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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 팔이 무언가에 붙잡힌 탓에 아무리 힘을 줘 빼내려고 해도 빠지지 않았다.
다시 한번 팔에 힘을 주는 순간, 뚜두둑 하는 끔찍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제서야 아이는 자신을 잡은것이 심상치 않은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조심스레 고개를 돌려 팔에 붙은 무언가를 확인했다.
뼈만 남은 손이 무언가를 손에 쥔 채, 엄지와 검지로 셔츠자락을 돌처럼 붙들고 있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눈을 크게 끔벅이자, 쇳덩이가 복도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단단하게 팔을 붙들고 영원히 놓아주지 않을것 같았던 뼈 손가락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있었다.
아이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사방을 둘러보았다.
오후의 낮잠처럼 순식간에 지나간 일이었기에 방금 전의 경험이 꿈처럼 느껴졌다.
어느덧 완전히 정신을 차리고 땅바닥을 둘러보니, 탁한 금색으로 덮인 마우스피스가 눈에 들어왔다.
상당히 오래되어 맨손으로 집기엔 더러워보였으나, 아이는 개의치 않고 그것을 집어 들었다.
난생 처음 보는 물건을 마주한 아이는 호기심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에게 조금만 더 관찰력이 있었다면 마우스피스 입구에 새겨진 LJH 음각을 확인할 수 있었겠지만, 아쉽게도 아이는 알아채지 못했다.
그는 한동안 복도에 서 있다가 발길을 돌려 계단으로 향했다.
지금 손에 들린 물건이 어떤 용도로 쓰이는 것인지 대학원생에게 물어볼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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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커터칼이 기척없이 지역신문을 훑고 지나갔다.
대학원생은 잘라낸 조각들을 재빠르게 폴더 속에 밀어넣었다. 그 속에 들어있는 것은 ‘정혜진학생 실종사건’에 대한 짧은 알림 기사였다.
데스크에 앉아있는 사서는 학생이 도서를 훼손하고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른 채 책읽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대학원생이 세번째 신문에 손을 뻗는 순간, 곱게 놓여있던 신문이 미약한 바람을 맞고 펄럭였다.
그는 재빨리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폈다.
다행스럽게도, 사서가 눈 앞에 서있다거나 하진 않았다.
그저 아까 전에 귀가시켰다고 생각한 아이가 더러운 마우스피스를 손에 쥔 채 다가오고 있을 뿐이었다.
“형 뭐해?”
“조용히 해.”
대학원생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안내데스크를 쳐다봤다.
책읽기에 푹 빠져있어서 그런지 사서는 아이가 들어온것도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또 왜 돌아왔어?”
“나 이상한걸 줏었어.”
아이는 고철덩어리를 내밀었다.
대학원생은 아이가 내민 덩어리를 보자마자 그 용도를 알아차렸다.
“관악부실에 도로 갖다놔. 어느 틈에 주워온거야 그걸?”
“관악부실? 왜 거기다 놔야해?”
“그것도 악기의 일부니까 갖다놓으라는거지.”
대학원생은 고개를 돌려 신문조각들을 한데 모으기 시작했다.
아이는 한동안 뚱한 표정으로 서있다가 겨우 한마디 덧붙였다.
“이거 1층에 있던거야.”
“뭐?”
“귀신이 떨어뜨리고 갔어.”
숨이 턱 막혀서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대학원생은 연신 작은 눈을 깜박이며 마우스피스를 주시했다.
‘거짓말 하지 마라’ 라고 쓴소리를 하고 싶었지만, 1층에 이런 악기 보조도구가 떨어져 있다는건 확실히 예사로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마우스피스를 건네받았다.
마른 흙이 달라붙어있어 더럽기 짝이 없었다. 마치 10년동안 방치된것처럼.
...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실마리를 잡았다는 직감이 들었다.
귀신이 이 물건을 아이에게 직접 건네줬다는건 벌떡 소녀처럼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증거 없이 떠오른 직감은 LJH이라고 음각된 부분을 보고나서 확신으로 변했다.
“이재현...”
“뭐?”
“그 사람이 쓰던 마우스피스일거야 이거.”
“이재현이 누구야?”
“지금 관악부 임시 지휘 맡고있는 사람.”
“어떻게 알아?”
“이걸 정확히 어디서 주웠어?”
아이는 주저없이 말하려다가 입을 꾹 닫았다.
‘정문으로 가라’는 말을 일부러 무시하고 후문으로 갔다는걸 알면 좋은 반응이 나오진 않을 것 같았다.
“창고 앞에서 주웠지? 아니, 귀신한테 받은거지?”
“...”
뜻밖에도 대학원생은 단박에 모든걸 알아차린것 같았다.
한바탕 훈계 들을 준비를 하고 어깨를 수그린 아이에게 의외의 칭찬이 쏟아졌다.
“잘했다. 한건 했네.”
대학원생은 흡족하게 웃으며 가방에서 티슈 뭉치를 꺼냈다.
곱게 편 티슈 안에 마우스피스를 넣고 꽁꽁 싸맸다.
아이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것을 지켜볼 뿐이었다.
“그걸로 뭘 어떻게 할건데?”
“이걸...로..”
이 물건이 귀신의 정체와 과거를 밝혀낼 키 아이템이라는건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뭘 어떻게 할 것이라는 구체적 계획은 아무것도 없었다.
대학원생은 눈을 감고 의식의 흐름에 집중했다.
10년 전에 실종된 여학생은 정혜진. 그 학생은 관악부 출신이었다.
지금까지 관악부에 한번이라도 발을 들였던 학생들이 귀신을 만났다.
관악부 교사는 무슨 이유에선지 아무것도 모른다고 답변했으며, 제자를 호되게 가르치는 성격이었다.
방금 손에 넣은 이 마우스피스는 교사의 것인데도 어떤 이유에선지 귀신이 가지고 있었다.
생각이 거기까지 닿았을 때였다.
구비문학 분석으로 단련된 대학원생의 머릿속에서 며칠 전에 있었던 사건이 떠올랐다.
그 사건이 현재의 괴담과 연결되는 순간, 흩어진 채 부유하던 단서의 편린들이 하나로 합쳐졌다.
10년이 지나서야 다시 귀신이 나타난 이유, 교사가 인터뷰를 피하는 이유, 모든 의문이 씻은 듯 사라졌다.
꿈꾸듯 눈을 감고있는 대학원생에게, 아이는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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