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사람의 숨쉬는 소리마저 들릴만큼 고요한 학교였기에


우리들은 의심스러웠던 중앙계단뒤쪽으로 행여나 누가 부스럭거리는 소리라도 들을까봐


조심조심, 아주 조용하게 아래로 향했어


계단주변엔 짐같은게 엄청 많았어


요리조리 살금살금 피해서 계단의 끝이라고 생각되는 곳에 도착했어


상자와 이런저런 잡동사니들로 앞이 막혀있었기에 지하실로 내려가는 길 같은건 없나 싶어진 우리는 급 실망했어


오늘의 모험이 이런식으로 엄청 허무하게 끝날 것이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했으니 뭐...


그래서 우리는 짐같은걸 좀 치우고 모여앉았어


나는 좀 원망스런 눈으로 규선이에게 '어디서 듣도보도 못한 그런 얘기를 가져와서 --'


라고 말했지


규선이도 머쓱하게 뭐 그럴수도 있지 하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어


에휴..


한숨을 푹쉰 나는 이제 어떡하냐고 물었고


모두 아무말없이 서로만 쳐다봤어 


뭐 딱히 나도 별다른 수가 없었고 다들 마찬가지여서 


그럼 집가자는 콜이나오고


내려왔던 계단을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어



땡그랑




내 뒤쪽에서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어


쇳덩어리가 콘크리트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고요하던 학교안에 엄청크게 울려퍼졌어


서로 엄청 놀라서 제자리에 멈춰섰어


뭐지? 하고 뒤를 돌아봤어


셋중 누군가 올라오면서 뭔가를 건드렸겠지


문제는 그다음이었어




또각또각



1층복도쪽에서 발소리가 들려왔어 


중앙계단 뒤쪽에 있는 내려가는 계단중간쯤에 있었기에


그 발소리의 근원이 어디인지는 정확히 몰랐지만


발소리가 우리쪽으로 점점 다가오고 있음은 알 수 있었어





우리들은 올라오던 계단반대로 다시 내려갔고


점점 다가오는 발소리로부터 몸을 숨기기 위해 박스와 여러 짐들 사이사이로 숨었어



발소리가 계단 바로 위쪽에서 멈추었고 


후레쉬 불빛이 우리가 있는 계단아래쪽을 비췄어



내 심장이 엄청 빠르게 뛰고 있었어


행여나 심장뛰는 소리가 저 위까지 들리지는 않을까 걱정이됬지만


후레쉬불빛이 다른곳을 비추기 시작했고 이내 점점 멀어져가는 발소리가 들려왔어


경비아저씨가 왜 아직도 안가셨지?


내 손목시계는 11시 30분을 넘어가고 있었는데


그시간까지 경비아저씨가 학교안에 있는게 정말 이상했어




그래서 발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 까지 기다리다가


더이상 들리지 않게되자 한숨을 내쉬었어 


뭔가 지친느낌이 들기도 했고


그 쇳덩이를 떨어뜨린놈이 좀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덕분에 그래도 나름 스릴있고 재밌었기에 만족스러웠어


다른애들이 어땠는지는 나야 모르지


아무튼 다시 우리들은 눈빛으로 그만집에가자는 사인을 교환했고 계단을 천천히 오르기 시작하려고 했어


그때


뒤쪽에서 규선이가 좀 다급한 목소리로 


'야! 야!'


이러면서 우릴 불러세웠어



뭔 또 같잖은 소리를 하려고 그러지 하고 뒤를 돌았어


규선이는 자기가 갖고 있던 손전등으로 아무말 없이 어느 한곳을 비췄는데


빛이 비추고 있는 자리엔 손잡이같은게 있었어  돌려서 여는 그런 평범한 손잡이있잖아



어라?



우리들은 모두 손잡이 앞으로 갔어 


그곳엔 분명 문이있었어


아까는 짐에 가려서 못봤었지만 


이번에 숨으면서 운좋게 발견한 것 같아


규선이에게 멋적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어


굳!!


규선이는 무표정으로 아무말 없이 그저 후레쉬로 문 손잡이를 비추면서 나를 쳐다봤어


좀 많이 긴장한 듯한 그런 얼굴? 아무튼 뭐 지하로 내려갈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에 들뜬 나는


얼른 짐들을 치워보자고 했어


그렇게 하나 둘 짐들을 옆으로 옮겼고


그렇게 크지 않은, 한사람이나 드나들만한 크기의 문이 나타났어


이런 장소에 이렇게 가려져 있으니 엄청 수상하자나


심장이 마구 뛰기 시작했어 


무서워서가 아닌 흥분된 마음에 얼른 문손잡이를 돌렸어


먼지로 코팅되어있는 문손잡이를 잡고 돌리니 문의 잠금장치가 풀리면서 팅하는 소리가 들렸어


신기하게도 문은 우리쪽에서 잠그는 형태였어


그래도 뭐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문너머로 후레쉬를 비췄어






한명이 지나다닐만한 좁은 통로가 나타났어 


우리학교에도 이런곳이 있었다니


놀랍기도하고 조금 무섭기도 하고 


그렇게 멍하니 바라보고있는데


규선이가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어


그뒤를 내가 그다음 나머지 친구들이 따라 걷기 시작했어



통로는 생각보다 많이 비좁았고 가면 갈수록 점점 좁아졌어


조금 습한느낌도 들고 어두운데다가 계속 아래로 내려가는 것 같은 느낌이라서 기분이 엄청 나빳어


거기다 우리들도 아무말이 없어서 터벅터벅 발소리만 들려오는데


그게 더 무서웠어


그래서 규선이한테 '야 계속내려가는 것 같은데 앞에 뭐 보이는 거 없냐?'


하고 물었어


'아직까진 아무것도 안보여'


무미건조한 대답이 통로안에 메아리쳤어


뒤에있는 친구들 역시 아무말없이 터벅터벅 따라오기만 했어


이상해...


뭔가 위화감이 느껴져서 뒤를 슬쩍 돌아봤어




그 순간



무언가가 내 앞을 막았어



규선이가 가다 멈춰선거야


'여기 무슨 넓은 공간이 나오는데?'



규선이 너머로는 대강당으로 쓰여도 될만큼 넓은 공간이 보였어


우리는 차례차례 공간으로 입장했고


그곳을 여기저기 둘러보기 시작했어


그 소문으로 돌던 철문을 찾고 싶기도 했고


학교지하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흥미로운 일이었으니깐..




커다란 물탱크와 규칙성없이 쌓여있는 짐들이 여기저기 놓여있었어


딱히 신기할것도 놀라울 것도 없었기에 


우리는 아무말 없이 여기저기 후레쉬를 비춰보면서 걸어갔는데


우리가 왔던 통로와 마주보고있는 벽에 도착해보니 무슨 작은 문같은게 또 다시 나타났어


철문은 아니었지만 상당히 기분나뿐 문이었어


'이게 그문인가?'하는 내 질문에


'그야 모르지'라고 대답했어


문앞에서 오른쪽을 비추니 우리가 왔던것과 비슷한 통로가 보였어


이곳이 방공호로 추정되는 이곳의 끝이 아님을 알 수 있었어


일단 더 들어가기전에 이문너머에 뭐가있나 한번 확인해보자는 의견이 나왔고



이번에도 내가 문 손잡이를 잡고 돌렸어



끼이익



기분나쁜소리를 내며 문손잡이가 돌아갔고


나는 천천히 문을 밀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