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멎는다 . 점점 선명하게 들려오는 신음소리에 내 심장 박동수는 점점 가빠진다. 잠겨있지도 않는 대문을 살며시 열어본다.
막장 드라마에서나 보던 일이 내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날 사랑스러운 눈으로 배웅해주던 내 아내는 그 같은 눈으로 다른 남자를 욕정에 가득찬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드라마의 주인공이 이런장면을 목격할때는 바로 머리채를 잡던데 , 막상 내가 겪어보니 몸이 움직이질 않는다.
저 둘은 이런 내 마음도 모른채 격렬하게 사랑을 나눈다. 영화를 보는 것만 같다. 아니, 이게 영화였으면 좋겠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인기척을 낼까 아니면 모른척 문을 닫고 나가야 할까. 심장이 끓는다.
잠시 부엌에 있는 식칼을 뽑아 남자의 등에 꽂는 상상을 해본다. 하지만 감옥에 가기엔 난 아직 너무 젊다. 떨어지지 않는 발을 억지로 움직여 일단 조용히 집을 나선다.
분노로 인해 손이 떨려서 엘레베이터 버튼도 제대로 누르지 못하겠다 . 내가 간 쓸개 모두 다 내어주고 쫒아다녀서 결혼한 것에 대한 댓가가 이것이라니.
다시 좀전의 상황이 머리에서 재생된다. 아니 잠깐, 저 남자는 어디서 봤던 놈 같은데..
그렇다, 작년에 오랜만에 만난 동창이라고 아내가 소개해줬던 것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내가 병신이다.
일단 정신을 추스르러 근처 술집을 찾았다. 소주를 들이키니 마음이 점점 차분해진다.
소주의 씁쓸한 끝맛을 음미하면서 이 상황에서 이성을 잃으면 내가 가해자가 됨을 나 자신에게 되뇌인다. 잠시 아내와의 좋았던 추억들이 내 머릿속에 떠오르지만 그것도 잠시, 좀전의 기억들이 나를 지배한다.
차분히 생각해보자. 어떻게 해야할까. 용서는 없다. 내가 그동안 볼꼴 못볼꼴 다 보며 벌어다준 돈으로 외간 남자랑 바람이나 피는 여자에게 자비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간통죄도 폐지되었는데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이혼을 해봐야 그동안 내가 뼈빠지게 일한 돈을 나눠야 할테고, 6살밖에 안된 우리 지윤이가 입을 상처는 누가 치유해줄 것이란 말인가? 젠장. 결혼을 일찍 하는게 아니였다.
그 동창이라는 놈을 주거침입죄로 고소를 해볼까? 그래봤자 형량이 얼마 나오지도 않을텐데. 그정도로는 부족하다.
내 인생을 산산조각 낸 댓가로는 너무 가벼운 형량이다. 젠장, 모르겠다. 하지만 일단 제대로 된 계획을 짜기전까지는 내가 불륜의 사실을 안다는 것을 알리지 않는게 가장 좋을 것 같다.
술집에서 시간을 몇시간 더 때운 후, 평소보다 늦게 집에 들어갔다. 만약 오늘 일찍 퇴근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아무것도 모른채 행복하게 살았을까? 아니다, 그건 행복이 아니다.
“여보, 오늘 왜이렇게 늦게왔어요? 내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술은 또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 걱정되게.”
“미안해. 갑자기 중요한 미팅이 잡혀서. 오늘 하루 잘 보냈어?”
“자기가 없는데 어떻게 오늘 하루를 잘보내요. 앞으로는 일찍 퇴근하기로 약속해요. 우리 아직 신혼이잖아. 알겠죠?”
“응 알겠어. 앞으론 꼭 시간 맞춰서 올게.”
이 교활한 것 같으니라고. 몇시간 전만해도 남의 남자에게 교성을 지르던 년이 뭐? 내가 없어서 하루를 잘 못보내?
하지만 아무리 화가나도 내 속마음을 들켜선 안된다. 최대한 평소처럼 웃으며 아내의 볼에 입맞춤을 하고, 꼭 안아준다.
이런 내 생각은 알지도 못한채 선영이는 애교넘치는 몸짓으로 내 외투를 벗기고 옷걸이에 건다.
침대에 누워 잠이든 척을 하며 어떻게 복수를 해야할지 생각해본다 . 어떤 계획을 짜던지 내가 역으로 경찰에 잡힐만한 것은 안된다.
따라서 직접적인 물리적 피해는 가급적 피해야한다. 맞바람 또한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는 끝까지 피해자여야 하고, 선영이와 그자식은 평생 가해자로 남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건 외도의 증거인데.. 그래, 일단 그것부터 해야겠다.
굿 - DCW
오 좋다
굿굿. 추천준다 연재 계속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