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나리는 대문 안으로들어가서는 우리를집안으로부르지
않았다.나리가없이 선배와 나만서있으려니무서워서죽
을것같았다.어디서다시가가각 소리가 들리는 것은아닌
가하고걱정이었다. 그러나 나리는바로돌아왔다.
작은 플라스틱 대야같은것을가지고 온나리가신발을벗
으라고 했다. 선배와 나는부모님에게 들은것도있고 해서
우물쭈물양발까지다 벗고맨발이되었다.우리가맨발이
된것을확인한나리가대야에서그야말로무시무시한것을
꺼냈다.
식칼이었다.
시퍼렇게날이 선식칼두개를꺼내더니나리가 칼등쪽을
향해서 입에 물라고했다.무는동안에는아무말도 하면안
된다고 말하는데 눈에 불길이이는것처럼무섭게노려보고
있었다.선배와나는 아무말도못하고하라는대로 칼을입
에물었다. 쇠맛인지 피맛인지 이상한 맛이났다.
\'이제부터 아무 말도하지말고나 따라서와.\'
선배가 앞서서 걸어갔다.겁에 질린듯다리가후들 후들떨
렸는데 나리가 대야에 담겨있던흰 모래같은것을한줌 쥐
고나와선배발에 뿌렸다.따갑고 아픈 것이굵은소금이었
다. 맨발에닿는소금 알갱이가 굵었지만 무서워서 그런지
아픈 줄도몰랐다.그리고다시소리가들리기시작했다.
\'그가가가가가가가각\'
등뒤에서였다.그뿐만 아니었다.우리가넘어간 대문에서
철컹철컹하고 뭔가가 쥐고대문을흔드는소리가났다.쇳
소리가 무서워서 등줄기에 다시 소름이돋았다누가머리채
를잡아챌것 같아서미칠것 같았다.나리의 얼굴이 마치 미
친것처럼급격하게일그러지더니 예의또그 이상한 애기
목소리를내며 소금을 바닥에뿌려댔다.
\'너먹을거없다이 년!!당장 물러나라!!이년!!또죽을 년!!!!\'
그에 맞춰서 철컹거리는 소리가 더심하게들렸다.도무지
잘못 들은것같지가않아서 뒤를 돌아보려니 나리가 획하
니다가와째진목소리로돌아보지마!!하고 고함을 질렀다.
붉게 충혈된 눈이일그러진데다, 흰자도충혈되어온눈이
다새빨갛게 보였다. 이상하게 나리목소리를듣자내 몸이
내몸이아닌것처럼돌아가던고개가 다시 바로돌아갔다.
열발자국도 안될것같던 마당을 간신히가로질러서나와
선배는 나리를 따라나리집으로들어갈수 있었다. 희미하
게향냄새가나는 집안은들어오자마자작은황금색부처
님이 있는큰방이 보였다.부처님 주변에는 꽃과 초로꾸며
져있었다. 작은부처님옆에는더 작은 부처님도 있었는데
그뒤로현란한색의부처님 그림도 벽을도배하다시피 그
려져 있었다.
방에 들어간 후에야나리가입에물고 있던 칼을뱉으라고
했다.선배는 얼마나 억세게 물고있었는지입주변이 온통
뻘겋게 문들어져 있었다.
그사이울었는지눈이시뻘건선배와 내앞에곱게한복을
입은 할머니 한분이서 있었다. 이마위로 넘긴쪽진머리에
눈썹문신을했는지눈썹이 치켜올라간할머니였다.다리가
후들거려엉거주춤선 우리를바라보던할머니가나와선배
를끌고는부처님모신방 안으로 데리고들어갔다.
\'지금부터 내말잘들어라.너희둘은이제 연화대 아래숨어
서아무말도하지 말고 있어야한다.이상한소리가들리더
라도 절대나오면안되고누가너희 이름을 불러도대답하
면안된다.\'
무서워서죽을 것같았다.할머니말은내가 혼자 있어야한
다는 말이었다.
\'내가 너희를부를때는직접 문을 열고너희를꺼낼거니 너
희는 걱정말고 안에있거라.그리고너!\'
나리 할머니는 나리보다무서웠다.눈을획 치켜 뜬할머니
가덜덜떠는선배를가리켰다.
\'너는 그안에서네가지은 잘못을 빌고귀신이좋은곳으로
가기를 빌어라.진심으로빌지 않으면 쫓아내도 다시돌아
올것이야. 네목숨이달렸으니너 하는 대로목숨을보전해\'
내게 말할때보다 훨씬 무서운목소리였다. 간신히 방안에
있는 화장실에서 문활짝열고소변을 본직후나와선배는
각자 다른, 나리할머니가법당아래 연화대라고 말한 길고
낮은 수납식 창고에각각들어가게되었다.
창고 안은좁고컴컴했다.네모난상자안 같은데다가 5월인
데도 부산은 여름처럼 더웠다. 발치에 닿는물건들은대부
분북이나장구혹은초가 들어있는 상자들 같았다. 다행히
구석에 방석 같은것이쌓여 있어서 나는그곳에 쪼그리고
앉았다.덥긴 했지만 이상하게 공기가 부족한것같지는않
았다.
쪼그리고앉아 있으려니 오만가지 생각이 다들었다.문너
머로 들리는 사람들목소리가점차늘기시작했다.우리가
올때는 분명히 할머니와 나리뿐이었는데 아저씨목소리가
들리는가하면 아줌마 목소리가 하나둘씩늘었다.무슨굿
을준비하는 것처럼여기에상을놔둘까요.여기에방석을
놓을까요.떡은바로 찔게요. 이런 대화가오갔다.십분이지
나고 한시간이 지나도 대화는계속될 뿐도무지뭐가시작
하는 것은느껴지지않아서나는어느새쪼그리고앉아 잠
이들었다
잠에서 깬이유는밖에서들리는이상한징소리 때문이었
다. 징소리와 더불어 북소리도 같이들렸는데피부에서
그울림이느껴질정도로가까웠다.나리할머니라고생각
되는 할머니 목소리가 이상한노래가사같은 말을웅얼거
리고 있었다. 나무 문에가로막혀 무슨 말을하는지는알수
없었지만짧은 지식으로나마굿을 하는거구나라는생각은
했다.
더무서워진 마음에나는웅크리고무릎을끌어 안았다.소
변은 보고와서그런지마렵지않았지만뱃 속이뒤틀리는
것처럼 아프고 명치가 저릿저릿했다.먹은것도없는데체
한것같았다.
굿소리는점차커지다가작아지다가했다.그것 말고는다
른이상한일은없어서다행이라는생각은들었지만이게
언제 끝나는 건지오늘집에 갈수는있는지몰라서시간 가
는게 너무느리게만느껴졌다. 이럴거면 차라리 누가날깨
울때까지잠을잤으면좋았을텐데.라고 생각하던 찰라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누군가 우는 것처럼흑흑거리는소리가들렸다.
옆창고에들어간선배가무서워서우는건가 하고대수롭
지않게생각하려는데또 다시그소리가들렸다.
\'가가각 가가각\'
작고 가느다란 소리였다.멀리서 들리는 것처럼 희미했다.
그렇지만들렸다.잠이 확달아났지만 나는꼼짝도할 수없
었다.내가 움직이면 그소리가가까워질것 같았다.
소리가 나자 울음소리가 더커졌다.그것으로우는게선배
라는 것을알수 있었다. 흑흑흑흑.숨죽인체 우는소리가끊
임없이 들려서 미칠것같았다.그리고나는 깨달았다.점점
더징소리와 북소리가 멀어지기 시작한다는 것을.
날놔두고어디가는건 아닐까. 문을열어서밖을보고싶었
다. 혹시 굿이다끝난건가?그렇다면소리가뚝 끊겨야지 저
렇게 서서히 멀어지듯 줄어드는 것은아닐텐데.오만가지
잡생각이다들었다.그중가장 큰것은여기서언제 나갈 수
있냐는 거였다.
울음소리가점점 더커졌다.이제징소리도북소리도할머
니목소리도 들리지않았다.들리는것은내 신경을 갉아먹
는것처럼계속희미하게들리는각각 거리는 소리뿐이었
다. 그리고 울음소리.
\'그만해!!내가잘못했어!! 잘못했어억!!\'
울음 섞인선배의비명소리가희미하게들렸다.그순간뚝
하고
모든 소리가 사라졌다.
선배의 울음도 그리고 갉작거리는 소리도. 다끝난것같았
다. 귀신이 선배가 하는사과를듣고용서해 준걸까.이제 다
끝난 것은아닐까기대하는 마음으로 나는 귀를기울였다.
그런데 할머니가 이안에서아무말도 하지 말라고하지않
았던가 의문이
\'그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
각!!!!!!!!!!!!!!!!!!!!!!!!\'
\'꺄아아아아\'
찢어지는비명소리와갉작거리는소리가동시에들렸다.마
치기다렸다는 듯미칠듯갉작거리는소리에놀란듯 선배
가비명을질렀다.놀란마음에나는웅크린체그대로 눈을
감고 귀를틀어막았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창고 안이습하고더운듯 느껴졌다.한참 후눈을뜨고나서
야나는내가펑펑 울고 있다는것을깨달았다.눈물과콧물
이줄줄흘러서무릎을적셨다.
그리고 바로 법당문앞에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가가각 각가가가가가각 각가가가가 가가각 \'
제대로 듣고 나서야깨달았다. 이건나무상자같은 것을손
톱같은것으로긁는소리라는것을.상자 안에서 무언가나
오려고 하는 것처럼상자의모서리를손톱으로긁으면서마
치쥐**처럼구멍을내고안을 파고들려는것처럼
점차 소리가 커져갔다. 끊임 없이갉작거리는소리에머리
가텅비는것 같았다. 홀린것처럼앉아서창고문을 노려보
자, 문아래쪽에서점차소리가크게 들리는 것을느낄수 있
었다.
나는 뭔가빠져나간것처럼아무것도 하지 못하고그것만
바라봤다.소리가커지면서조금씩문 구석이움찔거렸다.
마치 무언가가 안에들어오려고 용을쓰는것처럼
\'가가각 그그그극 가각각\'
비명이 나올것 같아서 나는입을틀어막았다.비명대신울
음소리가흘러 나왔다. 그즉시갉작거리는소리가커졌다.
반드시 안으로 들어와 나를잡아먹기라도할 것처럼 거세
지는 소리에 미칠것같았다.
사람이 너무 긴장하면 미친다고 했던가. 두렵고 미칠것같
고죽기일보직전인것처럼심장은뛰고결국 여린내정신
은그것을다감당하지못하고그대로 기절했다.
의식을 잃은 것은아주잠시였던듯 정신을 차렸지만 여전
히사방은어두웠다. 다끝난걸까.아니면다들 나만놔두고
어디로 간건 아닐까죽을것 같은 공포에시달리며나는조
심스럽게팔을 뻗어창고문을건들였다.
그러나 손에 닿는것은차갑고끈적하고물컹한 것
사람 피부와 같다는것을깨닫고나는 있는 힘껏비명을지
르기 위해입을벌렸다.때마침 할머니의 말이떠오르지않
았다면 목청이 찢어져라 소리를 질렀을것이분명했다.
차가운 피부의 여자가 내앞에서쪼그리고앉아서나를 응
시하고 있었다.풀어 해쳐진 검은머리카락이등까지길었
고피부는물처럼차가웠다.그리고그눈
그눈!!!!!!
퀭하게 뚫린 두개의검은동공에는아무것도없었다.이마
아래 보이는 것은검은두개의구멍 뿐이었다.내가 보고있
다는 것을깨달은그녀가나를향해 씨익웃었다.새빨간입
술이 벌어지며 가지런한 하얀이가보였다.아니다.
이가 아니라 구더기였다.
우글우글움직이는것들이 여자가 입을벌린순간우수수
쏟아져 내발과무릎에떨어졌다.굼실굼실움직이는것들
이내무릎을타고 올라오거나바닥에 떨어졌다.그 툭툭거
리는 소리그리고감촉.
미칠것 같았다.이대로 차라리 심장이 멈춰서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생각했다.여자는내 반응이 재미있는 듯계속입
을**구더기를토했다.그러던여자가 갑자기 목을비틀어
꺾더니 고개를 숙이고는 제손으로얼굴을가렸다.그 검은
눈구멍이보이지 않아 다행이었지만
다시금 들리는 소리
가가가가가가각가가가가각 가가각 그가가가각!!!!!!!
소리의 정체를 깨달은 순간나는그대로뒤로 넘어가 기절
하고 말았다.
여자는 손가락으로제 눈두덩이 안쪽의뼈를긁어내고있었
던거다.
정신을 차린 후에야나는내가법당 밖으로 나왔다는 것을
깨달을 수있었다.엄마가있었고나리가멀거니나를 보고
있었다.엄마는펑펑 울고있었지만선배부모처럼비명을
지르지는않았다.선배는온 몸이생채기투성이었다.자신
의손톱으로 온몸을자해한것이었다.탈진한나를데리고
부모님은병원으로갔다.선배 역시병원으로갔지만
학교로 돌아온 것은나하나 뿐이었다.
이후로 나리에게 들은 바로는그선배들이학교 뒷산에 있
는사당에서 담배를피다가불을질렀다는이야기를들었
다. 혼기가 다결혼을앞두고죽은 여자를 기리는 사당이었
는데 불에완전히전소가되어모시고 있던 위패도없어졌
다고 했다.
\'그래서 곧귀신에게홀릴거라고알았지\'
내가 선배들을 데리고 오지않았다면끝까지모른척할 생
각이었다고나리는말했다.그것도그 원한이가장강한보
름후였기에 원한이강해애꿎은나까지덤태기를쓴거라고
했다.
\'그럼 왜마음을바꿔서도와준건데?\'
내질문에나리는아무대답도하지 않고내얼굴을보며 씩
웃었다.그게 내가 14살중학교1학년때 겪은 사건들의 시
작이었다.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