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여름으로 기억합니다.
당시에는 좋은 약수터를 찾아 약수를 떠다 마시는것이 유행이었고 우리가족 또한 어디어디 약수터가 좋더라라는 소문을 들으면 그곳에가서 일주일치 먹을만한 양의 약수를 떠오곤 했었습니다.
아마도 광주에서 장성을 경유하는 산을따라 굽이굽이도는
국도의 한 능선이었을 겁니다.
그곳에 좋은 약수터가 있다는 소문을들은 아버지는 어머니와 형, 그리고 저를 대리고 장성으로 향합니다.
94년식 프라이드베타를타고 떠나는 드라이브는 저에게 크나큰 즐거움이었기에 마냥들뜬 마음으로 집을 나섰습니다.
식사를 하고 여기저기 구경을 하다보니 시간은 금방 가버리고 지지않을꺼같은 태양이 어느새 산등성이에 걸칠무렵
약수를 뜨려 출발을 하였습니다.
문제의 약수터는 산을 따라도는 왕복 2차선의 국도변에
있었고 때문에 해당약수터를 찾느라 약간의 시간을 지체한
상태였습니다.
우여곡절끝에 도착한 약수터는 산 능선과 왕복2차선의
도로사이에 차 두어대를 주차할만한 공간을 두고 있었던것으로 기억하며 이미 약수터에 도착했을때는 해는 거의넘어간 시간이고 또한 주위를 둘러보아도 모두 산으로 둘러 쌓여있어 주변이 캄캄해진 상태였습니다.
아버지도 약간 무서우셨는지 잠깐 주차하셨지만 이왕온거 얼른 물을떠서 가자고 재촉하시며 다같이 차에서 내려
말통을 하나씩 들고 약수터로 향하기로 했습니다.
앞이 잘 보이지않아 낚시용으로 쓰던 노란색 후레쉬를 꺼내어 들고 약수터로 향하는데..
약수터는 도로 바로옆에 있지않았습니다.
도로에서 산쪽으로 2~30미터 정도 올라가야 물을 뜨는곳이 있었으며 그 초입에는 양철판을 두들겨 평평하게 만든
경고문이 붙어 있었습니다.
"경고, 혼자 또는 해 진 후 이곳의 방문을 금합니다"
정확하진 않지만 이러한 내용이었던걸로 기억합니다.
어머니께서 뭐야 기분나쁘게..라고 혼잣말을하신것이
아직 생생하기에 올라가서 약수를 한참뜨는데
이상하게도 지저귀는 참새소리도 들리지않고 주변의 모든것이 고요하게 정지된 느낌이 갑자기 들었습니다.
순간..온 산을 메아리치듯이 들리는 여자의 소름끼치듯 자지러지는 웃음소리...
'깔깔깔깔깔깔깔....'
식은땀이 줄줄나고 형을 포함한 우리 네가족은 일순간 그자리에 얼어붙을수 밖에 없었습니다.
바로 옆에서 들리는 소리가 아닌 온 산에서 울려퍼지는 웃음소리였고 비웃음이 가득한 그 소름끼치는 웃음소리....
더욱 무서웠던건 웃음소리가 들린순간 우리 네가족은 동시에 그자리에 얼어붙었다는것이었고 서로 말은 안하지만
모두 동시에 같은 소리를 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상한 존재를 자주 목격하고 무장집에서도 점보는것을 몇번 거부당했던 경험이 있는 어머니께서는 바닥에서 장돌을
하나 주워 아무도 없는 산속으로 집어던지며 무엇인지 모를
존재에게 크게 화를 내셨습니다.
"어디 사람을 놀리느나!! 썩 물러가라!!
라고 하시니 거짓말처럼 웃음소리는 싹 끊기며 흐르는 약수소리만이 그 정적을 깨고 있었습니다.
약수고 뭐고 안되겠다..라고 판단하신 아버지는...
급한 마음에 다 차지도 않은 약수통을 채 뚜껑도 닫지 않으신채 뒤돌아 내려가시려다가 약수를 엎게됩니다.
그순간 우리가족을 비웃는듯한 그 소름 끼치는 웃음소리...
아까보다 더큰소리로...더욱 농조가득한 그웃음소리가 아직도 잊혀지가 않습니다.
그순간 내내 그 무엇인가는 겁을먹고 황급히 그 자리를 벗어나려는 우리가족을 향해 더 크게 더 소름끼치게 웃었습니다.
"깔깔깔깔깔깔...."
아직도 가끔 그얘기를 하곤 하는데
그때마다 어머니께서는 아버지를 참 짓궂게 놀리십니다.
"야야~ 니 아빠 그때 생각나니? 집도착할때까지 실내등 켜놓고 운전한거?"
산짐승이었구나.
88년인데 94년식 프라이드를 타고..?
아 너무 무섭다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