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늦잠을 좀 자서 그런지 잠이 안와서 과자만 씹고 있다가 갑자기

20살 초반의 사건이 떠올라서 적어봅니다.

 

20살 초반의 저는 칵테일바에서 근무했습니다.

그렇게 작지도 그렇게 크지도 않은 아담한 사이즈의 충청남도 세종시의 칵테일 바 였습니다.

 

근무하는 인원은 당시 26살 h언니 ,  23 s언니 , 21살 j 언니 , 저와 동갑인 제 친구 k까지 저 포함 총 5명이 근무하는 곳 이었습니다.

 

저는 주로 오픈이라 항상 6시 30분쯤에 가게문을 열고

가게를 청소합니다.

 

정석 대로라면 s언니와 같이 오픈을 하는게 맞았지만

( 당시 남자친구와 동거하고 헤어진 후 지낼곳이 마땅찮아 직원들끼리 합심해서 h언니,h언니의 애인,s언니,저 이렇게 4명이서 같은 아파트에 함께 살때 였습니다. ) s언니는 잠이 많아 깨워도 일어나질 않으셔서 저 먼저 오픈 준비하며 있었을때 마침 j언니가 왔습니다.

 

평소 직원들끼리와는 별로 말도없고 s언니에게 그다지 좋은 말을 듣지못한 저는 j언니가 조금은 불편했습니다.

 

j언니는 저에게 인사를하고 능숙한 솜씨로 컵을 씻고 닦고 아주 빠른속도로 정리를 마쳤습니다.

저는 언니의 속도에 감탄하며 j언니에게 말을 걸었고

그 일 이후로 j언니와 저는 친해졌습니다. 

 

인원 변동이 거의 없는 여자들의 세계가 그러하듯

4명이 있다가 3명이 되면 빈 사람 얘기를하고

자신보다 조금이라도 잘 난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이 이랬대라며 험담 릴레이를 하던 중

j언니 얘기가 나왔습니다

 

마침 손님도 없고 사장님은 요즘 바빠서 출근을 잘 안하시고

저와 H언니 S언니 셋이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던 날이었습니다.

 

s언니 : " h언니 j좀 기분나쁜것 같아요 저를 언니로 안보는것 같고 자기학교 선배 알죠? 잭다니엘 작은거 한 병 시켜서 마감까지 있는 ㄴ.

그 ㅅㄲ 앞에서 계속 알짱거리면서 있길레 꼴 보기 싫어서 제가 앞으로가서 " 무슨얘기 해요? " 라면서 말 좀 걸고 j야 넌 옆 손님좀 봐 라며 어깨를 툭툭 치니 기분나쁜 표정으로 절 훑어보고 가는거잖아요 이거 완벽하게 절 무시하는거 아니에요? "

 

h언니 : 정말? j가 그랬다고? 잘했어 s야 , 돈 안되는 사람은 그렇게 앞에 줄창 안있어도 돼 너( 제 본명을 불렀지만 편의상 너 로 하겠습니다. )도 알아들었지? 

 

저 : 네? 알겠어요 언니 근데 j언니가 그럴 언니가 아닌데..  s 언니가 무슨 오해가 있으셨나봐요 제가 J언니에 대해서 좀 아는데

 

s언니 : 너 야, 너는 너무 착해서 탈이야 무조건 j 감싸주려고 안해도 돼 언니가 어디 없는말 하니? 그리고 2주 차이나지만 내가 너보다 j 많이봤고,

원래 학교 선배라도 손님이랑 같이 가면 안좋은거야 아무리 그냥 집에 대려다주는거라도 오해받는다고 오해 받으면 무슨 소문 도는줄 알아?

그런 소문돌면 우리만 손해라고.. k한테도 잘 얘기해 손님이랑 너무 친하게 지내지 말라고 우린 칵테일바에서 일하는거지 섹시바나 2차 나가는 바에서 일하는 곳이 아니니까 서로서로 인지하고 행동하자.

 

h언니 : s야 근데 이건 그냥 넘어갈 수 없겠다..

사장님한테 j에 대해 말씀드리자.

 

대충 이런 식으로 j언니가 좀 수렁에 빠지게되는 분위기로 흘러갔습니다.

저는 앞에서 못할 말 뒤에서도 하지 말자라고 생각해서 최대한 말을 아꼈지만,

근무 일수도 제가 제일 적고 나이도 많이 어린 상황에서 언니들에게 더 이상 말을 하는건 하극상이라 생각하여 입을 닫았습니다.

 

그러고 언니들이 일이 있다고 일찍 퇴근하고

k는 술에 취해서 카운터쪽 스텐드에서 엎드려 자고있고

 

저와 j언니가 냉장고에 남은 술을 채워넣고 간판 불을 끄고있을 대 쯤이었습니다.

 

J언니 : 너야

 

저 : 네?

 

J언니 : 있잖아 내가 꿈을 꿨는데..

 

라며 언니가 말을 이어갔습니다.

 

친해진 후에는 활발하고 마음깊은 언니라는걸 알았지만 먼저 자기얘기는 잘 하지 않는 언니였습니다.

꿈이라던가 과거에 여행갔던 얘기라던가는 많이 해줬지만 힘든얘기나 묻지않은 자신의 이야기를 듣는건 처음이어서 저는 조금 놀란 표정으로 언니의 말을 들었습니다.

 

J언니 : 내가 꿈을꿨는데 한 마을에 동물들이 살고있었다

거기엔 사자랑 여우랑 고양이한마리 곰한마리 강아지 한마리 그리고 그들을 챙겨주는 맘씨좋은 아주머니 한 분이 살고있었어.

 

저 : 되게 개연성 없는 동물들이지만 귀엽네요ㅎㅎ

 

J언니 : 응 그렇지

그 마을은 정말 평화로웠거든 맘씨좋은 아주머니가 모두가 공통되게 먹이를 주고 사자에게도 여우에게도 강아지에게도 곰에게도 고양이에게도 모두 필요한 만큼의 서식지를 줬거든 그런데 어느날 그 아주머니가 몹시 바빠진거야 그래서 사자에게 몇일치의 먹이를 맏겨두고 몇일간 동물들을 돌봐주러 오지 못한거야

어김없이 밥 시간은 됐고 동물들은 밥을 먹으러 늘 밥을먹던 그 장소에 모였어.

사자는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동물들에게 밥을 나눠주려는 그 찰나 여우가 사자에게 귀띔을 했어.

 

" 사자님 , 사자님은 숲속의 왕 아니십니까 사자님과 저 작은 동물들이 같은 밥을 먹는다는게 어이없지 않나요 누가봐도 이 숲의 왕인 사자님이 밥을 더 많이 먹어야한다 생각할텐데요 그리고 이 음식들의 주도권은 모두 사자님에게 있으니 사자님이 조금 더 먹는다 한들 누가  뭐라 하겠습니까? "

 

그러자 사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맞는 말이라며

음식을 사자 > 여우 > 곰 >고양이 = 개 순으로 음식을 줬어.

 

그렇게 몇 일이 계속되니 당연히 먹이가 모자랄 수 밖에

아주머니가 올 날은 남았고 음식은 모자랄것 같고 이대로 가다간 몇일은 굶을수도 있다는 생각에 여우는 사자에게 말 했어

 

" 사자님, 제가 보니 요즘 곰이 동물회의에도 안나오고 사자님을 뵈도 인사도 안하는것이 왠지 자기가 사자님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는것 같습니다,

그리고 일전에도 저에게 블라블라" 라고 사자에게 곰의 이간질을 했어

 

그걸 들은 고양이는 " 아닙니다 사자님 곰님은 사정이있었어요 " 라며 말을하자

 

여우는 " 고양이는 아직 어려서 세상 물정을 모릅니다 " 라며 사자를 구슬리기 시작해.

 

강아지는 그저 가만히 있었고

 

사자는 또 여우의 말을 듣고 곰의 밥그릇을 완전히 뺐어버렸지.

 

라며 묵묵히 얘기하는데 왠지모르게 소름이 돋는거에요..

그 직업의 특성상 일을 마치면 빠르면 2시 보통 시간은 3시에 마치는데 새벽이라 그런지 조금 취해서 그런지 으슬으슬해지고

무엇보다 제가 먼젓번에 들은 J언니의 험담과 비슷한 류의 패턴이어서 저는 그냥 입을닫고 듣고있었습니다.

 

그러곤 몇일 뒤 맘씨착한 아주머니가 온거야

아주머니는 곰에게 찾아가서 그동안 먹지 못했던 먹이와 앞으로도 먹을 음식을 조금 더 주며

" 너의 상황과 너의 결백은 말 안해도 잘 안다 하지만 이 마을에 있으면서 상처받을 네 생각을 하면 가슴이 아프다 그리고 미안하지만 나는 현재 사자와 토끼를 잃을 수 없구나 "라고했어

 

곰은 맘씨좋은 아주머니에게 안겨 울었어 그냥 울었어

뭐가 그렇게 서러워서 울었는지 몰라 그냥 울었어 하염없이 울었어.

 

그러고 한 3분정도 서로가 말이 없었습니다.

 

잔의 물기를 닦던 컵의 뽀득뽀득 소리도 들리지 않고 제가 정리하던 냉장고 속의 맥주 부딫히던 소리도 들리지 않고

적막속에서 몇분이나 더 지난 후

 

J언니는 말을 이었습니다.

그냥 그랬다고. 그냥 그런 꿈이었어.

 

저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뜨거운 무를 삼킨것마냥 그냥 목이 너무 뜨겁고 따갑고

무거운 짐을 들고있는것 같았습니다 발목에 족쇠를 찬것마냥 발목이 무거웠습니다.

 

그러고 J언니는 웃으면서 퇴근했고

한 삼일간 아무일 없다는듯 출근을 하고 그 뒤에 J언니가 그만두었다고 사장님을 통해서 전해 들었습니다.

 

S언니와 H언니는 어떡해 J... 아쉽다 걔는 착해서 어딜가던 잘 지낼거야라며 말을했고

아무것도 모르는 K는 " J언니 왜 그만뒀데? " 라고 제게 물어봤습니다.

물론 저는 " 나도 잘 모르겠어 " 라고 답했습니다.

 

 

제 생각이지만 J언니는 저희 얘기를 들은것 같습니다.

문을 닫아놓으면 손님이 오지 않는다는 직원들끼리의 미신이있기에 문을 활짝 열어두었고

간혹 취한 손님들이 올라오기에 저희는 문과 가장 가까운 카운터 쪽에서 앉아 얘기를 했습니다.

 

                                                        ㅣ엘리베이터ㅣ

                            ㅣ/ (열린문)

           H,S  ㅣ -- (카운터) 스 ㅣ

            저   ㅣ              탠 ㅣ의자

                  ㅣ            드 ㅣ의자

                  ㅣ             ㅣ의자

                 ( 출입하는 빈 곳 ) 의자 의자 의자 의자 의자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싱크대 )

                                             ( 스탠드 )

 

 

( 이해를 돕기위한 발그림 죄송합니다. )

 

무섭지도 않은 얘기를 왜 공이갤에 올리냐면 저는 정말 무서운건 사람이아닐까 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당시의 세종시는 세종시가 되기 전의 세종시여서 나쁘게 말하자면 촌구석이었고.

아무리 건전한 바 라고해도 촌에서 바텐더를 구하긴 힘들었던 터라 둘을 포기하기보단 다 알면서 피해자를 내보낼수밖에 없는..

그리고 J언니 험담을 듣고 난 후 부터 험담을 듣기 전의 상황이 조금씩 생각이 났습니다.

 

옹기종기 모여 재밌게 웃고 떠들다 J언니가 오면 시선이 집중되어 몇초간 빤히 쳐다보다 조용해지고.

J언니가 받고있는 손님 앞에가서 아양을떨고 ( 저흰 아양같은거 안 떨어도 됬습니다 하는 일이라곤 칵테일 만들어주고 간단한 얘기정도 )

그러다 J언니가 출근 하지 않는 날에 그 아양떨었던 손님이 오면 차가워지고 신경도 쓰지않고.

 

그 무리 내에서 거의 왕따였죠.. J언니는

왕따 비스무리한걸 당해본 저로서는 제가 들어가면 일순간 정적이되는 저를 공기녀 취급하는 그 상황이 얼마나 숨막히고 얼마나 눈물나는지 알기에..

그만둘수 밖에 없었던 J언니가 가엽고 그동안 기댈곳없이 당해야만 했던 J언니가 불쌍하게 느껴졌습니다.

 

그 이후 S언니는 제 친구 K가 어째서인지 마음에 안들었나 봅니다

또 H언니와 저에게 K의 험담을 하고

사장님은 K의 근태와 가정사를 이유로 그만두라 하셨지만 ..

과연 정말 가정사와 근태 그 두가지 만의 문제였을까 의문이 갑니다.

직장에서의 근태란 정말 중요하지만 사장님은 K의 사정을 알고있어서 투잡하는 K의 사정을 유두리있게 잘 봐주시는 분이었고

그 기간동안의 K는 정말 열심이었는데 말입니다..

 

맺음이 조금 이상하지만.. 사람은 육체적인 압박과 가해보단 심리적인 압박이 더 무섭고 힘들고 잔인한것 같습니다.

그리고 모든것을 알면서도 대를위해 소를 희생해야하는 현실도 무섭네요

 

J언니가 했던 J언니의 꿈얘기는 워낙 내용이 디테일하고 길었지만 시간도 많이 지나고 제 기억력에 한계가 있어 생각나는것에 살을 덫붙이고 빼고 해서 제가 조금 각색했습니다 묘사가 더 자세했고 내용이 더 길었지만 지금 생각나는건 저것 뿐이네요.

제 글이 그러하듯 저는 그저 일기장처럼 제 일을 적을 뿐입니다.

믿거나 말거나.. 라는거죠 저는 그저 제 말을 할 뿐입니다.

좋은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