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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려요, 금방 갈께요. 조금만 참아요!\"
머리털이 쭈삣거리는 긴장감에 세사람의 발길이 더욱 바빠졌다.
어둠속에서 남아있는 사람들의 공포에 질린 비명소리가 상황이 더욱 위급해져 가고 있음을 쉽게 짐작하게 했다.
\"저리가 이 자식들아! 저리 가란 말이야!\"
\"살려줘! 제발! 살고 싶다구!\"
\"오선생, 이리 돌아와! 어서 돌아오라니깐! 오선생!\"
그 이후로는 말 소리조차 제대로 알아 듣기 힘든 참혹한 비명과 외침들이 여기저기서 두서없이 울려 퍼졌다.
괴물들이 일행을 덮친게 틀림없다고 세 사람은 생각했다.
+모두의 심장이 터질 것처럼 요동치고 있었다.
해일이 악을 쓰며 미친듯 앞으로 달려갈때 해일은 다시 어둠속에서 그 소리를 들었다.
\"쉬익! 쉭! 쉭!\"
누군가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몰렸다는 절박감이 느껴졌지만 마음만 앞설 뿐이었다.
그는 온 힘을 다해 소리치며 달렸다.
\"거의 다 왔어요! 조금만 참아요, 조금만!\"
바로 앞쪽에 피런 광채들이 어지럽게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해일은 그 중 한마리를 향해 삽을 휘두르며 달려갔고 혜경과 박호철의 권총이 불을 뿜었다.
짐승들의 으르렁거림, 총소리, 악쓰는 소리, 비명소리.
해일은 이것이 현실이 아니라 꿈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느끼고 있었다. 박호철은 거의 본능적으로 권총을 쏘아대고 있었다.
그는 조준같은 것을 할 엄두도 내질 못했다.
그는 그저 총을 쏘고 있을 뿐이었다.
반면 윤혜경 형사의 총은 정확하게 짐승들을 쓰러뜨렸다.
그녀는 지금 막 누군가를 덮치는 짐승 한마리를 또다시 쓰러뜨렸다.
그녀가 달려가 보니 김감독이었다. 그는 어둠속에서 아직도 낫을 휘두르며 공포에 휩싸여 있었다. 혜경이 숨을 헐떡이며 소리쳤다.
\"다른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은 어디 있어요?\"
\"모..... 모르겠소. 젠장, 놈들이 갑자기 나타났어요.
오선생이 먼저 달아나기 시작하자 몇마리는 오선생의 뒤를 쫓고 나머지는 우릴 덮쳐 왔어요\"
짐승의 발톱에 긁힌 그의 왼쪽 뺨에서 흐른 피때문에 그의 얼굴은 온통 피범벅이었다.
박호철이 그들에게 달려왔다.
그는 아직도 흥분한채 손에 쥔 권총을 부들거리며 떨고 있었다.
\"이..... 일단 놈들이 물러간 것 같아요. 저쪽에 세 사람 찾았어요.
지금 정PD와 함께 있어요. 하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안 보여요\"
구반장이 도착한 것은 그로부터 몇 분 후였다.
일행중 김감독과 다리에 상처를 입은 배영환, 그리고 강은영만 찾았고,
이정우와 오세창이 보이질 않았다.
일행들이 사라진 사람들의 이름을 목청껏 부르며 안타까워 하고 있을 때 구반장이 비틀거리며 다가와 일행들의 앞에서 쓰러졌다.
그의 어깨는 검붉은 피로 흠뻑 젖어 있었고 그의 동공은 거의 풀려 있었다.
\"반장님, 정신 차리세요!\"
혜경이 소리치며 그의 얼굴을 끌어 안았지만 그는 이미 가망이 없어 보였다.
그는 숨을 헐떡이며 간신히 말했다.
\"오.... 누구라는 사람..... 그 사람은 이미 죽었소.
이젠 이 사람들을 윤형사가 책임져야 해!
당신들은 이제 모두 같은 배를 탄 거요! 무사히 이 밤을 넘긴다고 해도 놈들에게선 벗어날 수 없어요\"
해일이 그의 옆에 주저 앉으며 낮게 속삭였다.
\"이젠 알려 주세요. 우리가 지금 무슨 일을 당하고 있는건지....\"
그는 대답 대신 혜경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모든 게 다 업보야. 그동안 난 너무 힘겨운 싸움을 해왔어.
윤형사, 이 일에 윤형사를 끌어 들이고 싶진 않앗는데 어쩔 수 없이 일이 이 지경이 되고 말았군.
내 책상 서랍에 보면 낡은 노트가 한 권 있을거야.
그걸 보면 그 동안 이 곳 목촌리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을거야\"
그는 가뿐 숨때문에 잠시 말을 끊었다가 다시 이었다.
\"목촌리 사람은 자신이 가야할 운명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어차피 난 죽을 몸이야.
조금만 더 버티면 날이 밝을거고 그럼 더이상 놈들은 나타나지 않을거야.
하지만.... 문제는.... 그것으로 모든게 끝나는게 아니란거야.
지금의 이 끔찍한 일들은 길고 지루한 악몽의 시작일뿐이야.
윤형사! 가능하면.... 내 노트는 읽지 말어.
오히려 절망만 더 깊어져서 괴로울테니까.
노트를 보면 결국 우리 모두가 죽게 된다는걸 믿고 말테니까.
그래서 자살한 사람들도 무척 많지. 내가 할 말은 그것뿐이군. 자, 시간없어! 어서들 가라구! 내가 시간을 좀 벌어 볼테니까!\"
\"반장님, 이제와서 무슨 말씀이세요? 함께 가야죠, 함께!\"
혜경이 구반장의 팔을 붙잡고 일으키려 했지만 그는 단호하게 그녀의 손을 뿌리치며 몸을 일으켜 옆에 나무기둥에 기댔다.
그리곤 그의 M16을 움켜쥐고 어둠을 노려보았다.
\"얼마나 버틸진 모르겠지만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인 것 같군.
그리고 한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은 여기 있는 사람 외에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할 생각 하지마!
어느 누구도 자네들을 도울 수 없다구!\"
\"반장님!\"
혜경은 그의 옆에 주저앉아 고개를 숙였다.
구반장은 그녀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 그는 장승처럼 꼼짝않고 어둠만을 노려보고 있었다.
박호철이 혜경을 일으켜 세우며 구반장에게 작별을 고했다.
다시 일행들은 앞으로 나아가지 시작했다. 새벽 5시 40분. 조금 있으면 해가 뜰 것이다.
그들이 구반장과 헤어진 후 채 5분도 되지 않아 뒷쪽에서 총성이 울려 퍼졌다.
간헐적으로 들려오던 총성이 완전히 멎은 것은 약 10여분 뒤였다.
혜경을 비롯한 일행들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것인지 다들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강은영도 더이상 울지 않았다.
그녀는 밤사이 자신이 많이 변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그러한 생각은 강은영만이 아니었다.
해가 떠오른 것은 새벽 5시 50분경이었다. 그들은 태어나 그렇게 아름다운 새벽을 본 적이 없었다.
마찬가지로 그토록 긴 밤을 보낸 기억이 그들에겐 없었다.
그것은 지루하고 끔찍한 악몽과 같았다.
해가 뜨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긋지긋 하던 빗방울도 멎기 시작했다.
어스름한 여명이 대지를 밝히기 시작했다.
잔혹한 어둠이 물러가고 숲은 다시 초록빛을 찾으며 조금씩 깨어나고 있었다. 일행들이 하나 둘 진흙탕 위에 주저 앉았다.
스텝들 아홉명중 살아남은 사람은 네명에 불과했다.
그들은 두려운 눈으로 뿌연 아침이 밝아오는 목촌리를 돌아보며 제각기 감회에 젖어들고 있었다.
* * *
평화로운 휴일 아침 H군은 발칵 뒤집혔다.
H군의 한 산골 마을 목촌리에서 유례없이 끔찍한 살인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마을에는 간밤의 참상을 말해주듯 곳곳에 참혹하게 죽은 시체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집단살육이라도 일어나지 않고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죽음의 그림자가 온 마을을 휩쓸고 지나간 것이다.
수십명의 경찰과 검은 양복을 입은 몇 명의 사내들이 철저한 보안속에 마을을 조사하고 있었다.
특이한 점은 이토록 큰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언론에서 나온 취재기자 한 명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마을 어귀에서 제일 먼저 만난 시신은 구반장의 시신이었다.
그는 가슴에 M16을 굳게 껴안은채 온몸이 갈기 갈기 찢겨져 있었다.
이 정우의 시신은 숲속 한가운데서 발견되었다.
그는 죽창으로 무수한 가격을 받은 듯 온 몸이 성한 곳이 한군데도 없었다.
오세창의 시체는 개울 근처에서 발견되었다.
죽은 후에도 이리저리 끌려 다닌 흔적이 역력했다
. 그외에도 박희철과 김혜진의 시신이 각각 마을과 흉가에서 발견되었고 특히 광속에서 발견된 이정란의 시신이 가장 참혹했다.
뜻밖에도 창고에 숨어 있던 마을 주민 다섯명은 모두 농약을 먹고 자살한 채 발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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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일은 마을의 한가운데 주저앉아 경찰들이 여기 저기서 한곳으로 모아 오는 시신들을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었다.
불과 몇 시간전만 해도 그들은 자신과 함께 얘기하고 숨쉬던 사람들이었다.
김감독과 배영환은 부상이 심해 앰블런스편에 급히 서울로 후송되었고 강은영 또한 거의 탈진상태로 서울로 보내졌다.
윤혜진 형사는 구반장의 시신을 대하곤 심하게 오열했으나 얼마의 시간이 흐르자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그녀는 서울 시경에서 내려온 형사팀들에게 간밤의 상황들을 설명하느라 기진맥진 하고 있었다.
그녀의 곁에서 박호철 순경이 그녀의 주장들을 재차 확인시키고 있었지만
형사팀들중 누구 한사람도 그들의 주장을 곧이 곧대로 신뢰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그리고 그들 다음으로 조사를 받아야 할 사람은 바로 해일이었다.
하지만 해일은 그들에게 어떻게 간밤의 상황을 설명해야할지 난감하기만 했다.
참혹한 시신들을 제외한다면 마을은 거짓말처럼 멀쩡했다.
분명 마을에는 박희철에게 덤벼들던 짐승들과 마을을 벗어나 탈출하던 과정에서 죽인 짐승들의 시체가 있어야 하는데도 흔적조차 남지 않은 것이다.
그 뿐이 아니었다. 더욱 기가 막힌 일은 마을 어느 한구석에서도 짐승의 발자욱 하나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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