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한 교도소에, 도저히 손 댈 수조차 없는 난폭한 사형수가 있어서 간수들도 매우 애를 먹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간수들은 교도소 내의 종교행사를 담당하던 신부님에게 그의 심성을 좀 고쳐달라는 하소연
까지 하게 되었는데-
그 신부님은 노련한 사람으로, 그와 독방에서 만날 때 성경 안에 작은 종이조각을 감춰두었다.
처음에는「교도소 안에서 시끄럽게 굴지마라 멍청아. 지금 너를 구하려는 작전이 진행 중이니까」라는
쪽지를 남겨두었다.
사형수는 그것을 보고, 신부가 자신과 한 패라고 생각한 것은 물론, 자신의 보스가 구해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윽고 신부와 사형수가 만날 때마다 메모는 늘어갔다.「작전은 순조롭다」또는「이제 곧」
같은 내용의.
그리고 마지막 날의 메모에는 이렇게 써 있었다.
「작전의 실행은, 마지막 순간에」
사형수에게 있어서는 이 세상에서 마지막 날. 최후의 만찬을 먹은 후 신부에게 마지막 소원까지 말한 그는
웃는 얼굴로 전기의자로 향했고, 마지막으로 얼굴 앞에 커버를 씌우는 순간까지도 그는 웃는 얼굴이었다.
그가 죽은 후, 그 난폭하게 굴던 놈를 어떻게 그렇게 얌전하게 만들었느냐며 간수들에게 추궁당한 신부는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한 마디.
「저는 그에게「희망」을 주었습니다.」
24
어느 남자가 있었다. 그는 언제나 게으름을 피웠고 매일매일이 건성건성이었다.
자신의 임종이 가까워진 것을 깨달았던 그의 부친은, 유산을 단지 아들에게 물려주기만 하는 것 보다는
녀석이 열심히 일하도록 마음을 고쳐먹게 하고 싶었다. 그리하여, 도저히,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고 발버둥을
쳐도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을 때만 그 재산을 손에 넣을 수 있도록 한 계책을 짜냈다.
남자는 부친의 임종 후, 재산 대신 한 편지와 열쇠만 물려받았다. 편지에는「아무리 노력해도 도저히 가망이
없을 때, 이 열쇠로 문을 열어보거라」하고 쓰여져 있었다.
뜻밖에 아버지의 재산을 물려받지 못한 그는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열심히 일을 해보았지만 생활은 날로
궁핍해질 뿐이었다. 곤란함을 겪다못한 그는 편지에 쓰인대로 열쇠로 방의 문을 열어보았다.
그러나 그 곳에는 내심 기대한 어떤 구원책은 커녕 자살용의 로프만이 천장에 매달려 있을 따름이었다.
「죽으라는 말인가!」
남자는 울분을 토하며 마음을 고쳐 먹고는 더더욱 열심히 일했다. 그러나 그랬음에도 생활은 여전히 악화
일로였다. 남자는 마음 속 깊이 절망을 느끼며 그 로프를 떠올리고는 결국 그 곳에서 자살을 기도했다.
허나, 사실 그 방에는 로프에 체중이 실리면 천정이 무너지도록 된 장치가 있었고. 무너진 천장 위에서는
아버지가 숨겨놓은 재산이 대량으로 쏟아졌다.
36
향수병의 유래를 아십니까?
19 세기 유럽의 한 나라에서 유아들이 소년 소녀들에게 살해되는 사건이 계속 발생해서 학자들의 연구대상이
된 바 있었습니다.
그 소년 소녀들은 아기들을 돌보는 보모 역할로 고용된 사람들로, 대부분 지방의 농촌에서 고용되어 먼 타향
에 돈을 벌러 와 있었던 것입니다. 아직 철이 들지 않은 어린 소년 소녀들이었던데다 전혀 다른 생활환경에서
적응하기 어려워한 그들은 심한 향수병에 걸렸고 우울증에 시달리다 그만
「이 아이만 없으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
라는 식의 망상에 빠져 범행을 저지르고 만 것이 이 사건의 원인으로 판명되었습니다. 그것이 결국 향수병
이라는 개념의 유래가 되었습니다.
42
어느 공업 고등학교에서 아크 용접 실습을 했을 때의 일이다.
아크 용접의 경우 철을 대략 3000℃의 초고온으로 가열해서 가공하기 때문에, 현장은 지옥같은 더위 속에
놓이게 되기 마련이다.
어느 한 학생이 그 더위를 참지 못하고 차광 안경을 벗고는 이마의 땀을 닦았다. 그런데 그 순간, 그는 직접
아크 용접의 불꽃을 봐 버렸다.
이윽고 수업이 끝나고, 이 학생도 집에 돌아갔다. 그는 시력이 나빠서 평상시 콘택트 렌즈를 착용하고 있었
는데, 귀가한 그는 언제나처럼 콘택트 렌즈를 뺐지만···그 순간 그의 시야는 어둠에 싸여서 아무것도 볼 수
없게 되고 말았다.
실은 그가 불꽃을 응시했을 때, 그의 각막은 열에 의해 콘택트 렌즈와 융합해 버렸던 것이다.
때문에 그가 콘택트 렌즈를 빼는 순간 각막까지 함께 벗겨져 버렸던 것이다.
53
어느 부부가 싸게 매물로 나온 큰 집을 샀다.
가격도 싸고 방도 매우 많은 큰 집에다, 주위 환경도 좋고 해도 잘 드는, 더할 나위 없는 멋진 집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남편이 복도를 걷고 있다보니 거기에 붉은 크레용이 하나 떨어져 있었다.
그들 부부에게 아이는 없었다. 따라서 집안에 크레용이 있을 턱이 없었다.
이상하다고 생각한 그였지만, 어쩌면 전에 살던 사람의 분실물이라고 생각하고는 별 생각없이 그 크레용을
주워 쓰레기통에 넣었다
며칠 후 아침, 그가 신문을 가져오려고 복도에 나오자 그 날과 같은 장소에 또 붉은 크레용이 떨어져 있었다.
조금 이상하게 생각해서 그것을 아내에게 이야기하자, 그녀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실은 저도 어제 청소를 하다가 당신이 말한 그 장소에서 붉은 크레용을 주웠어요」
혹시, 모르는 새 근처에 사는 아이라도 몰래 들어왔던 것일까. 그러나, 그렇다면 집안 어디엔가 낙서가 있을
법 하지 않은가. 크레용만 덩그러니 떨어져있다면 그건 정말 기분 나쁜 이야기가 아닌가···
무서워진 둘은 크레용이 떨어진 복도 근처를 조사해 보았다. 다시 한번 복도를 조사하던 둘은 기묘한 사실을
눈치챈다. 이 집은 배치가 이상한 것이다.
집의 도면을 봐도, 밖에서 보더라도, 이 위치에는 분명히 방이 하나 더 있어야 한다. 둘이 문제의 장소의 벽을
두드리자 분명 거기만 옆 벽과 소리가 달랐다. 남편이 벽지를 벗겨내자 거기에는 단단하게 못이 박힌 채 봉인
된 미닫이 문이 숨겨져 있었다. 그 못을 모두 뽑아 내고 미닫이를 연 후, 닫힌 방안으로 발을 내딛었다
그 방의 새하얀 벽은 온통 붉은 크레용으로 이런 문자가 빽빽이 써있었다.
「어머니 미안해요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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