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 부터 10년 쯤 전에 제가 군대에 있을 때 겪은 일입니다.
군대 시스템에 관해 이것 저것 이야기 하면 쓸데없이 글만 길어지니까 그냥 간단히 쓰겠습니다.
제가 일병을 달았을 때쯤 우리는 진지에서 교육소대로 내려 왔습니다.
석달 정도 진지 생활 후 1달 정도는 중대에 있는 교육소대에 내려와 그냥 작업이나 하면서 쉬는 겁니다.
어찌되었든 경계 근무는 안서지만 불침번은 서야 했었죠.
어느 날은 제가 초번초 불침번에 걸렸습니다. 밤 10시부터 12시까지 불침번을 서는 거죠. 점오하고 소등하고....취침등 켜고......
뭐 평소와 별다를게 없었습니다.
피곤했는지 고참들도 다 자는거 같고 깨어 있는 사람도 없는 것 같았습니다. 그 날 따라 유독 일찍들 자더군요.
평소 같았으면 선임들이 일직사관 몰래 TV를 본다거나 막 들어온 후임병을 갈구며 농담을 지껄이곤 했을 텐데....
10시에 불을 끄자 마자 전부 시체들 마냥 디비져 자더란 말입니다. 난 '오히려 잘됐다' 라고 생각하고는 탄티 풀고 하이바 벗고 침상에 걸터
앉아 휴가 나가면 뭐하고 놀까 하고 궁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한 11시쯤 됐나?
귀에 뭐라고 중얼중얼 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저는 누가 잠꼬대를 하나 싶어서 다시 일어나 내무반을 한바퀴 돌아 봤습니다.
모두들 조용히 자고 있더군요.
가끔씩 휴대용 라디오를 몰래 반입해서 잘 때 마다 듣는 고참이 있었는데 그 고참도 오늘은 조용히 자고 있었습니다.
'도대체 누가 아직까지 안쳐자고 떠드는 거야....ㅅㅂ....'
굉장히 가까이서 나는 소리 같은데 도통 어디서 나는 소린지 감이 잡히질 않았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말소리가 뚝 끊기길래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하고 다시 침상에 걸터 앉아서 쉬었습니다.
그런데 또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그래서 '이번엔 찾아야 겠다' 싶어서 온 신경을 귀에 집중해서 들어봤죠.
자세히 들어보니 한사람이 말하는게 아니라 두사람이 말하는 소리더군요.
분명 두 사람이 말하는 소리고 제 귀에다 대고 말하는 것처럼 또렷히 들리지만 도대체 무슨 대화를 하는 건지 내용을 알 수는 없었습니다.
방향이랑 거리는 커녕 막사 안에서 나는 소린지 밖에서 나는 소린조차도 모르겠는데 말소리는 똑똑히 들리는 겁니다.
짜증이 조금씩 밀려왔습니다. 혹시나 근무자를 갈구러 온 간부인가 싶어서 막사 밖에도 나가봤지만 개미 새끼 한마리 안보였습니다.
막사 밖에 있어도 말소리는 분명히 들리는데 어디서 나는 소린지는 알 수가 없으니....
'ㅅㅂ 오늘 무슨 날인가...젓 같네...'
조용히 앉아서 쉴려고 했는데 쓸데 없이 돌아다녔더니 잠도 다 깨고.....막사 밖으로 나간 김에 담배 한대 피우고 내무반으로 들어왔더니
더 이상 중얼거리는 말소리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환청이었나부다. 아님 이젠 정말 쳐자는건지....어쨌든 조용해 졌으니 됐다' 라고 생각하며 다시 휴가 생각만 했습니다.
'10분 정도만 있으면 근무도 끝나니까 푹자자' 라고 생각하고서 침상에서 일어나 다음 근무자를 깨우려고 하는데.......
갑자기 ' 탕~~~ ' 하는 소리가 엄청크게 울리는 겁니다.
저는 순간 멈칫하며 머리 속으로 빛보다 빠르게 이 소리의 정체를 파악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이 정도 크기의 데시벨로 이런 종류의 소리를 낼 수 있는 건........총소리 밖에 없다......
순간 '좃됐구다~' 싶어서 막사를 뛰쳐나와 바로 옆에 있는 사격장 쪽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이 정도 소리를 들었으면 본부중대쪽 근무자가 뛰쳐나오고 지통실(지휘통제실)에서도 근무자들이 뛰쳐나와야 정상인데.....
밖에는 고요한 적막감만 흐르고 있었습니다. 너무도 조용했죠...
그 때 중대쪽에서 검은 그림자가 어른거리는게 보였습니다. 점점 다가오고 있는 검은 그림자는 곧바로 저를 향해 오고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근무 교대를 하려는 경계근무자들이었습니다.
저는 얼른 다가가서 경례를 한 후 이렇게 말했습니다.
"정XX 상병님, 방금 이상한 소리 못들었습니까? 총소리 같은거 말입니다."
"뭐? 총소리? 지랄을 하고 자빠졌네~비켜 이 새꺄~"
중대 근무자들은 잠이 덜깬 표정으로 천천히 저의 시야에서 사라졌습니다.
다음날 아침 소대 선임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했을 때 날아오는 갈굼들은 자연스럽게 저의 입을 다물게 했습니다.
' 또 졸았냐? 근무 똑바로 안서지....이 개XX'
' 아주 총알을 귀꾸녕에 바가삐가부다~이 호러 자슥....'
난 분명히 들었는데....글구 안졸았는데...썅....ㅠㅠ
불침번은 전투모 썼었는데, 방탄쓰고 불침번이라니... 존나 빡쳤을듯
불침번 근무때 방탄 쓰면 빡치긴 하겟네요
다들 쉬쉬하는거 보면 무슨 일이있었던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