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필사의 탈출(1)










구반장이 M16을 잔뜩 움켜쥐곤 절박한 음성으로 말했다.



\"불행히도 더이상 입씨름할 시간이 없을 것 같소.

살고 싶은 사람들은 따라 오시오.



우리 윤형사와 박순경이 앞장을 서고 내가 맨 뒤에 따라 갈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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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들려 주겠소.

물론 살아남은 사람만 내 얘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오. 윤형사, 박순경!



어차피 다리가 끊어졌으니 내천리로 해서 돌아가는 수 밖에 없으니까 앞장을 서라구!\"








\"다리가 끊겼다구요?\"








해일이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물이 너무 불어서 다리가 무너졌소\"






그리곤 말을 마친 구반장이 죽은 박희철의 손에 들려 있던 부삽을 빼내어 해일에게 던지며 소리쳤다.




\"남자들은 주위에 무기가 될만한 것들을 하나씩 잡으시오.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




김감독은 낫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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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 막힌듯 사람들을 바라보던 오세창이 무슨 짓이냐는 듯 다시 소리를 질렀다.






\"다들 정신이 어떻게 된거 아니야? 이 밤중에, 이 빗속에서 산길로 도망을 가잔 말이야?

다들 미쳤어, 미 쳤다구! 더구나 다리도 끊겼다잖아! 우리가 살 길은 이 창고밖에 없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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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내 말 듣는거요?\"






그러나 그의 말을 귀 담아 듣는 사람은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김감독이 그의 어깨를 툭치며 낮게 속삭였다.






\"방금 저 양반이 여기 있으면 죽는다 잖소? 살고 싶으면 시키는대로 하시오.

내 경험으로 이럴때 입씨름해서 득 본 경험이 별로 없으니까\"




혜경이 맨 앞에서 렌턴 불빛 하나에 의지하여 산길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손에는 38구경 권총을 단단히 움켜쥐고 있었지만 금방이라도 어둠속에서 괴물들이 달려들 것 같아 그녀는 계속해서 주위 어둠속으로 불안한 불빛을 쏘아댔다.




그녀의 바로 뒤를 따르던 박호철이 자신의 손에 들린 권총을 흔들어 보이며 애써 웃으며 말했다.




\"윤형사님, 우리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진 모르지만 맨날 책상에서 볼펜 굴리는 것보단 훨씬 신나는데요?

무슨 영화 주인공이라도 된 것 같고.... 이럴줄 알았으면 좀 더 든든하게 무장을 해올껄 그랬나봐요\"




앳띤 얼굴의 박호철이 그래도 농담을 던지며 보이는 여유가

혜경에겐 그나마 약간의 안정을 가져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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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최대한 앞 사람과의 거리를 좁혀서 뒤를 따랐고 구희열 반장만이 다소 떨어져서 뒤따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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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4. 5미터만 앞사람과 떨어져도 쉽게 길을 잃을 것처럼 시야는 온통 빗물과 어둠뿐이었다.

그때 뒷쪽에서 요란한 총성이 울려 퍼졌다. 구반장이 쏜 총성이었다.




강은영이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 주저 앉는 것을 배영환이 가까스로 부축했다. 강은영이 울먹였다.




\"선배, 도저히 못 가겠어요. 너무 무서워서 발이 안 떨어져요\"



\"여기서 주저 앉으면 안돼. 우린 무사히 빠져 나갈거야.

총도 있고 경찰도 있잖아. 설마 그 까짓 짐승들이 뭘 어쩌기야 하겠어?\"




배영환이 그녀를 위로하며 일으켰다.

그러나 그 역시 이 끔찍한 밤을 무사히 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선 막막한 마음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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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선 구반장의 좀 더 빨리 전진하라는 다급한 음성이 재촉하고 있었고 총소리도 계속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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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출발과는 달리 사람들 사이의 간격은 조금씩 벌어지고 있었다.

진흙탕으로 변한 산길을 걷기란 그리 용이한 일이 아니었다.



더구나 오랫동안 억수같은 빗줄기를 온몸으로 맞은 탓에 몸은 점점 더 무거워 지기만 했다.



해일이 앞쪽으로 나서서 혜경의 뒤로 바싹 붙었다.



지금은 박호철이 맨 앞에서 일행들을 이끌고 있었다.






\"저기, 윤형사님이라고 하셨나요?\"




등뒤에서 들려오는 음성에 혜경이 고개를 돌렸다.



\"네, 윤혜경입니다\"



얼핏봐선 결코 예쁜 얼굴이 아니었지만

그녀의 눈동자엔 총명함과 날카로움이 배어 있었다.



해일은 그녀에게서 서울의 도심에서나 볼 수 있는 가녀린 여자들과는 분명히 다른 강인함과 고집스러움도 엿볼 수 있었다.






\"당신을 본 적이 있어요\"



\"저를 보셨다구요?\"



\"그래요, 아까 윤형사님이 나머지 두분과 저희를 구하러 나타났을 때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는 생각을 했는데 처음엔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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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금 길을 걸으며 곰곰히 생각해보니 제 친구가 이 곳에서 살인사건 취재를 위해 촬영해 온 테잎에서 보았더군요\"




그녀는 해일이 자신을 테잎에서 이미 보았다는 말에

쑥스러운지 너털 웃음을 터뜨렸다.






\"그랬군요, 그럼, 그때 취재 왔던 기자가 친구분이세요?\"




\"네, 아주 절친한 친구였죠.

이번에 제가 이 곳에 온건 프로그램 제작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친구의 죽음에서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 이상한 점들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상한 점이라니요?\"




\"윤형사님은 아까 반장님이 말한 유령이라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글세요, 저는 별로 그런 것들을 믿는 편이 아니라서..... \"




\"저는 그 유령이라는 얘기를 믿습니다.

제 친구는 죽기 전날 저와의 마지막 통화에서 아까 우리를 덮쳤던 그 괴물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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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를 가든 자신을 따라온다고 했습니다. 그것들 한테서 도망갈 수 없다고.....\"




혜경이 놀랍다는듯 해일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건, 아까 목촌리 주민들이 한 말과 똑같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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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반장님도 그런 비슷한 얘길 했고......\"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얘깁니다. 어떻게 서울같은 도심에 저런 괴물들이 나타나 쥐도 새도 모르게 사람을 죽인단 말입니까?\"






\"그 부분은 저도 진작부터 궁금해 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그 괴물들이 어디서 나온지 아십니까? 바로 마을 건너편 흉가의 광속에서 나왔습니다\"




\"광속에서요?\"



\"분명합니다. 제가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으니까요.

하지만 우리가 그 광속에서 촬영을 할때만 해도 광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괴물은 커녕 쥐 새끼 한마리 없었단 말입니다\"




\"믿을 수 없는 일이군요.

하지만 정말 유령이라면 우리가 쏜 총에 그렇게 피를 흘리며 죽을 수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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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분명 우리가 흔히 보는 짐승과 다를 바가 없었어요. 아참, 그리고 아까 누군가가 짐승들을 조종한다고 하셨죠?\"




\"네, 놈들이 우리 스텝중 한명을 죽였어요.

자신이 가지고 있던 긴 막대기 같은 것으로.....\"




\"막대기라구요?\"




\"확실히는 보지 못했지만 그렇게 보였습니다\"




\"그게 죽창이라면 어떨까요?\"




\"죽.... 창이요?\"






그때 뒷쪽에서 김감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PD! 너무 빨라요. 잠깐 멈춰요!\"




혜경과 해일이 뒤를 돌아 보았을때 바로 뒤에 따라오고 있어야할 배영환과 강은영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그들만이 아니었다.

이정우, 오세창, 김감독까지. 혜경이 앞쪽 박호철을 향해 다급하게 소리쳤다.






\"박순경, 잠깐 멈춰! 이를 어쩌지? 우리가 너무 빨리 걸은 모양이군요\"






혜경은 황급히 뒤쪽 어둠속으로 렌턴의 불빛을 쏘았다. 해일이 힘껏 소리쳤다.




\"김감독님, 어디 계세요?\"




그러자 뒤쪽 어둠속 약 20-30미터 되는 거리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뒷쪽에 있어요. 어디 옆길로 잘못 빠진 것 같아요\"




\"모두들 거기 있나요?\"




\"그래요, 하지만 그 반장이라는 양반은 여기 없고 아직 뒷쪽에 있는 것 같아요\"



\"김감독님, 그럼 저희가 데리러 갈테니까 위치를 파악할 수 있게 중간 중간에 소리를 지르세요\"




해일과 혜경, 그리고 박호철이 다시 오던 길을 되돌아 가기 시작했다.

얼마 되지 않은 거리에 떨어져 있음에도 소리만으로 찾아간다는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김감독님, 저희들 불빛 보이시죠?\"



\"그래요, 보여요!\"



\"금방 갈테니까 그 곳에서 꼼짝말고 기다리세요\"



세사람이 더듬거리며 산길을 헤쳐갈 때였다.

얼마간 잠잠하던 총성이 뒷쪽에서 다시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그와 거의 동시에 김감독의 다급한 외침과 함께 강은영의 비명소리가 어둠을 가르고 들려왔다.




\"정PD!서둘러, 놈들이 왔어! 시퍼런 광채가 보인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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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많아, 어서 서둘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