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바다를 좋아합니다
어렸을적 바닷가 근처에서 살아서인지
종종 바다가 생각나곤 합니다.
가만히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아무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바다를 계속 응시하고있으면 무언가가 뛰어오른다던가 바다가 오라고 손짓한다던가 한다던데
저는 오히려 머리가 비워지는 기분이어서 그런지 바다가 더 생각나는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갑자기 이것저것 일이 겹치고 일어나지도않을 쓸대없는 걱정이 많아져서 저는 같이사는 친구와 무작정 정동진으로 떠났습니다.

봄의 바닷가는 꽤나 쌀쌀했고 도착하니 이미 밤이 깊어져서 바닷길을 따라 죽 걷다가 바닷가와 가장 가까운 숙소에 방을잡고 테라스에서 친구와 맥주한잔을 하며 두런두런 말을 나누었습니다.

깜깜한 밖의 붉은빛 가로등 약간의 안개 달빛아래 부서지는 검은물결
마음 터놓고 지낼수있는 친구 시원한 맥주 시린 바닷바람 우우우우웅ㅡ 하는 바닷소리 저는 이 모든 상황에 감동했습니다.

이 모든것이 저만을 위해 준비된 휴식이라는 이기적인 생각에 잠겨있을때 어렸을적 아버지께 들은 말이 생각났습니다.

저 : K,  너 회 좋아해?

K : 해산물은 다 좋아하지 근데 왜?

저 : 내가 어렸을적에 아빠한테 들은 얘긴데 우리 아빠가 우리 나이쯤 됐을때? 우리 나이보다 좀 어릴때? 배를 타셨데
아빤 막내여서 공부하는 형 누나들 뒷바라지 하셔야 된다고 어릴때부터 배를 타셨다 하시더라고
근데 어딜가나 이상하게 고기나 갑각류가 잘 잡히는 곳이 있잖아 그 곳에 가면 고기를 잡게해줘서 고맙다고 구시레? 같은걸 하거나 절을하고 돌아갔데

K : 바다의 신께 기도라도 올리는거야?
옛날분들은 그런 미신 잘 믿잖아

저 : 음.. 근데 고기가 많이 잡히는곳은 절대 그 날에 한번에 다 잡지않고 그물같은걸 깊숙히 넣지 않았데 그냥 하루치 잡을량이 되면 철수하고 갔다는거야

K : 자연보호나 그 어부들끼리의 약속 그런건가?

저 : 나도 그런건줄 알았는데 시체가 바다 먼곳까지 떠내려오면 어류들의 먹잇감이 된다고 하더라고 아닌 경우도 숱하지만 혹시나 몰라서 어망도 깊게 안넣는다하고 찝찝해서 더 많이는 안잡는데 그리고 고기같은걸 회쳐먹으려 배를 따면 머리카락이라던가 이것저것 불순물들이 간혹가다 나온다더라
구시레나 절을 하는 이유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라고 하더라구


뭐 워낙 어릴적 이야기라 믿거나 말거나지만요..

이런식으로 얘기를 조금 더 이어가다
근처 횟집에서 모듬 회무침에 우럭매운탕시키고 반주 조금 곁들여 마셨습니다.

역시 회는 바다에서 먹는게 싱싱하고 확실히 다르더라구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