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에 누워 앞으로의 계획을 생각하다보니, 밖에 그대로 놔둔 핸드폰이 마음에 걸린다. 혹시나 이후에 경찰조사가 있을 시, 

동영상들의 업로드 시간을 확인한다면 큰일이다. 핸드폰을 없애버리는게 좋을 것 같다.


핸드폰을 찾으려 마루로 나오는데 문 밖에서 인기척이 들린다. 젠장, 선영이가 벌써 왔나? 

긴장을 하니 핸드폰을 어디다 던져놨는지 순간 기억이 나질 않는다.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소리가 들린다. 씨발! 어딨는거야! 문이 열림과 동시에 핸드폰이 손에 잡힌다. 초인적인 속도로 

핸드폰의 전원을 끄고 아무렇지 않은 척 인사를 하려는데 왠 낯선 남자가 문을열고 들어온다. 자세히보니 그자식이다.


“아.. 안녕하세요?”


“아.. 누구시죠? 아 혹시 저번에 뵌 저희 아내 동창분 아닌가요? 그런데 저희 집 비밀번호는 어떻게 알고 들어오셨죠?”


머리굴리는 소리가 들린다. 당황했지? 이 개새끼야.


“아.. 그게.. 저.. 아! 제가 선영이로부터 뭘 받을게 있는데, 바쁘다고 그냥 집에가서 가져가라고 하더라구요.”


같지도 않는 변명을 내뱉는게 우스워 미치겠지만 겨우 참고 대답한다.


“아 그러셨구나. 네 선영이가 가끔 친구들한테 그렇게 하더라구요. 뭐 집에 가져갈 것도 없어서 그런가 하하하. 

들어오셔서 받아갈 것 가져가세요.”


아무렇지 않은 척 쿨한 남편 코스프레를 하고 정석을 집에 들인다. 이 자식의 얼굴에 땀이 맺히는 것이 보인다. 가져갈 것 이라곤 

두고간 핸드폰일텐데, 내 주머니에 있는 것을 찾을 수도 없거니와 바닥 어딘가 떨어트렸을 그것을 내앞에서 대놓고 찾을 순 없기 때문이다.


대충 마루를 둘러보던 정석은 핸드폰이 보이질 않자, 아마 선영이가 깜빡하고 준비를 안했나보다 라는 변명을 늘어놓고 집을 나선다. 

나는 다음에라도 아무때나 들려서 가져가시라는 맘에도 없는 말을 하며 그녀석을 보낸다.

핸드폰을 꺼놓길 잘했다. 전화라도 울렸으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당장 처분해야 마음이 놓일 것 같다.


어렴풋이 예전에 읽었던 글의 내용이 생각난다. 왠만한 손상을 입은 핸드폰의 정보도 어느정도 복구 가능하다던데, 

완전 박살을 내야 할 것 같다. 결혼한뒤로 거의 사용하지 않던 공구함속의 망치를 꺼내 핸드폰을 산산조각으로 부순다. 

망치질을 하자 그동안의 스트레스가 모두 날아가는 것만 같다. 잠시 선영이의 머리를 망치로 박살내는 상상을 해본다.

그년의 머리통을 부셔버릴 때도 이런 느낌일까?


가루가 되다싶이 한 핸드폰의 파편들을 10개의 봉지로 나눠 담은 뒤, 옆동네의 쓰레기통들을 순방하며 버린다. 

남은 2봉지는 더이상 버릴 곳이 없길래 뒷산에 대충 파묻어버린다. 이 정도면 왠만해선 들킬 일은 없을 것 같다.


이제 집에 돌아가 내가 업로드한 동영상들의 다운로드 조회수를 확인해봐야 겠다. 혹시 선영이의 지인들이 벌써 보지는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