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어릴 때부터 간 크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

되게 어릴 때였는데도 \'토요미스테리\' 보려고 1박2일 가족여행에 불참하곤 했고. 혼자 불끄고 보고 나서도 단 몇 초의 뒤척임없이 엄청난 숙면을 하고. 뭐 그랬지.

그런 일상을 살던 어느날,
새벽에 불현듯 잠이 깬거야.

부엌에서 바시락바시락 소리가 나는데, 가족들은  자고 집은 고요하고, 부시럭부시럭 쑥덕쑥덕 소리는 계속나고. 그 땐 나도 좀 심장이 조이는 느낌이 들더라고. 이건 tv 드라마가 아니라 현실이니까.

가만히 일어나서, 조심조심 밖으로 나갔어. 발바닥이 바닥에 닿으면 땔 때 쩍 소리가 나잖아. 그 소리마저도 안나게 하려고 정말 슬로우모션으로.. (혹시 귀신이나 도둑이 소리 듣고 덥쳐올까봐)

그렇게 부엌쪽을 보는데.
세상에.

세 개의 거대한 납작한 덩어리들이 부엌을 뱅뱅 돌아다니는거야. 발이 달렸는데 그 검정색 덩어리들이 나를 본 건지 갑자기 멈춰섰어. 나도 눈을 크게 뜨며 굳었고. \'뭐야\' 생각하는데,

순간 덩어리들이 마구 달려 거실로 나왔다가 다시 동생방으로 우다다닥 달려 들어가는거야! 마치 숨는 것처럼.
그 짧은 순간,  바깥 가로등 조명에 비쳐진 그것들을 볼 수 있었는데..

그건 대형돈까스였어.
발 달린 대형돈까스.
심지어 하나는 튀김 입히기 전....


정말 너무 놀랐거니와. 동생한테는 좀 미안하지만. 도저히 그 방은 들어갈수가 없겠더라. 이건 이성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잖아. 내가 뭘 잘못봤거나 꿈이 덜 깼나보다- 자위하며 뒷걸음으로 내 방 컴백. 얼마 후 또 바로 숙면을 취했지. ㅠㅠ


근데 좀 희한한게. 우리집이 채식에 가깝거든. 그 이후로 고기 안좋아하던 애가 점점 돈까스에 환장하더라.

시간이 엄청 흐르고 둘 다 성인이 되었고. 내 동생은 여전히 돈까스에 심하게 환장을 해. 동생만을 위해 냉동고에 냉동돈까스를 늘 채워둬.
삼시세끼 돈까스를 먹는 아귀같은 동생을 보면 그 때가 생각이 나. 정말 내가 본 건 꿈이 아니라 돈까스 귀신이었나.. 그게 가능한 일인가.. 우스워서 누구한테 말할 수는 없고.



잠이 안와서 옛날 얘기 함 풀어봄.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