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공포의 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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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란의 몸이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다.



김감독은 그녀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고 나머지 스텝들은 휴대용 램프 하나를 가운데 밝혀두고 이정란을 지켜보고 있었다.



자정을 넘자 곧바로 그녀는 집안에 있는 귀신을 불러서 이 집안의 내력을 알아 보겠다고 했다.

다른 스텝들에 비해 유독 스크립터 김혜진만이 잔뜩 겁먹은 얼굴로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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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입사한지 얼마 안된 신입사원이었다.

한 두어번 촬영을 따라 다녔다지만 이런 촬영이 그녀에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정란이 신이 내리면 저절로 움직일 것이라며 자신의 앞에 꽂아둔 신대는 아직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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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란은 계속해서 귀신을 불러 들이는 주문을 중얼거리며 외우고 있었고 그녀의 이마엔 땀이 번지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며 이정란의 중얼거림이 점차 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무슨 말인지 알아 듣긴 불가능했다. 그것은 주절거림 같기도 했고 신음 소리같기도 했다.

해일은 두려움과 기대가 반쯤 섞인 심정으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 때였다.

이정란의 소리가 갑자기 더욱 커지며 땅 바닥에 꽂아둔 신대의 방울이 딸랑하는 소리를 낸것은.



그것을 지켜본 모든 스텝들이 숨을 멈추었다. 김혜진이 겁먹은 소리로 말했다.








\"어.... 어떻게! 정말 움직였어요\"



이정우가 김혜진을 향해 낮고 위압적인 목소리로 으르렁 거렸다.



\"조용히 해!\"




신대에 매달린 방울의 소리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고

신대는 눈에 확연히 보일 정도로 요동을 치며 흔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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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대의 흔들림 만큼이나 이정란의 몸이 더욱 무섭게 떨리고 시작했고 그녀의 중얼거림 또한 더욱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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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스텝들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할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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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감독이 흥분된 목소리로 해일을 불렀다.




\"저.... 정PD!\"



그는 창백한 얼굴로 카메라의 화인더를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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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일이 카메라의 화인더를 보았을때 그 안에선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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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안으론 전혀 보이지 않던 이상한 기운이 그녀를 감싸며 그녀의 주위를 에워싸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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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퍼런 연기같기도 한 그것은 이정란의 입을 통해 몸속으로 들락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이정란의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지고 있었다.

그러자 몇 초 후 이정란의 신음 소리가 급격하게 불규칙해지더니 마침내 울먹임으로 변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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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으로 일그러진 그녀의 얼굴엔 확연히 드러날 정도의극심한 공포심이 드러났고

고통스런 울먹임은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 같았다.



해일이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막연한 불안감을 느낄 즈음 그녀를 주의깊게 관찰하던 오세창이 당황한 목소리로 외쳤다.



\"이.... 이게 아니예요\"



스텝들이 모두 오세창을 바라보았다.



\"뭐....뭔가 잘못 됐어요, 중지 시키고 이선생을 깨워야 해요, 어서!\"



갑작스런 그의 말에 스텝들이 술렁거렸다.



\"내 말 안들려요? 그녀를 깨워야 한다구요!\"



비로소 해일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물 갖고 와요, 물!\"



비로소 다른 스텝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물을 찾아 허둥대고

해일과 오세창은 달겨들어 이정란을 잡고 흔들었다.



\"정신 차려요, 이선생, 정신 차려요!\"



스텝들이 떠온 물을 이정란에게 끼얹었다.

그러나 그녀는 전혀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몸은 더욱 심하게 떨릴 뿐이었다. 다시 누군가가 소리쳤다.






\"빨리 어떻게 좀 해봐요, 저러다 사람 잡겠어요!\"



\"광에서 끌어내요, 밖으로 끌어내라구!\"




모든 스텝들이 순식간에 혼란에 빠져 허둥거렸다. 두서없는 외침소리가 난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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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정란을 끌어내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해일을 비롯한 이정우, 오세창, 박희철등 네명의 장정들이 달겨들었지만 그녀의 몸은 땅에 박힌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

마침내 그녀의 눈동자가 하얀 흰자위를 드러내고 입에서 거품을 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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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란이 울음을 터뜨렸다.










\"꼼짝도 안해요, 밖으로 끌어낼 수가 없다구!\"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무슨 일이야!\"



\"방법을 찾아야지, 방법을!\"






여기 저기서 흥분한 외침 소리들이 튀어 나왔지만 상황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어느 순간 이정란의 신음이 찢어지는 듯한 비명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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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정란을 붙잡고 있던 사람들이 믿을 수 없는 강한 힘에 의해 한꺼번에 그녀의 몸에서 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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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더욱 고통스런 비명을 질러댔다. 모든 스텝들의 표정이 하얗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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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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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란의 몸이 서서히 공중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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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식간에 비좁은 광 안에는 숨 막히는 공포와 전율로 가득 찼다.

모두들 겁에 질린 눈으로 그녀를 올려다 보았다.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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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지는 비명소리와 함께

그녀의 왼쪽팔이 무엇인가에 물러 뜯기듯 제멋대로 요동을 치더니 그녀의 흰색 한복이 붉게 물들며 뜨거운 핏줄기가 솟구친 것은.






\"으악!\"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여기 저기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누군가 뭐라고 외치고 있었지만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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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동안에도 이정란의 몸은 계속해서 무엇인가에 물어 뜯기고 있는 듯 했으며

그녀의 고통스런 비명소리는 더이상 들을 수 없을만큼 처절하게 변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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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광안은 지옥으로 변해 버렸다.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처참한 광경이 그들의 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가장 먼저 광을 뛰쳐 나간 사람은 김혜진이었다.



그녀는 거의 정신 나간 사람마냥 비명을 지르며 광을 뛰쳐 나갔다.

그 뒤를 이어 또 누군가가 뛰쳐 나가고, 또 나가고.....



해일은 숨조차 쉴 수 없는 공포로 이정란의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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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일의 머릿속에 악마의 포식이란 어느 책 제목이 떠올렸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그의 귓전으로 죽은 김한수의 절규가 들려왔다.






\'흉가에 가지마! 놈들은 끔찍한 괴물들이야,

무서워, 해일아! 무서워!\'




해일이 검붉은 피를 온몸에 흠뻑 뒤집어 쓴 채 마지막으로 광속에 뛰쳐 나왔을때는 그 역시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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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나온 스텝들이 마당에서 김혜진과 강은영을 진정시키느라 애를 먹고 있었다.

강은영은 배영환에게 안긴 채 부들 부들떨고 있었고



김혜진은 비가 쏟아지는 마당 한가운데서 계속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치고 있었다.

이정우가 그녀의 따귀를 때리며 소리를 질러댔다.






\"정신 차리란 말야! 제발 조용히 좀 해!\"



모두들 마당 한가운데 얼이 빠진 모습으로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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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겐 자신들의 온 몸을 두들기는 굵은 빗방울조차 느낄 겨를이 없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의 머릿속에는 어서 이 끔찍한 곳을 벗어나야 한다는 본능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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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일은 사람의 뇌가 갑자기 그 움직임을 멈춘다면 바로 이런 기분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야말로 머리속은 텅 비어 버렸다.

절망적인 기분으로 주위를 둘러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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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를 보아도 칠흙같은 어둠뿐이었다. 배영환이 더이상 참지 못하겠다는듯 발작적으로 일어서며 소리쳤다.








\"뭣들 하는 겁니까? 어서 이 곳을 벗어나지 않고, 난 무서워요.

단 1초도 이 곳에 머무르고 싶지 않다구요!\"






배영환의 말에 강은영이 정신없이 악을 써 댔다.






\"어서 이 곳을 빠져 나가자구요!

난 정말 무서워 죽겠어요, 어서요!\"



다들 공포에 질린 얼굴로 광 쪽에서 시선을 떼질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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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에선 무슨 일이 있었냐는듯 아직도 휴대용 램프의 희미한 불빛이 평화롭게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그때 해일이 낮게 소리쳤다.








\"다들 조용히!\"



그의 한마디에 모두의 숨이 멎었다.



\"저 소리..... 저 소리 들려요?\"










모두의 눈길이 광쪽으로 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