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를 또 다시 보고 난지 4일이 지났어
당연한건지도 모르겠지만 목은 상당히 좋아져서, 아직 자국이 남아있긴해도 분명 체력은 회복되고 있었어
열도 내렸고 더이상 몸엔 문제가 없었어
단지, 문제없다는건 몸상태를 말하는 것일 뿐이고,
아침이든 밤이든 무서워 죽겠더라고
언제 어디서 '그것'이 또 나타날까봐 무서워서 어쩔줄 몰랐어
잠못드는 밤이 계속되고, 밥도 거의 먹질 못하고, 항상 바짝 긴장해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어
겨우 10일도 안됐는데 얼굴이 완전 달라진것같아
정신적으로 쫏기고 있던 나에게는 시간이 없었어
당연히 평범하게 사회생활을 할 수 도 없었으니 회사엔 부모님께서 연락하셔서 그만 두기로 했어
(이것도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연락을 넣었을 때 상당히 불쾌한 소리를 들으셨나봐)
어쨌든, 뭐든지 다~ 무서워서 빨랫감이라던지 집 창문에서 보이는 감나무가 흔들린 것만 봐도, 혹시 '그것'이 아닐까 혼자 벌벌 떨고 있었어
S선생님이 오기까지는, 이제 2주 남짓 남았는데 나에게는 너무 길기만했어
이런날 보고있기 힘들어진 부모님은, 무서워하는 나를 억지로 차에 밀어넣고 어딘가로 향했어
아버지가 몇번이나 「걱정하지마」 「괜찮아」라고 하셨지
차의 뒷좌석에서, 엄마는 내 어깨를 안고 머리를 쓰다듬어 줬어
엄마가 머리를 만져주는게 몇 년만인지...
(당시의 나에겐) 시간 감각도 없고, 차로 이동하면서 밤을 맞이했어
스무살도 지나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엄마가 함께 있어서 안심이 댔는지 오랫만에 깊은 잠에 빠질 수 있었던것같아
깨어나니 벌써 해가 중천에 떠있고 오랫만에 잘 자서 개운해졌어
뻥안치고 하루하고도 반나절 잠을 잤대
아마, 그렇게 오래 자는건 내생에 두번다시 없겠지
밖을 보니 차는 낯선 경치속을 달리고 있었어
조금씩, 본 기억이 있는 경치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어
도로의 중앙에 전철이 달리고 있는걸 보니 차는…나가사키에 도착해 있었던거야
이걸알고 나도 엄청나게 놀랐어
계속 두려움에 떠는 내 걱정에, 비행기나 신칸센을 피해 차로의 이동으로 해 주신것 같아
도중에 몇번 잠시 쉬었다고는 하지만 잠도 제대로 안자고 운전하신 아버지와 내가 무서워하지 않게 쭉 곁에서 지켜준 엄마의 은혜는 내 일생을 다 바쳐도 갚지 못하겠지....
외할머니가 사시는 곳은 나가사키의 야나가와라고 한대
야나가와에 도착하자 비탈길아래에 차를 멈추고 부모님이 외할머니를 부르러 가셨어
(외할머니의 집은 비탈길 곁에있는 돌계단을 올라가야 있거든)
그 사이, 나는 차안에 혼자가 됀거야
부모님이 둘 다 가신건 다리랑 허리가 불편하신 외할머니와 S선생님의 집에 가지고 갈 짐을 옮기겨야 했기 때문이었는데, 내가 「괜찮아, 갔다 와」라고 말한 걸 보면 정말로 맘을 놓고 있었나봐
오랫만에 잘 수 있었던 것도 그렇고
지금 있는 곳이 도쿄나 사이타마와는 상당히 먼 나가사키였으니 긴장이 풀릴 수 도 있는 거잖아
차의 뒷좌석에서 다리를 모으고 앉아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목이 아파왔어
지금까지 아팠던거랑은 비교도 되지 않는 극심한 통증이었어
목에 손을 댔더니 뭔가 미끄러운거야…
피가 나온거였어
손가락끝에 묻어있는 피가 다짜고짜로 나를 다시 현실로 되돌아오게 했어
이 때, 무섭다던가 '그것'이 근처에 있는 건지 하는 생각보다「아..또야…」하는 짜증이 먼저 나더라
이젠 다 싫어져서 눈물나기 시작했어
이런 기분 알지 모르겠는데 왜 안좋은 일이 조금이라도 간격을 두고 계속 일어나는 게 뭘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더 힘들잖아?
기분이 좀 괜찮아 질만하면 또 안좋은 일이 생기고.. 미칠 노릇이지?
이 때는 조금 기분이 나아진 상태였기때문에 더욱 더 더더더더
「뭐 어쩌라는 거야!!」라던지「ㅇ ㅏ 그만 좀 하라고 제발」하면서 혼잣말을 투덜투덜 말하면서 울었어
차에 부모님이 외조부모님을 모시고 돌아오자마자, 곧바로 패닉 상태가 됐어
어찌된 일인지 내가 목에서 피를 흘리면서 뒷좌석에서 고개 숙여 울고 있으니.
아무일 없을리가 없지..
뭐라고 하셨더라
「뭐야?왜그래?」
「뭐라고 말좀 해봐!」
「아이고...」
「T, 정신 똑바로 차리지 못해!?!」
「얠 어쩌면 좋아」등등??잘 기억도 안나는데 암튼 이런 말들을 하셨던것 같아
이 때는…
무심코 「아 시끄러! 좀 조용히해!」하고 소리를 질러버렸어
이런때 설명같은걸 할 수 있을리가 있겠어? 뭘 어쩌라고 아무것도 못하는 주제에...아무말도 하지 말라고 그렇게 생각했어.....
지가 나쁜 장난해서 귀신에 씌이고 회사도 그만두고 제멋대로 이지경이 된거면서.....
이런 나같이 못된 놈을 위해서 애써주고 있는 사람들한테….
하..지금 생각하면 정말로 부끄럽다.
있지, 평생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지만, 아버지가 갑자기 나의 왼쪽 뺨을 때리셨어
엄청나게 아팠어
아버지, 많이 엄하신 편이라 몇번인가 훈계를 들은적은 있어도 아마 태어나고 나서 한번도 맞은 적은 한번도 없었으니까.
(아버지의 방침이 아이는 절대 때리지 않는다고 옛날부터 귀에 딱지가 생기도록 들었었는걸)
그리고, 한마디만 「할아버지와 할머니에 사과해라」는 조용하지만 단호한 어조로 말씀하셨어
그런데 왠지 마음이 안정됐어
너무 놀란 나머지 지금까지의 절망감이 어디론가 가 버린것같아ㅋㅋ
냉정함을 되찾고, 모두에게 사과하고나자 갑자기 마음의 각오가 된듯한 느낌이 들었어
달리기 시작한 차 안에서 격려해 주는 조부모의 말에 감격해서 또 울었어
생각해보니 나..완전 맘약해 졌구나..
S선생님의 집(절이기도 하지만)에 도착하니 몸도 마음도 가벼워지는 기분이 들었어
뭔가가 있어서 그런건 아니고 그냥 왠지 안심이 되더라고
문을 빠져 나간뒤 돌계단이 깔린 좁은 길을 지나자 중년은 지난듯한 나이 많은 남자가 맞아줬어
그러고 보니 S선생님의 집에는 언제나 손님이 있던 것 같아
아마도 외할머니처럼 다니고 있는 사람이 많겠지.
안쪽에난 길을 따라 뒤쪽의 현관으로 들어가 나가니 5평남짓한 방이 있었어
S선생님은 내 기억속 그대로, 불상의 앞에 깔린 방석 위에 정좌하고 있었고…천천히 뒤돌아 보았어
(서투른 나가사키사투리를 기억나는 데로 써볼테니 이상해도 눈감아주길)
조모 「T, 이제 안심해라 S선생님이 봐 주실테니까」
S선생님 「오래간만이네요 벌써 이렇게 멋지게 크다니..세월이 참 빠르네요」
조모 「S선생님, T괜찮겠지요?」
조부 「괜찮다니까! 아 벌써 그런걸 물어보고 그럼 이제 막 온 참인데 S선생님이라고 어떻게 아시겠어? 」
조모 「당신은 좀 조용히 하세요 너무 걱정되서 못 참겠다구요 」
왜일까..그저 S선생님의 앞에 왔을 뿐인데 그때까지 혼란상태였던 조부모가 침착해져 있었어
그것은 부모님에게도, 나에게도 느껴지고, 깊게 숨을 내쉬니까 몸속에서 나쁜 것이 다 빠져나가는것 같지 뭐야
부모님은 이제벌써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한계에 가까웠던 것 같아서
「피곤하지? 이제부터 S선생님이 잘 해 주실테니까, 건너가서 쉬거라」
하고 할아버지께서 옆방으로 보내셨어
「자 T야 이쪽으로와」S선생님이 불러서 마주보고 정좌로 앉았어
「그러면 I씨(외할머니) 모두 옆 방에서 편히 쉬고들 계세요 T하고 이야기를 해볼테니까요 이제 다음은 저한테 맡기고, 이 방에는 괜찮다고 할 때까지 오시면 안됩니다」
조부 「S선생님, T를 잘 부탁드립니다!」
조모 「T야 이제 걱정하지 말거라 S선생님이 다 잘 해주실거야 넌 그냥 시키는데로만 하면 되는거야 알았지?」
끊임없이 S선생님에게 부탁하고, 나에게 얘기해 주는 조부모의 모습에 또 눈물이 나왔어
나 완전 울보같지?
S선생님은 더 가까이 오라고 해서, 무릎과 무릎을 붙이고 앉았어
내 손을 잡고는, 잠시동안 아무 말도하지 않고 상냥한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어
나는 왠지 나쁜짓을 하고 혼날까봐 부모님 얼굴을 살피는 어린아이가 된듯한 기분이들었어
눈앞의.. (감히 말하지만) 나보다 작고 힘없는 할머니의 위압적이지도 아무렇지도 않은 분위기에 왠지 주늑들고 있었어
이런 사람이 정말로 있는구나....
S선생님 「…어떻게 할까..」
나 「…」
S선생님 「T야 무섭니?」
나 「…네」
S선생님 「그렇겠지...이대로 둘 순 없겠지...」
나 「저…」
S선생님 「아, 괜찮아..그냥 하는 소리니까」
괜찮긴 뭐가 괜찮아!
이게 괜찮은 거야?!! 하는 생각이 든 나머지 참지 못하고 손을 확 뿌리치고 말았어
에효..진짜..난 아직도 인간이 될라면 멀었구나...
나「저...전 이제 어떻게 되는건가요? 빨리 어떻게 좀 해주세요. 대체 뭐죠?
왜 그게 저한테 들러붙은 거에요? 이제 그만좀 했음 좋겠어요 S선생님 어떻게 좀 방법이 없을까요?」
S선생님「T.....」
나「도대체..저 특별히 나쁜짓을 한것도 아니라구요! 뭐 ㅁㅁ(공포체험장소)에 갔었긴 하지만 저 혼자간것도 아니고, 왜 저만 이렇게 된건데요? 거울앞에서 △△하면 안된다는 것도 관계가 있나요? 진짜 이유를 모르겠다구요!!!!!!!!!아오!!!!!억울해요」
「오에애..오에에..」
「왜에~왜에에에에」「으에에에」
....뭐가 뭔지 알 수 없었어(정말 귀찮아서 대충 쓴게 아니라 그대로 쓰는거야)
「에에에 오에에ㅔ왜 왜」
왼쪽 귀에 잉꼬가 우는 소리처럼 높고 날카로운데 억양이 전혀 없는 목소리가 들리는거야
그게 「왜」라고 반복한다는걸 이해할때까지 좀 시간이 걸렸어
나는 S선생님 눈을 보고 있었고 S선생님은 내 눈을 보고 있었어
단지 매우 상냥하던 S선생님의 얼굴이 무표정이 된것처럼 보였어...
왼쪽 시야에 뭔가 있는게 느껴졌어
왜 보지않아도 살짝살짝 보이잖아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왼쪽방향으로 돌아보고 말았어
목에서 뜨뜻 미지근한 피가 흐르는걸 느끼면서...
'그것'이 서 있었어
몸을 ㄷ자처럼 구부리고 내 얼굴을 들여다 보고 있었어
끈질긴놈...대체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믿을 수 가 없었어
여기는 신당인데, 눈 앞에 S선생님이 있는데...왜...왜...왜!!!
일주일 전에 본 그대로였어
그것의 얼굴이 눈 앞에 있었어
올빼미처럼 조금씩 얼굴을 움직이면서 나를 신기한듯히 쳐다보고 있어
「왜에? 왜? 오ㅔ에에?왜에에?」
잉꼬같은 목소리로 계속 질문을 하고 있어
아마도 ....하야시도 이렇게 이 목소리를 듣고 있었던 거겠지?
나는...숨쉬는것도 잊어버리고 눈과 입을 크게 벌어진 채로 그대로 있었어
아니, 숨이 제대로 안 쉬어졌다는게 맞을거야.
가끔 흐읍하고 숨을 들이쉬려다 실패했던것같은 느낌이 들거든
이러고 있는 사이에 그것이 손을 움직여서 얼굴에 붙여있던 부적같은걸 천천히 뜯어내기 시작했어
보면 안돼!!!!!!!!
절대 안된다는걸 알고 있고 정말 도망가고 싶었는데 움직일 수 가 없어!!
벌써 턱 부근이 보일것만 같아
마음 속에선 「안돼!!하지마~~!!더이상 뜯지마」하고 외치고 있는데 정작 입에서는 「ㅇ...안...ㄷ..」이런 어이없는 소리만 나와
아..안돼...안돼...안돼....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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