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끝날 적에, 처음으로 행동에 들어간 사람은 우리 아빠였다.
아빠는 그 징조를 몇 년 전부터 알아차려서 지하 피난처를 지었다.
국가들이 국경을 봉쇄할 때쯤, 아빠는 우리 가족을 그 지하 벙커로 데려갔다.
나는 우리 누나 보의 뒤를 이어 2년 후에 태어났다.
나는 자라나면서 지상을 간절히 보고 싶어했지만 아빠가 막았다.
지상은 안전하지 않고, 내가 14살이 될 때까지 사람이 살 수 없는 환경일 거라고.
결국, 아빠가 비상 식량을 충분히 갖춰 놓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소비를 제한했지만 식량은 점점 고갈되어 갔다.
어느 날, 할아버지가 사라졌다. 그날 밤, 아빠는 우리에게 고기를 나눠 주었다.
아무도 그게 어디서 왔는지 물어보지 않았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먹었다.
배고픔이 사라졌다. 당분간은.
그 다음으로 사라진 사람은 삼촌이었다. 그리고 내 사촌.
엄마까지.
그래서 나, 보, 아빠 이렇게 세 명만 남았다.
한 달만 지나면 남은 음식마저 없어질 것이다.
아빠가 나한테 뭘 해야 할지 얘기할 동안 보는 자고 있었다.
아빠는 나에게 칼을 건네주었다.
아빠는 식탁에 누워서 약을 먹었다.
그날 밤, 우리는 먹었지만, 나는 눈물 맛밖에 느낄 수 없었다.
그리고 기다리던 그날이 마침내 찾아왔다. 우리가 긴 계단을 천천히 올라갈 때, 나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문을 끌어 열면서 무거운 쇠가 삐걱대는 소리에 귀가 멍멍했다.
빛이 내 눈으로 쏟아졌고, 갑작스러운 소리가 내 귀로 들어왔다.
나는 깜짝 놀랐다.
지도대로라면 이 지하도는 강이 아니라 도시 입구에서 끝나게 되어 있었다.
내가 뭘 들은 거지?
눈부심이 사라지고 내가 본 것은 내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만들었다.
나는 자동차의 사진을 본 적 있었고, 여러 자동차가 빠르게 지나가는 게 보였다. 빛, 자동차, 사람.
그날은 내가 세상이 끝난 적이 없다는 걸 깨달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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