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 비 내리는데 남의 집에 들어와 연못가에 앉아 있다는 말인가… 그것도 이 한밤중에…




그 사람은 하얀 한복을 입고 쪼그리고 앉아서는 두 손바닥을 쫙펴고 연못을 향해 내리치고 있었다.




“철퍼덕…. 철퍼덕…..”




그럴 때 마다 물이 튀어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번개가 번쩍이자 그 모습 또한 선명하게 순간적으로 보였다.





그것은…..





내가 생각하던 귀신이었다.



소복을 입고, 머리를 풀어헤치고….




난 기절할 것만 같았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 어두운데서도 모습을 뚜렷이 볼 수 있었던 것은 그 여자 주위로 뭔가 희뿌연 빛이, 아주 기분 나쁜 빛이 둘려 있었던 것 같다.




그 여자는 계속 그 짓을 반복했다.




난 기절할 것 같은 두려움에 어서 창문을 닫으려고 했다.





그 순간…






그 여자가 고개를 내쪽으로 “휙”하고 돌리는 것이 아닌가!!!






“아아악!!!!!!!!!!!!!!!!!!!!!!!!!!!!!!!!!!!!!!!!!!!!!!!!!!!!”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며 창문을 닫았지만 나는 똑똑히 보았다.




그 여자의 눈을……………




얼굴 윤곽은 잘 안보였지만, 눈만은 정확히 아직도 기억이 난다.




아무것도 없는 텅빈 것 같은, 퀭……한 두개의 눈이…….





나는 창문을 얼른 닫고,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이불을 뒤집어 쓰고 숨을 헐떡이며 공포에 떠는 내 모습을 느낄 수가 있었다.




죽을 것만 같았다.




그러다가 어쩐일인지 아무 기억이 나지를 않았다.




아마 기절한 것이 틀림 없으리라….






괘종시계가 2시를 알리는 종이 치는 소리가 들렸다.




머리가 많이 아팠고, 이불속으로 얼굴까지 넣고 누워있는 상태라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비는 여전히 미친듯이 퍼붓고 있었다.




제일 먼저 이불 속에서 귀를 기울인 것은 그 철퍼덕대는 소리인데….



다행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아침은 언제 오는 것일까….




나는 그리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이불 밖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온몸이 땀범벅이었다.




이불을 발밑까지 걷어낸 나는 요의를 느꼈다.




화장실을 가긴 가야겠는데 다리에 힘이 하나도 없고, 너무 무서웠다.




하지만 나가야지 생각한 나는 방문쪽을 바라보았다.




처음에 설명을 하진 않았지만, 문은 미닫이 문이었고, 아까 분명히 잠궈놓은 상태였다.




그런데 누가 들어와 있는 것이 아닌가…..





들어와서 가만히 서 있는 것이었다.




아까의 공포가 스멀스멀 온몸을 훑었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며 혹시 옷을 걸어놓은게 아닌가 자세히 살펴 보았다.




하지만 그것은 옷이 아니었다.




아까 연못가에서도 있었고, 지금 생각해 보니 해지기전 화장실쪽에도 있었고, 뒷곁쪽에도 있었던 그 여자였다..




번개가 번쩍였다…..




그 여자의 모습이 순간이지만 내 눈에 각인이 되었다.






머리를 풀어헤치고 소복을 입고 물을 뚝뚝 흘리며 서있는 그 여자….


아무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서 나도 그 무엇도 아닌 어딘가를 응시하는 여자….


그러나, 느낄 수 있는 것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의 느낌….






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그냥 이불 위에 앉은채 바지와 이불에도 오줌을 싸버리고 말았다.




잠옷과 이불이 펑 젖어갈 때쯤 내 뇌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다.




귀신은 분명 밤중엔 불빛을 싫어할 것이다.




난 손을 뻗어 유엔팔각성냥통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손에 잡히는대로 떨리는 손으로 성냥을 꺼내어 한꺼번에 불을 붙혔다.




"촤악~~~~~~~~~~~”





한 개가 아닌 여러 개의 성냥이 합쳐져서 불이 붙자 방안이 환하게 밝아졌다.




그때였다.



그 여자가 갑자기 내 쪽으로 방향을 정확하게 튼 것은…




그리고는 내 쪽으로 서있는 상황에서 날아오기 시작했다.




또한 그 여자는 무슨 영화에서 클로즈업되듯이 점점 커지면서 굉장한 속도로 나에게 다가오더니 내 바로 눈앞에서 “퍽!!!”하고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닌가!!!




“으아아아악!!!!!!!!!!!!!!!!!!!!!!!!!!!”




나는 미친듯이 소리를 지르면서 펄떡 펄떡 뛰었던 것 같고 그대로 기절해 버린 것 같다.




기절하는 내 귓가에 들려온 것은 다시 시작된 다듬이 두드리는 소리……








내가 깨었을 때는 이미 오전 10시가 지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누워 있을 수가 없었다.




나는 얼른 일어나 집안 열쇠를 챙긴 다음 그 집을 죽어라 하고 빠져나왔다.




아직 조금씩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곧 그칠 것 같았다.




우산도 못쓴 채 얼른 옆집을 찾아갔다.





문을 두드리자 아주머니가 나왔다.




내 생각에는 그 집이 바로 옆집이었는데도 아마도 50미터 이상은 떨어져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니 내가 소릴 질러대도 못들었을 것이고, 빗소리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아주머니, 제가 사정이 있어서 그런데 저 집이 저희 집이거든요. 제가 지금 서울을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저집 할머니 돌아오시면 열쇠 좀 전해주세요. 아마 내일모레쯤 오실거예요”




그 아주머니는 알았다고 했고, 고맙다는 인사를 한 후 돌아서는데 한마디를 던졌다.






“그런데, 어제 웬 다듬이는 그렇게 밤새 두드렸어요?”






다듬이…..??




그럼 그 소리가 내가 들은 환청이 아니었단 말인가?






나는 서울로 올라와서 엄마에게 전화가 오기만 기다렸다.




이틀 후 전화가 왔다.





난 엄마에게 내가 돌아오게 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엄마가 내가 몸이 약해 그런것이라고 할 줄 알았던 나는 뜻밖의 얘기를 들었다.






“나만 그런게 아니었구나. 이사한 후로 자꾸 집안에 혼자 있으면 뭐가 있는 것 같고, 밤마다 흉측한 꿈에 가위에…. 나도 처음엔 몰랐는데 자꾸만 그래서 말이지….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가 보다 얘….”







그리고 얼마 안있다 엄마는 다시 이사를 하게 되었다.





그 집이 무슨 사연이 있는지 그 귀신이 무엇이었는지 지금도 나는 절대 알고 싶지 않다.




하지만, 난 평생을 그 공포스러웠던 추억을 간직하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무척 슬플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