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인

[404호실에 이사 왔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실수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저 사람과 4층에 가보니 정말 있는 거 아닙니까. 깜짝 놀랐지만 세상에는 별 일이 다 있잖아요. 서류도 빈틈이 없고 건물주도 괜찮다고 하니 아무 문제 없을 겁니다.]

[무엇인가 변한 것은 없습니까?]

[손님이 많은 사람인 것 같습니다. 묘하게 밋밋한 얼굴의 사람이 많았어요. 전에 무슨 일을 하냐고 물었을 때 상담소를 하고 있다는 것 같았어요. 여러 사람의 고민을 들어 주고 있다고 하더군요.]


옆 방 놈들도 관리인도 모두 이상하다고는 생각지 않는 것 같다.

도시 사람들이 타인에게 무관심하다는 것은 정말인 것 같다.

한 번 더 가보기로 하고 놈의 방 벨을 다시 누른다.

[또 당신입니까... 적당히 해 주셨으면 싶은데요.]

[조금 방 안을 보여주지 않겠어?]

[거절합니다... 나는 돈을 내고 이 방을 빌렸습니다. 당신이 멋대로 들어올 권리는 없습니다...]

그 말대로다.

그러나 도저히 참을 수 없다.

무리해서 안을 보려고 놈을 밀어젖히고 방에 들어가려고 했다.

그 때 [쾅]하고 아무 것도 없는 공간에 부딪혔다.

뭐지 이건?

아무 것도 없는데도 마치 방탄 유리라도 붙어 있는 것 같다.

[방에 용건도 없이 들어가는 것은 허락할 수 없습니다...]

[나는 관리 회사의 직원이야.]

[그렇다고 해도 무단으로 출입할 권리는 없습니다.]

젠장.

그 말대로다.

놈과 이야기하고 있는데 엘리베이터가 멈추는 소리가 들리고 사람이 내렸다.

[오. 여기다, 여기야. 저기, 404호죠? 아, 안녕하십니까. 주문하신 물건을 가지고 왔습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 방입니다. 운반해 주시겠습니까.]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택배 기사는 내가 튕겨나간 공간을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고 지나쳐 방으로 들어갔다.

[뭐야, 어째서 저 놈은 지나가는 거야?]

[저 사람은 짐을 운반하는 게 일이니까요. 방에 들어가는 것은 당연하지요.]

말이 통하지 않는다.

어떻게든 나도 들어갈 방법을 생각해 봤지만 아무리 봐도 방법이 없다.

일단은 물러서기로 하지만 절대로 저 방 안을 보고 말테다.

어떤 마술인지는 몰라도 트릭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 계략을 파헤치자.


그 이후로 일이 영 손에 잡히지 않는다.

어떻게든 놈을 당황시키려고 여러가지 수를 생각해봤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좋은 수가 떠오르지 않는다.

[너, 요즘 붕 떠서 이상한 거 같은데.]

소장이 말을 걸었다.

[아, 사실은]하고 지금까지의 일을 말해 주었다.

[흠, 너 그런 짓은 안 된다. 손님의 프라이버시에 깊이 하고드는 짓은 좋지 않아.]

[그렇지만 놈은 살고 있어요. 404호에.]

[확실히 이상하지. 그렇지만 집세는 확실히 지불하고 있다. 관리 회사로써 그 이상 무엇을 기대하는 거야?]

[묘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까?]

[생각하지 않는다.]

[왜지요?]

[돈은 지불하고 있으니까.]

말이 영 통하지 않는다.

[손님에게 폐를 끼치거나 하는 일이 있다면 너에게도 결코 좋은 일이 있지는 않을거야. 자, 시시한 것에 신경쓰지 말고 똑바로 일해.]

시시해?

시시한 것인가?

소장도 관리인도 다른 거주자들도 이상하다.


그리고 결국 나의 의문도 풀릴 날이 왔다.

한 달이 지나고.

[아, 이봐. 전의 그 404호실이 퇴거한다고 한다. 가서 확인 수속하고 와.]

됐다.

드디어 볼 기회가 생겼다.

이것은 트러블이 생기지 않을 훌륭한 기회다.

반드시 트릭을 파헤칠테다.

[아무쪼록 실례되는 일은 하지마.]

404호의 벨을 누른다.

[아, 나갑니다.]

문이 열리자마자 발을 내디딘다.

좋았어!

이번에는 튕겨나가지 않고 그대로 방에 들어왔다.

이렇게 쉽게 들어오다니, 조금 맥이 빠진다.

[빨리 확인을 마쳐주시지 않겠습니까?]

흑인 녀석이 뭐라고 말해대지만 알 바 아니잖아?

나는 드디어 들어온 방 안을 차분히 둘러봤다.

무엇인가 이상한 것은 없을지, 어딘가 묘한 곳은 없는지 필사적으로 찾았다.

하지만 약 1시간 동안 찾았지만 어디에도 이상한 곳은 없다.

지극히 보통인 방이다.

나는 완전히 난감해졌다.

[졌다. 항복이야. 도대체 어떻게 한 건지 정말로 알고 싶어. 가르쳐주지 않겠나?]

[무슨 이야기지요...]

[이 방 말이야. 어떻게 방이 새롭게 생겨난거지?]

[나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계약이기 때문에 방이 생겨난 거지요. 계약 종료와 동시에 방은 사라집니다... 이미 확인은 끝났겠지요. 나는 이제 돌아갈 겁니다. 당신은 어쩔 겁니까?]

시치미 떼지마, 이 자식.

뭐가 계약이라는 거야.

비밀을 말하기 싫어서 그러는 거겠지.

분명 무슨 비밀도구라도 장착한 것일 것이다.

절대로 찾아낸다.

[아, 돌아가라고. 확인은 끝났어. 깨끗하네.]

[같이 돌아가시지 않겠습니까...]

이런 기분 나쁜 놈과 함께 걷는 것 따위 싫다.

[쿠쿠... 그렇다면, 먼저...]

그리고 놈은 방을 나갔다.

그로부터 놈이 돌아간 후에도 나는 계속해서 방 안을 살펴지만 아무 것도 없었다.

정신을 차리니 밖도 어둑어둑해져서 아무래도 벌써 저녁인 것 같다.

[일단 돌아갈까.]

나는 문을 열고 돌아가기로 했다.

그렇지만 문이 열리지 않는다.

잠금장치를 아무리 돌려도 안 된다.

나쁜 예감이 든다.

창문을 열려고 했지만 이것도 열리지 않는다.

베란다로도 나갈 수 없다.

문득 시계를 본다.

오후 3시.

그런데도 불구하고 계속 밖은 어두워져 간다.

밖에서 걷는 소리가 난다.

4층의 다른 거주자가 복도를 걷고 있는 것 같다.

문을 두들겨 [저기요! 문 좀 열어주세요!]라고 외쳤다.

그 사람은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 듯 지나쳐간다.

도대체 왜 밖이 어둑어둑한 것일까.

지금은 아직 3시인데, 왜 어두워진 것일까.

밖을 보면 그 동안 보아온 광경과는 전혀 다르다.

여태까지는 그저 보통의 평범한 거리였다.

그런데 지금은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어두운 공간만이 보일 뿐이다.

그로부터 벌써 반 년이 지났다.

놈의 말이 생각난다.

[계약 종료와 동시에 방은 사라진다...]

어쩌면 방은 사라지고 싶지 않은 게 아닐까?

계약 종료라는 것은 내가 방의 상태를 확인하고 이 방을 나가는 것이다.

즉 내가 이 안에 있는 한 이 방은 존재할 수 있다...

방은 나를 죽게 하고 싶지 않은 것 같다.

냉장고 안에는 언제나 먹을 것이 가득하다.

어째서인지 물도 나오고 전기도 통한다.


여기에서 나가고 싶다.

나는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