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이었다.
결혼한 지 3년이 지났는데도 몸이 별로 좋지를 않아 애가 생기지 않던 나는 남편과 상의하여 친정집에 여름 휴가차 내려가 있기로 결정했다.
때마침 엄마가 전화를 하여 잠시 내려와서 집 좀 봐달라는 얘기를 하셨고, 나에겐 이야기도 하지 않은 채 이사를 했다는 말씀도 하셨다.
내 몸을 생각해서 비밀리에 이사를 한 것이지만, 내심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남동생도 누나 몸이 좋지 않으니 말하지 말라고 했으며, 이사 후 바로 내겐 알리지도 않고 군대를 가버리고 말았다.
난 엄마에게 섭섭하다고 말하긴 했어도 고마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엄마의 얘기로는 전에 살던 마을에 친한 분이 수연을 베푼다고 하셔서 3일정도 집을 비우시는데 그동안 잠시 몸도 휴양할 겸 내려와서 집도 보고 쉬라는 말씀이셨다.
남편도 동의를 했고 내가 내려가 쉬는 동안 여름 휴가를 받아서 내려오겠단 얘기를 했다. 경기도 지방이라 그리 멀지도 않았기 때문에 그냥 나 혼자 내려가기로 결정했다.
새로운 집은 정말 고즈넉하니 아름다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집이 좀 오래되어서 그런지 약간 일본식 풍이 나고 있었으며, 마당 한가운데는 자그마한 연못까지 있어서 마음을 한결 푸근하게 만들어 주었다.
당시 방송집필 및 그림을 그리고 있던 나에겐 정말 좋은 환경이었다.
게다가 집 내부는 현대식에 맞게 화장실등이 실내에 들어가게 리노베이션을 해놓아서 재래식 화장실에 불결감을 가지고 있던 신식여성인 내겐 아주 적합한 환경을 제공해 주고 있었다.
내게 집 열쇠를 맡기고 수연에 가시는 엄마를 뒤로 하고 나는 편안한 마음으로 쉬기 시작했다.
시간은 오후 5시를 조금 넘긴 때였을 것이다.
잠시 마루에 걸터앉아 이곳의 풍경을 어떻게 화폭에 옮길까 고민하던 중이었는데, 잠깐 고개를 옆으로 돌리는 순간 어둑한 마루쪽에서 그곳에선 보이지 않는 화장실 쪽으로 뭔가가 살짝 움직이는 것을 본 것 같았다.
그것은 꼭 사람이 화장실 쪽으로 걸어가는 뒷꼭지 같았는데, 아무도 없는 집에서 누가 움직일리는 만무한 상황이니 섬뜩한 기운이 등골을 내리스쳤다.
나는 일어나서, 나무로 된 마루바닥을 밟으며 화장실 쪽으로 서서히 걸어갔다.
‘뿌드득… 뿌드득…”
마루에서 나는 나무들의 소음이 소름끼치게 들렸다.
화장실로 들어가는 길은 골목처럼 되어있었는데 빛이 닿지를 않아 어두컴컴했다.
문 앞에 선 나는 문에 귀를 대고 인기척을 느껴보려 하였다.
그러나, 안에서는 고무파킹이 완전히 물리지 않은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만이 들렸다.
용기를 내어 문을 “확”하고 열어젖혔다.
그러나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고, 역시나 수도에서 물방울만 똑똑 떨어지고 있었을 뿐이다.
몸이 안좋아 기가 약해져서 그런 것이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기분이 나쁜 것은 사실이었다.
다시 마루를 가로질러 아까 앉아있던 곳으로 걸어갔다. 막 앉으려는 찰나, 내 옆 눈으로 분명히 뭔가 하얀 물체가 마당 뒷곁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나는 겁이 났지만 일어나서 바로 그 곳으로 뛰어가 보았다.
그러나, 그 막다른 곳엔 쥐새끼 한마리 보이질 않았다.
머리가 어질어질 해지는 느낌이었다. 내가 정말 아픈걸까….
귀신이라는 존재를 내가 보게 되는 건가??? 그런 생각이 자꾸 떠올랐다.
무서웠다.
하지만, 내가 나의 몸 상태를 누구보다 잘 아니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도시의 소음에 익숙해져 있다가 그런 기계적인 소음이 전혀 들리지 않는 시골에 와 있어 조금 약해진 몸이 그 익숙함에 관성이 걸려 있어 허깨비를 보는 것이라는….
물론 그런 후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귀신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해가 지고 밤이 되기까지는…
오 이거 예전에 보고 찾았었던건데 ㄱㅅ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