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식탁에 앉아 한 마디의 대화도 없이 식사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그것은 식사라기보다 단순히 꾸역꾸역 밥을 집어삼키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는 것과도 같았다. 그는 내게 눈길조차 건네지 않았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적어도 어젯밤 일에 대해 무슨
해명이라도 해야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몇 번이고 입을 들썩이다 어렵게 입을 뗐다.
"여보."
"응." 남편은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제 일 말이에요."
"응."
"나한테 어느 정도 설명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응."
너무나도 태연하게, 또 당당하게 튀어나오는 그의 대답. 순간 말문이 막힐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손에 들고 있던 숟가락을 챙, 소리가 날 정도로 요란스럽게 내려놓으며 말했다.
"왜요?"
"왜냐구?" 남편의 광대가 씰룩씰룩거렸다.
"그건………."
그는 말끝을 흐리며 식탁 밑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내들었다. 검은 봉투였다. 거기선 엄청난 악취가 퍼져나오고 있었다. 그걸 왜
어제는 못 맡았었는지가 스스로 놀라울 정도였다. 양 손으로 코를 틀어 막았지만 소용 없었다. 그 냄새는 고등어가 썩어가는 냄새
같기도 했고, 죽은 동물의 시체가 썩는 냄새 같기도 했다. 어쨌거나 확실한 건, 그 검정색 봉투 안에 무엇이 들어있던 간에 어서
그것을 치워버리는게 최선이라는 것이었다. 욕지기가 넘어오는 것을 간신히 참아가며 남편에게 물었다.
"그게 뭐죠?"
"음, 이건 내가 정말로 아끼는 건데………."
그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야기죽거리는 미소로 그것을 살랑살랑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검정색 비닐 봉투의 매끄러운 표면에는
오톨도톨하게 튀어나온 곳도, 삐죽이 튀어나온 곳도 있었다. 꽤나 많은 양의 무언가가 담겨 있는 것 같았다. 봉투가 흔들릴 때 마다
참을 수 없는 악취가 점점 더 심해져갔다. 나는 큰 소리로 외쳤다.
"당장 치워요!"
"왜, 당신도 먹어봐. 아주 맛있는 거거든."
"뭐라구요?"
일순 남편의 눈이 희번득해졌다. 그는 검정봉투 안의 무언가를 식탁위에 차근차근히 늘어놓기 시작했다. 나는 곧 비명을 지르며 의자를
박차고 일어났다. 남편의 손에서 하나, 둘씩 딸려나오는 것은 죽은 태아의 것으로 보이는 팔, 다리들이었다. 군데군데가 흉물스럽게
문드러져 뼈가 드러나와 있었고, 시뻘건 피가 소스처럼 곁들여져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남편은 그것을 먹음직스럽게
쳐다보며 입맛을 다시기 시작했다. 나는 또 다시 뛰쳐나오는 비명을 막을 수가 없었다.
"자, 맛있겠지?"
그는 귀청이 떨어질 정도로 질러대는 내 비명이 즐겁기라도 한 듯, 더욱 바삐 손을 움직여 태아의 간, 콩팥, 지라 따위의 내장들을
줄줄이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가 물컹거리는 간을 집어 들어 게걸스럽게 그것을 한 입 베어 물었다. 분수와 같은 핏줄기가 그의
이빨 자국 사이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남편은 그것을 껌처럼 오물오물 씹어 먹으며 행복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베어 문 간
사이로 담관과 혈관이 흉물스럽게 뒤엉켜 있는 것이 보였다. 남편은 행여 한 방울의 피라도 흐를 새라 부지런히 그것을 핥아먹고
있었다.
나는 현관을 향해 전속력으로 도망쳤다. 남편이 용수철처럼 식탁에서 튕겨 나와 후들거리는 내 뒷덜미를 낚아챘다. 우레 같은 비명이
다시 한 번 뛰쳐나왔지만, 남편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두툼한 손으로 내 입을 틀어막았다. 있는 힘껏 발버둥을 쳐보아도 모두
헛수고였다. 남편이 한 손으론 입을, 한 손으론 뒷덜미를 잡은 채, 나를 개처럼 끌고가 억지로 식탁의자에 앉혔다.
"자, 당신도 먹어봐."
"그만해!"
"먹어보라니까. 우리의 아이야. 맛있다구. 아마 당신도 한 입 먹어보면 좋아 하게 될거야."
새된 비명들은 계속해서 목구멍에서 꺼져갔다. 남편이 또 검정봉투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태아의 머리였다. 하도 악을 쓰며 소리를
질러댄 탓에, 안구의 모세혈관들이 터지며 핏물에 가까운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태아의 머리는 진홍색 피로 뒤범벅이 되어
있었다. 천정의 백열등 빛에 반사된 핏빛은 괴괴하게 반짝거렸다. 그는 태아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있는 힘껏 망치로 내리 찍었다. 보기 좋게 으스러진 태아의 두개골 속에서 희멀건 뇌수가 흘러나왔다. 남편이 다시 한 번 입맛을
다시며 그것들을 핥기 시작했다. 구역질이 나왔다.
"자, 아."
그는 회백색의 뇌수를 몇 번이고 핥다가, 이제는 내 입에 강제로 쑤셔 넣으려 했다. 나는 입을 벌리지 않으려 끝까지 안간힘을
썼지만, 남편의 완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찔끔찔끔 벌어지는 입술 틈 사이로, 기어이 태아의 뇌 조각을 쑤셔 들어왔다. 그것은
반사적으로 식도로 넘어가 위장으로 흘러들어갔다. 토악질이 나왔지만 남편은 그것마저도 억지로 삼키도록 벌어진 입 속으로 왈칵왈칵
물을 들이부었다.
"어때. 맛있지?"
남편이 광소를 내뿜었다. 이제는 온 몸이 기진맥진하여 팔다리가 축 늘어지진 상태였다. 더 이상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스르르
눈이 감겼다. 입 안에선 태아의 그 감촉이 도무지 사라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샛노란 액체가 입 안에서
쏟아진다. 그 사이로 매끈한 무언가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뇌 조각이다. 찐득한 담즙들 사이에 역겹게 버무려진 그 모습을 보니,
또 다시 무언가가 역류한다. 정신이 아찔해진다. 눈이 감긴다.
타는 듯한 갈증에 눈을 떴다. 꿈이었구나. 온 몸은 식은땀 범벅이었다. 시계는 3: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야말로
'미드나잇'이었다. 나는 가쁜 숨을 계속해서 몰아쉬었다. 후우-, 후우-. 이 모든 것이 꿈이라는 사실이 얼마나 기쁜지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래, 이건 정말 너무나도 끔찍한 악몽이었어. 다시 이런 꿈을 꾸게 된다면 차라리 죽는 게 낫지. 꼴깍,
침이 넘어간다.
무심코 침대 옆을 더듬으니 남편이 없었다. 온 몸이 움찔거렸다. 꿈은 반대라는 말도 있잖아, 라고 애써 생각하며, 최대한 의연하게
안방 불을 밝혔다. 모든 것은 그대로였다. 단지 새벽녘의 적막함만이 낮게 몸을 웅크리고 있을 뿐이었다.
거실에 나가보니 베란다 밖에 우두커니 남편이 서 있었다. 하지만 고개를 처박고 있다거나, 혹은 무언가를 게걸스럽게 먹고 있진
않았다. 그는 그저 담배 한 대를 피우고 있었다. 늘상 있던 일이다. 남편은 애연가니까. 뿌연 담배연기가 허공에서 유유히
흩어진다.
"어, 여보, 깼어?"
바깥 날씨는 꽤나 추웠는지, 양팔을 비비적거리며 거실로 들어온 그가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슬쩍 열린 베란다 문틈 사이로
들어온 서늘한 밤바람이 나와 그를 휘감는다. 꿈속의 그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그냥. 그냥, 내 남편이었다. 안도의 한숨을 쉬이
새어나왔다. 그가 다시 미소를 짓는다.
"미안, 나 때문에 깼구나."
"아니에요."
"여보."
별안간 남편이 내 손을 부여잡았다. 거칠고 두툼한 두 손이 내 두 손을 부둥켜안 듯 감싼다. 그의 손에서 온기가 느껴졌다. 덩달아 내 마음도 진정이 되는 듯 했다.
"네?"
"요즘 많이 힘들었지. 일한다고 만날 늦게 들어오는 나 때문에, 요즘 당신한테 제대로 신경도 못 쓴 것 같아 미안해."
"아니에요."
남편의 표저이 자못 진지하다. 나는 쑥쓰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남편이 공연히 부스스한 머리를 긁적이다, 곧 서류가방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내 들었다. 반지케이스다. 열어보니 눈이 부실 정도로 화려한 다이아몬드 반지쌍이 들어있었다. 나도 모르게 조그마한
탄성이 흘러나왔다.
"우리 얼마 안 있으면 결혼 3주년이잖아."
"벌써 그렇게 됐나요?"
"그럼. 일찍 챙겨주고 싶었어."
"고마워요."
내색하지 않으려 했지만, 좋은 티를 감출 수 없었다. 남편이 그 모습을 보며 말했다.
"고맙긴, 이렇게 오밤중에 갑자기 당신한테 반지를 주게 될 줄이야. 사실 아침에 몰래 식탁에 두고 나가려 했거든. 근데 갑자기,
당신이 내일 아침 이 반지를 받아들었을 때 어떤 표정을 지을지가 너무나도 궁금해지더라고, 그래서 이렇게 생뚱맞게 주게 됐네.
미안해. 내가 너무 로맨틱 하지 못한가?"
남편은 머쓱했는지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리고 그는 무언가를 또 꺼내들었다.
"아ㅡ, 그리고 이건, 우리 '3주년' 기념으로 당신에게만 주는 선물! 짜잔!"
금박지로 고이 포장된 적당한 크기의 상자. 나는 들뜬 마음에 서둘러 그것을 풀어헤쳤다. 조그마한 반지 케이스 사이즈의 선물상자가 담겨 있었다. 상자를 열자마자 그가 활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 선물이야. 당신도 한 입 먹을래?"
밥도둑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