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힘을 숙주와 공유할 수 있으면 이 세계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을테니까.
이 부분을 읽을 때 든 생각은 ‘개체’가 그냥 신이고 자시고를 떠나서 기생충 같다는 느낌? 하지만 이 광신도들한테 있어서 ‘그것’에게 선택당한다는 건 꽤나 영광인 듯 했어. 그 ‘승천’이니 ‘영생’이니 하는 얼토당토않아 보이는 약속이 그 사람들한테는 꽤나 매력적으로 보였던 모양이지? 그 책에는 그것에 대한 어떠한부작용 같은 것도 언급되어 있지 않았거든. 그러니까그 사람들은 그냥 막연하게 좋게만 생각했나보지. 소위 ‘승천’이라는 게 뻥이라는 건 지금까지 일어났던일들만 봐도 너무 뻔히 잘 알 수 있는 거 아닌가?
하여튼, 그래서 ‘개체’는 우리 차원의 틈에서 알맞은때를 기다리고 있다는 거지. 자신에게 적합한 육체가발견될 때까지. 책의 마지막 부분은 그 방에 걸려 있던 태피스트리의 내용을 좀 더 자세하게 풀어 쓴 거야. 육체가 ‘개체’에 의해 선택을 받을 것이며, 그 육체 속에서 ‘그것’은 가만히 자라면서 힘을 키울 것이다. 육체와 ‘개체’는 “일심동체(Two in One)”라고 불린대. 글쎄… 그 일심동체가 과연 두 인격이 서로 협력해서 움직인다는 건지, 아니면 ‘개체’가 육체의 통제권을 완전히 가져간다는 건지는 모르겠네.
‘그것’이 육체 안에서 충분히 힘을 기르고 나면, ‘개체’는 전 세계로 ‘그것’의 영향력을 퍼트려 나갈 거라고 해. 선택된 사람들은 낙원으로 승천하게 될 것이고, 영원히 ‘개체’와 한 몸이 되어 살아갈 거라는 거지. 모르겠어, 나한테는 그게 별로 안 좋아 보이는데.그리고 그 감염된 사람들의 망가진 형태랑 그 추한미소를 보면, ‘영원한 낙원’과는 백만 광년 정도 거리가 있어 보인단 말이야. 영원한 낙원보다는 영원한고문에 더 가까운 것 같은데. ‘개체’라는 건 확실히 세뇌와 조작에 능한 것 같아. 아마 신도 아닐거야. 그 광신도들이 지금쯤 자신들이 이 세계로 그 크리쳐를 불러낸 걸 후회하고 있었으면 좋겠네. 왜냐면 그 책에는 ‘그것’이 육체를 차지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주술과 기도문 같은 것들이 쓰여 있었거든.
내 생각에는 그 의문의 ‘육체’가 25년 전에 태어나서최근까지도 살아 있었던 것 같아. Hadwell 경전 뒤쪽에 출생 증명서가 접혀서 꽂혀 있었거든. 사이비종교 지도자의 딸, Elizabeth Hadwell. 1989년 Portland에서 출생. 출생 증명서 뒷면에는 “지금까지 기다렸나이다! ‘개체’의 강림을 경배하라! 기뻐하라!”라고 쓰여 있었어.
이 Elizabeth가 우리가 알고 있는 그 Liz가 맞는지는알 수 없지만, 난 그렇다고 믿어. Liz 주변부의 인물들부터 감염이 시작되었다고 생각하면 아귀가 딱 맞아 떨어지잖아? 하지만 그 시카고 시리즈에 Liz가 썼던 말들을 보면, 그러니까 얼마나 Liz가 겁에 질려 있었으며, Alan을 얼마나 걱정하고 있었으며, 얼마나절망하고 있었는지를 보면… 아마 자기가 자기 몸 속에 뭘 넣고 다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던 것 같아. 너무나 비극적이게도. 아니면, Liz는 모든 걸 알고 있었을지도. 어쩌면 그녀가 존나 슈퍼 악당일지도모르지. 거짓말에 아주 능한 악당. 모르겠어.
내가 왜 이 Elizabeth Hadwell이 Liz라고 이렇게 확신하고 있을까? 그냥 동명이인일지도 모르는데. 하지만 저번 주에 어떤 남자한테서 연락이 왔어. 스스로를 ‘여행자(Voyager)’라고 칭하는 사람이었지. 저번에 시카고 지역 번호로 왔던 문자 기억해? 나보고학교로 가라고 했던 그 문자? 그는 날 도와주고 싶다고 했어. 그 사람이 Elizabeth Hadwell이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그 Liz가 맞다고 확실하게 말했지. 왜인지는 말해주지 않았지만. 난 그 사람을 믿기로 했어.왜냐면 그는 나보다 ‘그것’에 대해서 훨씬 잘 알고 있는 것 같았거든. 다른 글들에 등장하는 사람들도 다알고 있다고 했어. Jess, Liz, Alan, Lisa, Alex. 심지어 Z도 알고 있다고 했고. 하지만 단언컨대 그를 믿었던 건 지난 한달 반 동안 내가 저지른 수많은 엿 같은 실수들 중에 탑 급에 속해. 그리고 덕분에 Blake는 다쳐서 병원에 입원해 있지.
더 길게 글을 쓰는 건 힘들 것 같아. 언제 또 필름이끊길지 모르거든. Heather랑 내가 이 모텔 방에 언제부터 틀어박혀 있었는지 잘 가늠이 안돼. 달력을보니까 내가 저번에 Nosleep에 글 올린 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고 되어 있는데, 그럴 리가 없어. 암만많이 쳐줘도 이틀 이상 지난 것 같지가 않단 말이야. Heather도 나와 비슷한 증상을 겪기 시작했어. 진짜아무런 희망도 보이지 않는 기분이야. 확실히 우린감염됐어. 우릴 찾아온답시고 여기로 오지 않길 바라.
최대한 빨리 돌아오도록 노력해 볼게. 하지만 ‘그것’, ‘개체’가 내가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걸 별로 원하지않는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 ‘그것’이 나를 차지하고 있어. 정확하게 느껴지지는 않지만 알 수 있어. ‘그것’은 내 눈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면서 내 몸 속에꼭꼭 숨어 있어. 아무래도 병이 든 것 같아. 빛을 보면눈이 너무 아파. 입맛도 없어. 하루종일 화가 나 있거나 절망에 빠져 있어. 그러다가 갑자기 웃는 거야. 내가 웃으면 Heather도 따라 웃어. 그리고 둘이서 바닥을 떼굴떼굴 구르면서 쉴새없이 히스테릭한 웃음을 막 터트리는거야. 그러고 10 분 있다가 보면 둘이막 통곡을 하고 있고. 진짜 너무 싫어. 뭔가 고칠 수
뭔가 고칠 수있는 방법이 없을까? ‘그것’을 파괴할 수 있는 방법이? ‘그것’을 내 몸 안에서 내쫓아 버릴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그래… 어느 누가 신이랑 싸워서 이길 수가 있겠어.
내일 회사가서 읽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