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외곽의 한적한 학원에서 나를 비롯한 200명의 남, 녀 학생들이 직, 간접적으로 경험한 일이며 이 이야기는 아직도 쉬쉬하며 숨겨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10년이나 지난 만큼 조금은 공개해도 될까 싶어 글을 올려본다.. (물론 내 주위 친구들에게는 모두 이야기 한 것이다.) 이 사건후에 몇몇 친구들이 모여 그 당시 모방송국에서 방송하던 "다큐멘터리 이야기 속으로..."에 사연을 신청하려다 학원 측의 강력한 반발로 무산된 적도 있었다. 모든 강력사건에도 공소시효가 있는 만큼 이제 이 일도 그 학원측에는 더이상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다. (부산에 본원을 둔 그학원은 아마 지금은 없어졌을지도 모른다.)
재미없더라도 내가 겪은 기묘한 일들에 한번쯤 귀 기울여 주기를 부탁드린다.


정확히 10년도 더 전에 1992년 초 겨울, 내가 중학교 2학년이었을 때이다.

나는 그 당시 고등학교 진입을 앞두고 (그당시 내가 사는 지역은 고등학교 들어갈 때도 시험을 봐야만 했다.) 부모님의 성화에 못이겨 겨울 방학동안 합숙 전문 학원에 들어가야만 했다.

왜, 방학내내 기숙사와 식당 그리고 전문 강사진들로 이루어진 학원에서 스파르타 식으로 공부해야 하는 학원들 말이다.

그 당시는 내가 들어가려고 했던 고등학교는 일단 입학만 하면 경상도내에서는 서울대 들어간 것 만큼이나 인정을 해 주었기에 나는 그 소중한 방학을 포기해가며 학원에 입소했다.

부산 지역에서도 이름을 날리고 있던 이 학원은 인근 도시의 외곽 시골 지역에 그들의 첫 분원을 내고 약 200명 정도의 학생들을 받았다.

내가 처음 그 학원에 들어갔을 때의 그 실망감... 학원 뒷쪽으로는 작은 산과 주위로는 완전한 논과 밭, 그리고 주변의 조그만 마을... 정말 방학동안 공부만 해야할 판이었다.

첫 인상에서 이 학원이 굉장히 특이했던 점은 교실 건물과 기숙사/식당 건물, 그리고 학원을 두르는 담벼락이 모두 흰색, 심지어 내부까지 모두 흰색이었다는 점이다.

보통 한적한 곳에 새하얀 건물을 그렇게 지어놓으면 마치 병원, 그것도 정신병원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에 보통은 흰색을 잘 안쓰고 주위 배경에 맞춰 색을 정한다고 했다.

또, 그 당시 겨우 15년을 살았었지만 살아오면서 그렇게 빨간 노을, 학원의 뒷 산으로 지는,을 본적이 없었다. 그건 친구들 역시 마찬가지 의견이었고 모두들 기분나쁘다고 말하기도 했다. 추운 겨울에 그 노을은 학원의 분위기를 더욱 더 음침하게 만들었다.

여하튼 처음 1주일 동안은 친구들 사귀느라 수업시작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물론 아무런 일도 나타나지 않았다.

2주째 학원 생활에 접어 들기 시작하면서 학원 분위기가 조금씩 술렁이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귀신이라는 소문이 떠돌기 시작했다.

하지만 200명이 넘는 원생들 중에 고작 몇명이 귀신 얘기를 했다고 해서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었다. 이상한 경험을 했던 몇몇 애들이 오히려 꿈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지금 그때 그 얘기를 종합해 보면 가장 많이 나오던 얘기가 우물 근처의 벤치에 새벽에 앉아있던 사람의 정체였다.

학원은 크게 교실건물과 기숙사 건물 2개동이었고 그 사이에 벤치에 둘러싸인 우물을 비롯한 아담한 정원이 있었다. 기숙사는 2층부터 4층까지 총 3개층이었고 기숙사 창문에서 내다보면 그 벤치까지 직선거리가 약 70여미터 정도 되었다.

그 당시에도 일찍 성숙하여 담배를 피는 중학생들이 있었고 그 애들은 보통 새벽시간에 창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담배를 피웠다. (취침시간 이후에는 아예 건물 밖으로 나가는 문을 잠궈놓는다.)

그때 담배를 피우던 애들의 말에 따르면 그 새벽 시간, 그것도 혹한의 추운 겨울에 가끔씩 그 벤치에 남자인지 여자 인지 모를 사람이 앉아 있더라는 것이다.
(상상을 해보라. 그 추운날 사람의 왕래도 거의 없는 그 시골에 누가 무슨 이유로 학원 마당에 앉아있는가©)

건물 밖으로 나가서 확인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후레쉬를 비쳐보기도 하고 창 밖으로 몸을 쭉 내밀어 확인을 해보려해도 뒷 모습 밖에는 볼 수 없었다고 한다.

또, 누구는 화장실에서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고 했으며 기숙사 방 창문으로 (기숙사 방 출입문에는 조그만한 감시창이 달려 있어 내, 외부에서 서로 볼 수 있게 되어있다.) 새벽에 누군가가 안을 들여다 보더라는 등의 많은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처음으로 한 학생이 짐을 싸서 나가게 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평소 우리반에 지환이라는 녀석이 같은 반의 세은이라는 여학생을 공개적으로 좋아한다며 쫓아다니고 있었다. (내가 여기에서 쓰는 모든 이름은 가명이다.)

지환이 놈이 어느날은 요상한 꿈을 꾸었다며 아침 1 교시에 반 아이들에게 얘기하고 있었다. 그 녀석의 침실은 창문쪽 2층이었는데 그날 밤 창문을 등지고 자고 있다가 몸을 창문 쪽으로 돌리며 눈을 떳다고 한다. 그 때 창문 밖으로 왠 여자애 머리가 밑에서 위로 쑥 올라가더란다. 너무 놀란 나머지 몸을 일으켜 세웠더니 그 머리가 다시 밑으로 내려오는데 그 얼굴이 바로 세은이의 얼굴이었다는 것이다.

그 녀석은 너무 놀란나머지 옆에서 자고 있던 친구를 깨웠지만 그 이후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오히려 욕만 들어먹고는 이불을 뒤집어 쓰고는 벌벌 떨다가 잠이 들었다고 했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듣던 세은이가 갑자기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울기 시작했다. 몸을 사시나무 떨듯이 떨며 울던 세은이가 조금씩 울음을 그치기 시작하며 하던 말은 우리반 모두의 몸과 마음을 얼려버렸다.

그 말은, "나도.. 어제 꿈을 꾼것 같은데....나.. 기숙사.. 창 밖에서 새벽에.... 지환이가 자는 걸 지켜봤었어...."

그게 꿈이었던 현실이었던, 지환이와 세은이가 그 새벽에 서로의 모습을 봤다는 말이었다.

이 소문은 조금씩 술렁이던 학원의 분위기를 완전히 뒤집어 엎어놓고 말았다.

이틀 후 세은이는 짐을 싸서는 집으로 돌아갔다..

세은이가 떠난 이후 선생님과 사감 선생님들 (같이 숙식하면서 학생들의 생활을 지도하던 대학생 형님들)이 술렁이던 학원 분위기를 더욱 엄격하게 잡아가기 시작했다.

여자아이들이 많이 동요하긴 했지만 남자 아이들은 오히려 스릴 넘친다며 재미있어 했다. 어떤 반에서는 조를 짜 밤을 새며 귀신의 정체를 파헤치기로 했다는 얘기도 있었다. 하지만 얼마못가 또다른 사건이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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