하는 커다란 소리가 이어졌다.
토리이 너머로 차가 멈춰서 있는 것이 보였다.
설마 아케미쨩이 치인걸까.
조심조심 도로 쪽으로 다가가 보니 30대 아저씨가 차 앞에 서서 어딘가로 전화를 걸고 있었다.
아저씨는 경찰과 구급차를 부르고 있는 것 처럼 보였지만 이상하게도 아무리 둘러봐도 주변에는 쓰러져 있는 사람이 없었다.


"무슨일이세요?
"아 그게 말이야 학생...지금 방금 분명 사람을 쳤는데, 보다시피 사람이 없어졌어. 일단은 경찰에 신고라도 해두는 중이야."


분명 타이밍을 생각했을 때 치인 것은 아케미쨩일 것이다.

문득 길가쪽에 무언가의 잔해가 널려져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다가가보니 그것은 인형의 잔해였다.
하지만 인형의 잔해가 입고있는 옷은 분명 아케미쨩의 것이었다.


나는 혼란스러웠다.
아케미쨩의 목덜미의 이음새를 생각했을때 그녀가 인형이었을 가능성도 있지만, 지금 널려져있는 이 잔해처럼 명백한 싸구려 인형의 모습은 아니었다.
좀 더 사람같은 질감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여기 있는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어떻게 된 것일까.
[나]를 신사에 버렸기 때문에 제령 효과라도 있었던 것인가.
그렇게 안성맞춤으로 일이 진행될 수가 있는 것인가.
머릿속이 물음표로 온통 가득 찼다.
눈 앞의 현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잠시 후 경찰이 왔다.
나는 일단 목격자인 동시에 피해자이기도 했으므로 여러가지로 사정을 설명했지만 당연히 경찰은 믿어주지 않았다.
아케미쨩일지도 모르는 물체를 차로 치어버린 아저씨도 횡설수설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단지 한가지 이상한 일이 있었다.
인형들이라면 보통 손이나 다리, 몸을 연결하는 연결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경찰에 따르면 이 인형은 그러한 부분이 전혀 없었다.
즉, 어떻게 이 부품들의 사람의 형태로 이어진 것인지 알수가 없는 것이다.

아케미 쨩의 잔해로 미루어 봤을때 아마도 그 안에 무엇인가가 들어가 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은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
그 인형의 잔해는 경찰이 증거품으로 가지고 갔다.


참으로 허무한 결말이지만 그 날 이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가보니 이웃집에서 신고를 했는지 경찰이 와 있었다.
방에 남아있던 아케미쨩의 가방도 증거품으로 경찰이 가지고 갔지만 결국 신원을 알 수 있었던 것은 무엇 한가지  없었다.
아케미쨩이 가지고 다니던 휴대폰은 이미 몇년도 더 전에 해약되어 전화를 걸 수도 받을 수도 없는 무용지물이었다고 한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아케미쨩을 본 적이 없다.
나는 지금도 갑자기 사람들이 적어지거나, 인적이 드문 곳은 무서워서 가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