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에 누워 자는척을 하며 앞으로의 계획들을 구상한다. 아내는 이런 내 생각은 꿈에도 모른채 내 어깨에 얼굴을 묻고 자고있다. 

우선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일을 관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무직이 되는건 둘째치고,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경우 내가 제일 먼저 

의심받을 것이다. 일이 많아져 앞으로 좀 늦을 것 같다고 두루뭉실 하게 말하는게 가장 좋을 것 같다. 그러면 그 새끼도 집에 더 자주 찾아오겠지.


다음날 선영이에게 준비한대로 말하자 역시나 아쉬운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은근히 기분이 들떠보이는건 기분탓일까?


일을 마치고, 준비해둔 마스크를 끼고 옆동네 피씨방에 간다. 이 모습 자체로 의심받을 수도 있지만, 

내 노트북이나 핸드폰을 사용하다가 혹시나 나중에 검색기록이 조회되서 내가 의심받는 것보다는 백배 낫다. 


몇시간의 검색 끝에 가장 적합한 초소형 몰래 카메라를 구입할 수 있는 곳을 찾아내었다. 금액이 좀 비싸긴 하지만 모아둔 비자금으로 충분하다. 

이러려고 모아둔 돈은 아닌데... 또 다시 화가 치민다. 이런 짓을 하고 있는 내가 한심하기도 하다. 그래도 용서할 수는 없다. 이 세상에서 나같은 

경험을 겪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이런 충격을 선사한 그 년놈들에게 그에 걸맞는 선물을 선사해야 도리일 것이다.


집에 돌아와보니 아무도 없다. 선영이에게 전화를 걸어보니 내가 훨씬 늦을 줄 알고 잠시 친구를 만나러 나왔다고 한다. 역시 신도 내 편이다. 

어차피 피곤해서 바로 씻고 잠에 들 예정이니 천천히 놀다가 들어오라고 평소처럼 자상한 말투로 통화를 마친다. 그런데 전화를 끊고 

카메라를 설치하려는데 방금 나눈 통화가 마음에 걸린다. 친구를 만나는 것 치곤 주변의 소리가 너무 조용했기 때문이다. 

그새를 못참고 또 발정이 나서 나간게 분명해. 


“이 씨발년!!!”


안돼, 흥분하면 안된다. 마음을 가라앉히자. 이럴땐 술이 최고다. 냉장고에서 막 꺼낸 차가운 맥주가 목을 타고 들어오면서 내 분노를 적신다. 

차분한 마음으로 카메라들을 곳곳에 몰래 설치하고 테스트를 해보니 침대와 마루가 핸드폰 버튼 하나면 한눈에 모두 들어온다. 

이 각도라면 그짓을 할때 그놈들의 발정난 얼굴들이 모두 보일 것이다.


이제는 기다리는 일 밖에 남지 않았다. 혹시나 눈치를 채고, 혹은 죄책감에 그자식이 이제 밖에서만 만나면 어떡하나 걱정을 했지만, 

벌건 대낮에 그 자식이 우리집 대문을 열고 들어오는 광경을 실시간으로 보니 안심이 된다. 그런데 뭐야, 이 새끼 우리집 

비밀번호까지 알고있어? 사람의 마음은 한번 빠지면 걷잡을 수 없나보다. 이런 직업도 없어보이는 자식한테 집이고 다리고 다 열어주다니.


“정석씨 왔어요? 왜 이렇게 늦게왔어요 내가 얼마나 보고싶었는데”


자주 듣던 말이다. 이 개같은년... 저 새끼한테 쓰던 말을 나한테 똑같이 쓰고 있었구나.


이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둘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옷을 벗고 서로의 몸을 탐닉한다. 그 광경을 보는데 분노가 차오르는 한편, 

나도 모르게 흥분이 된다. 인간은 정말 알다가도 모를 동물이다.


그런데 어라? 이 자식 뭐야. 관계를 하다말고 핸드폰을 잡아 촬영을 하네? 선영이의 아무렇지도 않다는 반응을 보니 한두번 찍은 것 같지가 않다. 

섹스 동영상을 찍는 그들을 몰래카메라로 지켜보고 있는 나. 뭔가 상황이 우스꽝스럽다. 그런데 이 어이없는 상황을 잠시 지켜보다보니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우선 저 자식의 핸드폰을 어떻게든 얻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