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처음 산 1kg다먹고나니 다음 판매는 일주일 후였다.
나는 그 일주일이 일년처럼 느껴졌다.
기다리는동안 다른 고기는 입에 대지도 못했다.
처음 먹어본 인육의 맛이 너무나 강렬했던 것이다.
비싼 한우등심을 사서 구워봐도 냄새는 누릿했고 맛은 느끼했으며 식감은 질겼다.
인육! 인육이 필요하다!
그렇게 길고 길었던 일주일이 지나고, 나는 적금을 깨서 B등급을 10kg구매했다.
200만원을 쓴 것이다.
어쩔수가 없다. 한번 맛을 보고나니 계속 먹고싶었다.
일하면서도 계속 고기생각밖에 나지 않았다.
점심으로 나온 제육볶음은 손도 안대고 퇴근시간이 되자 바로 집으로 달려왔다.
그리고 문앞에 놓여있는 택배상자를 부리나케챙겨서 집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바로 두덩이를 해동.
이걸 먹으면서 신기했던 것은, 고기만 먹어도 전혀 느끼하거나 물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양념을 안하고 소금만 쳐서 구워도, 아니 소금을 안쳐도 상관 없다.
채소나 소스등을 안곁들여도, 맥주나 콜라와 같이 안먹어도 괜찮다. 그 자체로 완벽하다.
한덩이를 구워서 먹기 시작하면 배가 불러 터질때까지 먹게 된다.
돼지고기는 제일 많이 먹어본게 한근 반, 1kg정도였는데 이건 2kg을 먹어도 더 먹고싶어진다.
지금까지 먹어본 것 중에서 제일 '맛있다'.
한참 고기를 구워 먹고 있는데 전화가 울렸다. 핸드폰을 집어드니 발신자표시제한이다.
입에 있는 고기를 억지로 삼켰다. 살짝 짜증이 올라왔다.
보이스피싱이면 욕이나 거하게 하고 끊어주려고 통화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강성준씨 핸드폰 맞으시죠?
"누구시죠?"
-아, 농부입니다. 그... 카페지기요.
"아아아~ 예~ 안녕하세요."
순간 살짝 소름이 돋았다.
새삼 맛있게 먹고있는 이 고기가 사람고기라는걸 떠올렸다.
그리고 지금 전화를 건 이사람은 사람을 잡다가가 해체하는 살인마 내지는 미친놈이겠지.
나는 지금 사람을 몇명 죽였는지 모를 녀석이랑 대화하고 있는 것이다.
최대한 떨리는 티를 안내기 위해서 헛기침을 했다.
"큼. 그런데 무슨일로..."
-혹시 먹고계셨나요? 에고, 식사도중에 죄송합니다. 나중에 다시 전화드리겠습니다.
"아뇨아뇨. 지금 말씀하셔도 됩니다."
-아예, 죄송합니다. 금방 끝내겠습니다.
강XX씨가 11번, 총 220만원의 구매로 카페에서 '벼'등급이 되셨는데요.
벼등급부터는 오프라인모임에 참석이 가능합니다. 혹시 관심 있으신가하고요.
참, 현재 활동하고 계신 카페 아이디는 정지되셨고, 다른 카페에 재가입하셔야해요.
이성이 경고를 보냈다. 아무리 그래도 이 미친놈들이랑 실제로 만나는건 위험하다.
열심히 먹고있는 내가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지만 공포라는 감각이 아직 남아있었다.
나는 안전하게 고기를 구매해서 먹을 수 있다면 만족한다.
나는 일단 거절하려고 했다.
"아...제가 직장도 있고, 주말에도 예정이 있어서 좀..."
-지금까지 B등급만 구매하셨는데, 오프모임에서는 A등급 고기도 구매가 가능해요.
또 다른 카페에 재가입하는 방법도 거기서 설명드릴거구요. 비밀유지가 중요하다보니까...
A등급. 이 한단어가 내 이성을 마비시켰다.
지금 먹고있는 이것보다 더 맛있는 고기가 있다고?
-참. 오프 참여하시려면 지금 가지고 계신 고기는 좀 아까우실거에요.
왜냐면 A등급을 한번 맛보면 냉동배송되는 B등급은 맛없어서 못먹을 정도거든요.
버리는 분도 계시더라구요.
이야기만 들었는데 침이 고인다.
꿀꺽
"그....언제죠?"
나는 이성과 식욕 사이에서 결국 식욕을 선택했다.
5)
오프모임은 나흘 후였다.
10kg는 의외로 양이 많아서 나흘안에 다 먹는것은 상당히 힘들었다.
하지만 kg당 20만원짜린데 버릴수야 있겠는가.
고기로만 떼우는것은 아무리 그래도 무리였는지 그 맛있는데 살짝 물리는 감도 있긴 했지만
A급 이상의 고기라는것은 그런 느낌을 전부 날려버리고도 남을정도로 매력적이었다.
농부라는 아이디대로 장소는 경기도의 한 농촌이였다.
버스 간격이 30분이었는데, 버스에서 내려서도 한참 걸어가야했다.
날씨가 꽤나 더웠던지라 땀이 주르륵 흘렀다.
농가라고 하니 좀 낡고 허름한 건물을 상상했는데, 주소를 찾아가보니 으리으리한 저택하나가 등장했다.
나는 살짝 긴장하며 초인종을 눌렀다.
마중나온건 진짜 농부같은 인상의 사내였다.
그을려서 까무잡잡하고, 키는 조금 작지만 근육으로 다부진 몸매였다.
"강성준씨 맞으시죠? 어서오세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전화 건너편에서 듣던 그 목소리다. 나는 꾸벅 목례를 했다.
나는 거실의 소파로 안내받았다.
아내로 보이는 사람이 커피를 내왔다.
하지만 나는 쉬이 커피를 입에 대지 못했다.
아무리 식욕에 이끌려서 여기까지 왔다지만 저 커피에 뭐가 들어있을지 어떻게 아는가.
경계를 풀지 않는 나는 '커피는 싫어해서요'라고 거절했다.
농부는 쓴 웃음을 지었다.
"보통 그러시더라구요. 커피에 뭐가 섞여있는지 의심이 가시나봐요."
정곡이다. 나는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는게, 고기로 쓰는건 동남아인이나 중국인이거든요.
여긴 중간 유통경로일 뿐이고 보통 그쪽에서 생산해서 들여와요."
말은 그렇게 하지만 그래도 쉽게 경계를 풀 수 있겠는가.
하지만 계절은 여름이었고, 여기까지 와서 힘든건 사실이었다.
앞의 커피가 김이 모락모락 나지만 않았어도 들이켰을 것이다.
"그나저나 그 많은 고기를 나흘동안 다 드신거에요?"
"아 예. 먹다보니까 그래도 들어가더라고요."
"그럼 고기만 드신건가요? 이야...이거 대단하신데요?"
"그런가요? 그래도 맛있어서 크게 힘들진 않았어요."
"이거이거... 오늘 오시길 잘하셨네요. 방금 막 A++짜리 고기가 들어왔거든요."
"아 그런가요?"
"예예, 일단 여기서 먹는 모든 고기는 무료에요. 홍보차원이랄까요. 많이 드시고, 많이 사가주세요. .
A급은 가격이 쌔다보니까 사길 주저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일단 드셔보시면 없어서 못드실겁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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