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의 전화였어

이런 때는, 아주 작은거라도, 희망은 엄청난 에너지가 되는가봐? 

진짜 솔직히, 이렇게 기쁜 전화는 없었던거 같아. 

 

나「여보세요」 

K 「어~!괜찮아!?」 

나「아니....괜찮을리가 있겠냐?」 

K 「아―, 역시 안좋아?」 

나 「안좋은 정도가 아니야.하....뭔가 방법이 없는거야?」 

K 「그게...」 

K 「친구들한테 물어 봤는데, 잘 아는 놈 없네…, 미안하다.」 

나 「뭐라고?」

 

사실, K 나름대로 여러가지 해 주었다고는 생각하지만 이 때의 나에게 상대를 배려할 여유따윈 없었으니까, 꽤 이기적인 말투로 들렸을거야

 

K 「아니, 그 대신에, 친구의 아는 사람중에 그런거에 강한 사람이 있는데...소개해 줄 순 있지만 돈이 든다고…」 

나 「뭐! 돈?」 

K 「응, 만나볼래…? 어떡할래?」 

나 「얼마나?」 

K 「친구소개라면 우선 50만엔 정도인것 같다…」 

나 「50만엔!?」

 

 

당시의 나로는 일하고 있다고는 해도 50만엔은 너무 고액이었어.

돈이 아까웠지만, 공포와 괴로움으로부터 해방된다면…

나 「…알았어.언제 소개해 줄거야?」 

K 「그 사람 지금 군마에 있는 것 같아. 친구한테 물어 봐야하니까 조금 기다리고 있어.」

 

이야기가 왔다갔다하지만

내가 불상의 앞에서 나무아미타불을 반복하고 있었을 때, 엄마가 외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댔잖아 

외할머니는 곧바로 S선생님에게 상담을 가서(상담이라기보다 도와 주세요하는 부탁이었던 것 같지만) 결국 S선생님이 오셔 주기로 된거야

다만, S선생님도 바쁘시고 무엇보다 고령이시라 여기에 올 수 있는 것은 3주정도 뒤로 정해졌어 

즉, 3주동안은 불안과 공포속에서 뭔일이 생겨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에서 기다려야한다는거지 

그러니 조금이라도 가능한 한 뭐라도 하지 않으면 초조해서 견딜 수 없었어

 

 

 

 

K가 전화를 한 것은 밤 11시를 지났을 무렵이었어

 

 

K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친구한테 얘기했더니 연락해 줘서, 내일이면 갈 수 있대」 

나 「내일?」 

K 「응, 내일 일요일이잖아?」

아, 어느새인가 놈을 보고 나서 5일이나 지난건가..회사는 완전히 잊고 있었군

나 「알았어.고마워. 우리집까지 와주는거야?」 

K 「집까지 간대.차로 가는거 같으니까 주소 문자로 보내놔」 

나 「넌 어떡할거야? 와줬음 좋겠는데..」 

K 「갈게」 

나 「돈, 다음에 내도 될까?」 

K 「아마 괜찮지않을까?」 

나 「알았어. 근처까지오면 전화해」

뭐.. 순서가 엉망이긴 하지만 난 어렸으니까 방법이 없잖아?

 

그날 밤, 꿈을 꾸었어

 

자고 있는 내 옆에, 흰 옛날옷을 입은 젊은 여자가 정좌로 앉아 있었어.

내가 눈치채자  정중히 절을 하고 방에서 나갔어. 

나가기 전에 한번 더 조용히 고개를 숙였어. 

이 꿈이 '그것'와 관계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음날, 오후에K한테 연락이 왔어. 전화받고 마중 나갔지 

K와 그 친구, 그리고 30대 후반 정도인 남자가 왔더라고 

평범한 사람같지 않았어. 시정잡배같은 느낌이었고,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턱이 없었어 

내가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으니까 부모님은 의아해 하셨어 

우선 분명히 가명이겠지만 남자는 자신을 '하야시'라고 했어

하야시 「T군의 얘기는 그에게서 들었습니다. 성가신 일이 생겼군요.」 

(이제와서 말하지만 T는 나, 대화중의 그는K이라고 생각하면 돼.)

아버지 「그런데하 야시씨는 무슨 일로 오신겁니까?」 

하야시 「하~거참..이젠 아마추어는 아무것도 못한다구요. 아버님 아시겠어요?

 못믿으시겠지만 이대로라면 T군, 위험해해요」

하야시 「그러니, 그가 친구인 T군이 위험하니 도와줬음 좋다고 해서, 여기까지 온거라구요」 

엄마 「T가 위험한가요?」 

하야시 「아이고, 제가 이런 경험이 많긴 한데 이렇게 심한 것은 처음이네요. 이 방에 나쁜 기운이 가득차있습니다」 

아버지 「…」 

아버지 「실례하지만, 하야시씨 직업이 어떻게 되십니까?」 

하야시 「아―, 신경이 쓰이세요?뭐, 하긴 갑자기 와서 이런 이야기하면 수상해보이긴하죠」 

하야시 「그래도, 제대로 제령하고, 근처를 깨끗하게 하지 않으면 T군, 정말 끌려가버릴걸요?」

엄마 「저, 하야시씨에게 부탁할 수 있을까요?」 

하야시 「그거야 뭐  맡겨 주시기만 ㅎ면...이런건 저같은 전문가가 아니면 안되는 거거든요 

 단지 뭐랄까, 어머님 아무리 저라고 해도 위험성이 따르니까요 좀 쳐주셔야하거든요.. 

 뭐..무슨말인지 아시죠?」 

아버지 「얼마면 되겠습니까」 

하야시 「그게 말입니다~~ 한 2백만엔은 받아야….」 

아버지 「너무 비싼데요!」 

하야시 「이래뵈도 그가 친구 도와달라고 부탁해서 일부러 시간 내서 온거라구요!

 싫다고하시면 뭐 저랑은 아무 상관으니까요.

 그래도, 겨우 2백만엔으로 T군을 구한다면 싼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하야시 「게다가, T군도 절에 가도 상대도 안해줬죠?  

 아는 사람 조차도 몇 안된다구요 다시 처음부터 찾아보실래요?」

나는 조용히 듣고만 있었어

2백만엔이라고 했을 때는K를 보았지만, K도 이건 아닌듯 표정이 좋지 않더라고 

결국, 아버지나 엄마도 모르는 분야에 그 이상의 의견을 말할 수 있을리도 없고, 마지못해 맡기게 되었지

하야시는 서둘러 오늘 밤에 제령을 한다고 하더라고 

준비를 한다고 한 번 나가더니(부모님에게 준비에 드는 돈도 받아 들고 나갔어) 

저녁으로 돌아와서는, 초를 켜고 부적같은 종이를 방안에 붙이더니, 무릎앞에 수정구슬을 두고 염주를 들고, 술같은 걸 잔에 따랐어

뭔가 그럴싸해 보이더라고

하야시 「T군.지금부터 퇴마의식을 할거니까 이걸로 이제 괜찮을거야」 

하야시 「아버님, 어머님.죄송합니다만 일단 집에서 나가 주세요. 혹시 영혼이 그쪽으로 갈 수 도 있으니까」

부모님은 본의 아니게, 밖에서 차로 대기하게 되었어 

날도 저물고, 근처가 어두워졌을 무렵, 의식은 시작됐어 

하야시은 주문같은걸 외면서 일정한 타이밍에 술잔에 손가락을 담가 나에게 그 물방울을 날렸어. 

나는 반신반의인 채, 이불에 누워 눈감고 있었어

하야시가 그렇게 하라고 했거든

의식이 시작되고 나서 상당히 시간이 흘렀어

주문을 외는 소리가 점점 끝나가기시작하는것 같았어 

눈감고 있었으니까 내가 아는거라곤 기분나쁜 분위기와 조금씩 이상해져 가는 주문뿐이었어

처음엔 잘 몰랐지만 목이 너무 아픈거야. 가려운 정도가 아니라 분명하게 아픔이 느껴지더라고 

눈을 뜨지않고 아픔을 참으려고 이를 악물고 있으니까 주문이 멈추었어

 

그런데 아무래도 이상했어

잘 모르지만 끝나는 방법이 이상했고

끝났는데도 아무말도 안 하는거야 

무엇보다, 목의 아픔은 전혀 낫지 않고 오히려 더 심해졌어 

한기도 느껴지고, 무엇인가가 이불 위 에 걸터앉이있는것같았어

 

눈을 뜨면 안 돼.그것 만큼은 절대로 해선 안 돼

알고는 있었지만…눈을 뜨고 말았어 

눈을 뜨자, 무서운 광경이 펼쳐져 있었어

하야시는 누워 있는 내 오른팔쪽에 앉아서 의식을 하고있었거든

 

눈을 뜨니까, 나와 하야시 사이에서 '그것'이 하야시를 마주보고 정좌하고 있는거야

무릎 위에 손을 올린채, 상반신만을 늘여뜨려서 하야시의 얼굴을 들여다 보고있어 

하야시의 얼굴과 '그것'의 얼굴의 사이에는 주먹 하나 들어갈 정도의 틈새 밖에 없었어 

신기할정도로 얼굴을 삐딱하게하고 올빼미처럼 조금씩 얼굴을 움직이면서, 알아 들을 수 없지만 소근소근 중얼거리면서 하야시의 얼굴을 들여다 보고있었어 

지금 생각해보면 하야시에 무엇인가를 속삭이고 있었는지도 모르지

하야시는…고개를 숙이고, 시선은 아래에 떨어뜨린 채로 전혀 깜빡이지도 않고 입은 헤~하고 벌어져서 침을 늘어뜨리고 있었어

조금 얼굴에 힘이 빠져 있던 것같은데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어 

나는 눈도 깜빡이지 않고 쳐다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것'의 목이 움직임을 멈추더니 

갑자기 내쪽으로 얼굴을 휙 돌리는 거야

 

나는…당황해서 눈을 꼭 감고 이불을 덮고 오로지 나무아미타불을 외고 있었어 

내게  얼굴을 가까하고, '그것'이 올빼미처럼 얼굴을 움직이고 있는 광경이 검에 떠올라 왔어.

무서웠어

덜컹덜컹소리가 들리더니 계단을 뛰어내리는 소리가 들렸어 

헉 하야시가 도망가나봐

 

나는 무서워서 너무 무서워서 그저 이불 속에 숨어있었어

부모님이 오셔서 불을 켜고 이불을 걷었을 때 몸을 동그랗게 말고 굳어져있던 내가 아파보였대 

하야시는, 부모님은 쳐다보지도 않고 차에 올라타, 기다리고 있던K, K의 친구와 함께 어딘가에 사라졌다는군 

나중에 K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빨리 출발해」라고만 하고 아무말도 안했대 

해결하기는 커녕, 더욱 더 나빠져버린 나는, 3주간뒤의 S선생님을 기다리고 있을 여유같은 건 남지 않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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