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름 날이었다.

기억하기로는 그 해 여름 내 몸상태는 그다지 좋지 않아

계절이 지나도록 내내 집에서 쉬는 바람에

친구들과의 피서계획도 모두 파투가 난 터였다.

그 일이 있던 날 나는 나홀로 집에였다.

부모님은 해외로, 하나뿐인 형은 친구들과 바다로 놀러간 탓에

형이 돌아오기까지 이틀동안 혼자 집을 봐야 했는데

그때도 역시 몸상태가 좋지 않았다.

늦은 밤 부엌 보조등만 켠채 남은 죽을 퍼먹으며 허기를 달래고 있었다.

그러다 음료가 마시고 싶어졌는데 시계를 보니 새벽 두시였다.

집앞 마트는 문을 닫아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편의점까지 가야했지만

음료가 많이 당겨 아픈 몸을 이끌고 다녀오게 되었다.

(나는 며칠 간 이 단순한 사건의 발단을 두고두고 후회하게 되었다)

음료를 사가지고 들어오는데 불을 켜지않아 어두컴컴한 거실의 소파에서 형이 내게 물었다.

\"어디 갔다와?\"

\"응 편의점. 음료수 사러 갔다왔어\"

나는 다시 식탁에 앉아 죽과 음료수를 먹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안방에서 엄마가 말했다.

\"많이 아프니?\" (안방과 부엌은 서로 잘 보이는 위치에 있었다)

\"아뇨 괜찮아요..\"

\"어서 자거라..\"

\"네 이것만 먹고요...?\"

문득 엄마 말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

\"누...구...?\"

안방을 바라보던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거실의 소파를 보았다.

물론 아무도 없었다.

나는 그토록 소름돋은적이 없다.

부엌 식탁위의 보조등만 켜놨던 나는 부엌과 거실의 형광등을 모두 켜고 조심스레 안방의 불까지 켰다.

아무도 없었다.

순간 머릿속으로 되감기를 하여 생각해봤다.

편의점 갔다가 다시 집에 들어올 때... 소파에는 분명히 남자의 어두운 그림자가 있었는데 난 왜 그것을 형이라고 생각했을까..

그리고 안방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나는 곧바로 친구 자취방으로 가서 이틀동안 그곳에서 머물렀다.

지금 생각해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