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시텔에서 살았다. 그곳의 안쪽 방들은 내창이 있었다. 내창은 이문중이었는데 창살이 없는데다 비교적 커서 좀만 비집고 들어가면 사람도 들어올 만도 했다. 나눈 아는 동생과 같이 202호 투룸 방에서 살았는데, 내 방은 바깥으로 향했지만 거실에 내창이 있었다. 같이 사는 사람들은 고시텔을 이 모양으로 지은 건물주에 대해 불평하곤 했지만, 보통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심지어 나와 동생놈은 조심성이 없어서 거실 창문을 잠그지 않고 다닐 정도였다. 내가 아는 고시텔 사람들이 대체로 선량한 사람들이었기에 나는 더 마음을 놓고 있었다.

그러나 그 날은 유난히 이상한 날이었다. 나는 주방을 갔다가 주방의 내창 두 개가 모두 활짝 열려 있는 것을 보았다.(주방은 일반 방처럼 주방으로 들어가는 문이 있었다. 그러나 일반 방보다 큰 편이었고, 내창도 널찍했다.)커피를 홀짝이며 창문를 보던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내창을 잠그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많은 사람들이 묘한 시선으로 쳐다보고 지나가는 것이었다. 누군가는 내가 잠그지 않은 창문을 몇 번 여닫아 보고는 사라지기도 했다. 나는 그 사람에게 신경이 곤두서 다른 사람은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마지막으로 검은 모자를 쓰고 파란색 후드르 입은 회색 낯빛의 음울한 이십 대 후반  남자를 봤던 것 같을 뿐이었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그때부터 무엇인가 잘못된 것 같았다.

202호로 돌아온 뒤에 불안한 기분을 떨치지 못하던 중, 불현듯 의구심이 스쳤다. \'거실 창문은?\' 나는 튕기듯이 내 방을 빠져나왔다. 블라인드를 올리고 확인해 보니 거실 창문도 닫혀만 있었을 뿐이었다. 나는 안도감에 욕을 읊으면서 창문을 닫기 시작했다. 망할 창문은 바깥쪽 창문의 걸쇠와 안쪽 창문의 걸쇠 위치가 반대여서 닫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걸어 오던 누군가가 내 창문 앞을 지나쳤을 때는 공포심 때문에 몸이 스산해질 정도였다. 내가 차가워진 손으로 마지막 창문을 서둘러 잠구던 순간 행인은 그대로 우리 방을 지나쳤다.
하지만 나는 더 얼어붙을 듯했다.
파란색 후드의 남자였다.
마지막 창문을 잠그던 순간 그는 무표정하게 곁눈질로 나를 보고 있었고, 그의 손엔 과도 같은 칼이 들려 있었다.


나는 후들거리는 몸을 대문에 기대며 대문을 걸어잠갔다. 심장이 멎은 것처럼 철렁 내려앉았다. 저놈은 분명히 맛이 가 있었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우선 신고부터 해야 한다. 최악이면 누군가 죽는다. 내가 착각한 거에 불과했어도 경찰이 확인해 줄 문제였다.
녀석이 창문 너머로 나를 보고 있을 것만 같았다. 나는 확인하기 위해 고개조차 돌려볼 수 없었다. 다만 창 밖에서 보이지 않도록 몸을 벽에 바싹 붙였다. 주머니를 뒤지는 손이 점점 초조해졌다. \"x발!\" 핸드폰은 내 방 어딘가에 처박혀 있었다.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그때였다.

\"형, 거기서 뭐 해?\"
화장실에서 동생놈이 목에 수건을 걸친 채로 나왔을 때, 나는 심장이 멎는 줄만 알았다. 과제하러 어젯밤 나갔던 녀석이 내가 주방에 간 사이 돌아온 것이었다.
\"너 이리 와 얼른!\"
\" 왜? 왜 그러는데?\"

가뜩이나 목청도 큰 녀석이 태연하게 되묻자 도리어 내가 더 새허옇게 질려갔다. 나는 절박한 손짓으로 녀석에게 손짓했다. 녀석이 방금 들어왔다면 그 미친놈을 봤으리라. 나는 동생놈에게 입을 다물라는 신호를 보내고 벽에 몸을 붙이게 한 뒤 다급하게 속삭였다.

\"핸드폰은?\"
\"당연히 방에 있지. 무슨 일이야?\"
\"x발..복도에서 검은 모자에 파란 후드 티 입은 놈 봤어?\"
\"아니 나 밤샘하고 와서 정신 없었지. 이상한 새끼야?\"
녀석의 얼굴에도 불안감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긴 설명을 할 때가 아니지 않은가. 나는 행여나 밖에 있을 미친놈에게 들릴까 봐 더 목소리를 낮추고 지껄였다. 심장이 뛰는 것 같지 않았다. 그 남자가 내 속삭임을 듣고 이곳으로 되돌아오고 있는 것만 같았다.
\"자세한 건 나중에 얘기해. 일단 방에서 폰 가지고 와. 얼른!\"
녀석은 입을 굳게 다물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녀석이 조심스럽게 그의 방 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동생이 방문으로 손을 뻗는 순간 시간이 느리게 가는 듯 했다. 내 뇌리에 스친 생각이 내 뒤통수를 후려갈기는 것 같았다.
복도쪽에 있는 동생의 방에도 내창이 하나 있었다.
나는 말이 되지 못한 음성을 내며 동생의 팔을 붙잡았다.
녀석의 앞에서 문고리는 달칵거리며 저절로 돌아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