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난초등학교와중학교를부산에서
나왔다.부산사는사람들은알테지만부산이라고다 바닷가
가아니다. 오히려 언덕이나 산이많은데
내가 다니던 중학교도 언덕위에있는 등교가 몹시빡센그
런곳이었다고 기억한다.
1학년때우리반에는전교에서유명한왕따 여자애가 하나
있었다.
말이 왕따지 사실아무도그 애를 괴롭히지 않았다. 아니, 말
조차 걸지않았으니왕따가맞는것 같긴하다.
키가 작아서 초등학생 처럼보인그 아이는 마른편인데다가
피부도 하얗고 눈도커서이뻤다.들리는
말로는 부모님은 계시지 않고친할머니와 남동생이렇게셋
이서 산다고 했지만그게그 아이가 왕따
당하는 이유는 아니었다.
본명을 쓸수는없으니그 아이를 나리라고 가명으로 부를
까한다.전국의나리들미안.
여하튼 나리가 왕따를 당하는이유는그애가소녀가장이기
때문이 아니었다.그 애와같은초등학교를
나온 애들의 입소문을 통해1학년학기초부터 삽시간에 전
학년에 다퍼진소문은
나리가 귀신을 본다는 거였다.
실제로 나리랑 친구인 애도없었고대화를나누던애들도
없었기에나리에게진짜 귀신을 보냐고
물어본 애는 적었다. 다만그런소문이도는데는몇가지이
유가 있었는데 그중하나가나리가
같이 사는친할머니가학교 근처 동에서알아주는무당이
었다는데있었다.
그동네뒷산에는절이있었다.깊은산속 암자같은곳은아
니고 사설유치원까지 있는곳이었는데
그절주인이그 할머니라는 소문이었다.
그러한 소문 때문인지 나리는다른애들과같이 지내지 않
았다.쉬는시간에도혼자있었고
점심시간에는도서관에서책만읽다가수업 시작전에들어
왔다.그걸 내가아는이유는
내가 독서감상부라도서관에가끔 가야했기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덕분에나는아주 가끔 나리에게 말을걸수 있는
기회 같은게 생기기도 했다.
그래서 그나마 우리반에서나리랑대화하는 애는나하나
정도라는이야기가생겼다.
내가 나눈대화는책반납 날짜라던지 아직 다음권이나오
지않은책의발간에대한 것뿐이었는데
이상하게반에서는나리랑 내가 친구라는 식이분위기가형
성되었다.
그리고 6월 어느날점심시간에 우리반에고학생누나 셋이
찾아 왔다. 사실중학교만되더라도
선배에게잘못 찍히면 호되게당한다는이야기가있어서교
실안은갑자기온 선배들로 분위기가
싸해졌다.그러거나말거나추위에떠는 고양이마냥 서로
붙어서 다가온 누나들이 교실을 두리번거리다가
창가에 앉은 애에게작은목소리로물었다.
\'너희반에 나리라는 애는 누구니?\'
독서실에가고 없다고 하자선배들은난감해하는표정이었
다. 그중 가운데있는창백한얼굴의마른 선배는
금방 눈물이라도 흘릴 것같은분위기라다들 의아하게 생
각했다.혹시 선배가 나리에게 해꼬지 하려는건
아닌가 싶어서 긴장한 것도있었다.
\'얘가 나리랑친해요\'
같은 반에서 대화도별로안해봤던여자애가나를가리키며
말했다.친한거아니라고말 하고싶었지만
이미 선배들은 내게다가온뒤였다.
\'나리랑 상담좀 할수있을까?\'
\'중요한 일이라서 그런데\'
친구 아닌데. 라는 말은쏙들어갔다.창백한얼굴의선배가
눈물을 그렁거렸다. 같이온다른 선배 손을꼭잡고 있었는
데그냥보기에도덜덜떨고 있었다.무슨 일인지 몰랐지만
심각하다는것은 알수있었다.일단내가 어떻게 말할상황
은아니어서 나는선배들을데리고독서실로갔다.
우리 학교독서실은교실과달리별관 2층에 지어져 있었다.
음악실이나미술실등이있는건물이었고예체능수업이 아
니라면 굳이 다닐필요가없는곳이라 돌아다니는학생들은
적었다.독서실이있는 2층 계단을올라가는데 갑자기이상
한소리가들렸다.
\'거가가가가\'
이빨로 유리를 긁는것같은 소리였다.공사라도하는걸까
대수롭지않게 계단을 올라가는데 등뒤에서기이한****가
나더니 선배가 계단위에주저앉았다.진짜 다리에 힘이풀
린것처럼사람이그렇게푹 주저 앉을수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으흐으으으.선배의입에서****같은게계속흘러
나왔다.
\'야너왜그래\'
영문도 모르고 나도그선배를부축했다.겁에질려서 패닉
에빠진것같던 선배는 정신을차린듯 곧일어났다. 그렇지
만아까보다 안색도시퍼런데다 식은땀으로범벅이되어
있었다.이상한일에 휘말린 것같아서나는 서둘러서 앞장
서서 도서관으로 향했다.
그런데 분명 도서관에서 책을읽고있어야할 나리가 도서
관앞복도에나와 있었다.평소처럼멍하니 나사 하나빠진
것같던얼굴은어디로가고 양미간을치켜뜨고 원수라도
보는 것처럼 눈을흘기는데온통흰자만보이는 무서운 얼
굴이었다.
초등학생만한쪼그만여자애가화나 봤자 얼마나무섭겠냐
만그건화를내고 안내고의 모습이 아니었다.이상하게나
리얼굴을보자마자다리가풀려서나는복도에 주저 앉았
다. 문제는 나뿐만아니라그 창백한선배도같이주저앉은
거다.
우리가 주저 앉은것을본 나리가 갑자기성큼성큼다가왔
다. 귀신처럼 무서운 얼굴인데도 이상하게 시선을 뗄수가
없었다.온몸이부들부들떨리는데바로 등뒤에서또 다시
\'그가가가가가각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각\'
소리가 들려왔다.그것도아까보다훨씬 가까운것도 모자라
등뒤에서누가철판을날카로운걸로 긁는 것같은소리가
온몸에소름이쫙 돋으면서 힘이 풀렸다. 선배가 등뒤에서
갑자기 엎드리면서엉엉 울기시작했다. 이번에는그 선배
친구들도소리가 들리는 듯아무말도 못하고 사시나무처럼
벌벌 떨었다. 머리카락 끝까지소름이돋는 것처럼 예민해
져서 나는숨도못쉬고그저 나리 눈만바라봤다.
흰**를 희번득하게뜬 나리가 갑자기 째진듯평소보다훨
씬높은톤으로외쳤다.무슨애기 같은 목소리같았는데처
음듣는목소리가쩌렁쩌렁하니 호통같았다.
\'***!! 여긴 왜와!!!!!\'
근데 나리가 호통을치니까등뒤에서 들리던 가가각 소리
가갑자기뚝끊기는거다.창 밖에서
애들 떠드는 소리에점심시간에 축구하는 소리가희미하게
들리는데이상하게우리 있는복도는조용해서
복도 밖이전혀다른세상처럼느껴졌다.애기목소리로호
통을 친나리가갑자기다가와서는품에서이상한
천같은것을꺼내더니복도를가로질러우리에게다가왔
다. 그러고는 날보지도않고그대로휙 가로질러서는
나리를 찾아 왔던그창백한 선배에게 다가가는 것이다.
\'그건 못먹어이년아.누가먹게할거같으니?사지가찢겨야
정신을 차리지!!\'
어린 애들이 재롱피운다고 막목소리높여서애교피우는
그런 목소리로 말하는데 소름이 쫙돋았다.
그래도 이상한건 나리가 날지나가니까꼼짝도못할것 같
던몸이이제움직이기시작하는거다.대신
심장이 막터질것처럼 뛰고진짜땀이 비오듯 쏟아지는데
이상하게피부는 꽁꽁 언것처럼차갑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꼭목덜미에얼음하나얹은 것처럼
싸한데 주제에 남자라고 호기심이 앞서서
나는 멍청하게 뒤를돌아봤다.
나리가 등을 돌리고서있는데그 너머로주저앉아서선배
가울고있었다.무서워서그런건지펑펑우는선배를
선배 친구들이 붙잡고 있었다. 선배친구들도이상황이기
가막히고무서운지울지는 않았지만 덜덜 떨고
방언 터진것처럼 이게 뭐야아뭐야 짜증나 이거뭐야이 소
리만 반복할 뿐나리한테뭐라고하지도못하고
어찌할 바를 몰라하는것 같았다.
꽤오랫동안 선배를노려보던나리가꺼냈던흰 천으로 갑
자기 선배왼쪽손목을감기 시작했다.
선배는 울면서도 이게 뭐야이게뭐야 하고 저항하려고 하
다가 갑자기 찢어지게 비명을질렀다.
놀라서 바라보니 분명 희던천이선배 손목을 감자마자 갑
자기 누렇게 색이변하는거아닌가.무슨먹물
떨어진 것처럼 점점변하는걸보고는나리가뜬금없이
\'독한년.또 죽어야정신을차리지?\'
이러고는누렇게 물든 천을열심히선배팔에 휘감았다.선
배는 엉엉울고선배친구들과나는 영문도 모르고
아미치겠다. 이거 뭐냐.무서워서 죽겠다이러고떨고있으
려니 나리가 고개를획돌리고나를 바라봤다.
\'너도 들었지?\'
\'뭘들어?\'
\'귀신오는 소리 들었잖아. 이년 죽고나면너 데리고 가겠네\'
무슨 말인지 뜻은몰랐는데무서운건 알았다.아까 그가가
각거리는소리를말하는건가하고 고개를
끄덕거렸더니나리가울고 있던 선배에게 말했다.
\'그러길래 그걸 왜건들여.***아.죽은사람보다산사람이더
무섭다더니,사당을망가트리면어쩌니.이제너 다죽었다.\'
선배는 그말을듣고갑자기 엎드려서 엉엉 울더니두살이
나어린나리발을 잡고 살려달라고 몇번이고 말했다. 그동
안선배팔에휘감겨있던 천은점점더 누렇게 말라가더니
거의 갈색에 가까워졌다.나도 그소리만듣지않았다면그
냥미신이겠거니 하고 나리가했던말을무시 하겠는데, 소
리를 듣고나니언제그 이상한소리가또들릴지 몰라서 미
칠것같았다.
\'해지면또올거야.오늘 밤에 상치루기 싫으면너우리 할머
니좀 만나야 겠다.\'
그말을끝으로나리는뒤도 안돌아 보고다시독서실로갔
다. 나는 거의실신할것처럼우는 선배를 부축해서 다시교
실로 돌아갔다.점심도 제대로 먹지못하고점심시간이끝
났지만 하교할 때까지 나는아무생각도못하고 수업도 듣
는둥 마는둥그냥 교실 내자리에앉아서온 신경을곤두세
우고 있었다.
나리와 같은 반이라서 그런건지 뭔지이상하게수업을듣는
동안에는아무 소리도 들리지않았다.혹시내가착각한것
이아닐까하고생각해봤지만점심시간이후로 이상하게
인상을 구기고 가끔허공에대고중얼거리는나리모습을
보니 착각이라는 생각은 일찌감치 접어야 했다.
수업이 끝나고 나는일단엄마에게전화를걸기로했다.그
당시 휴대폰이 좀대중화되긴했었지만난 아직폰이없었
다. 교무실 옆에있는공중전화로 엄마한테 전화를 걸어서
늦게 간다고 말하려고했는데엄마가 전화를 받고내목소
리를 듣자마자 내가용건을말하기도전에먼저 엄하게 말
했다.
\'일단 거기가서할머님말씀대로다 해.일다 끝나면 아버지
가데리러갈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무조건 거기서시키는
대로 해.\'
엄마도 이상황을알고있다는말이었다.그게신기해서어
떻게 알았는지 물어봤지만 엄마 대답은시키는대로 하라는
것하나뿐이었다.그렇게학교가끝나자선배가다시 우리
교실로 왔다. 이번에는 선배 혼자뿐이었다.그친구들은무
서워서 같이 오지않았다고했다.
\'엄마랑 아빠가 이따온다고말들으래서\'
선배도 나와 마찬가지로 이미부모님이상황을알고있는
상태였다.점심시간 끝나고 수업내내울었는지선배는눈
이퉁퉁부어있었다.이제는거의 검게 변한천이무서워서
나는 되도록 천에시선을두지않았다.
하교 시간이 되자나리가나와선배를 불러서 자기집으로
가자고 했다. 할머니에게다 말해놨다고 하는목소리가평
소랑 똑같아서 안심이 됐다.
나리 집은학교에서멀지않은곳에 있었다. 걸어서 10분도
안될것 같은 곳이었다. 다만 학교뒤쪽으로난처음 가본골
목이었다.골목마다크고작은 집이이어져있었는데집마
다대나무에 비치볼이나 색색의 천이매달려있었다.어떤
곳은 먼지가 잔뜩낀부처님오신날이 적힌 불꺼진연등이쌍
으로 달려있었는데거기가나리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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