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또다른 악몽(2)
혜경과 박호철 또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동시에 소리쳤다.
"안개라구요?"
과연 바닥에는 푸른 빛을 띄는 엷은 안개가 그들의 발목 언저리를 중심으로 조금씩 감싸오고 있었다.
해일이 혜경을 돌아보며 말했다.
"이제야 김한수가 어떤 지경을 당했는지 알 것 같아요.
그리고 구반장님이 말했던 아직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다는 말의 뜻도.... 놈들이 다시 온겁니다.
지금 이곳에 놈들이 와 있는 것이 라구요!"
그러자 어디선가 익숙한 짐승의 으르렁거림과 함께 기분 나쁜 휘파람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휘익! 쉭! 쉭!"
혜경이 본능적으로 옷속에서 권총을 꺼내 들었고
박호철도 뒤쪽에서 총을 빼들었다. 박호철이 다시 안주머니에서 권총 한자루를 더 꺼내서 해일에게 건네며 말했다.
"아까 말해준 사용 방법은 기억하고 있죠? 장수사관 총이예요!"
해일은 그에게서 아직은 손에 낯설기만 한 차가운 권총 한자루를 건네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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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이 어찌 되었든간에 그들은 지금 간밤의 악몽 속으로 다시 빠져 들고 있었다.
세사람의 호흡이 빠르게 급해지고 있었다. 해일이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 급하게 소리쳤다.
"저기 뒤쪽으로 후문이 있어요! 어서 뛰어요!"
해일이 먼저 뒷문을 박차고 나오자 네온싸인이 번쩍이는 화려한 도시의 밤거리가 그들의 앞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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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태연히 휘청거리며 거리를 오가고 있었고 자동차들도 별 일 없이 거리를 달리고 있었다.
오히려 그들이 권총을 들고 갑자기 문을 박차고 나온 세사람을 수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바람에 그들은 괜히 멋쩍은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혜경이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말했다.
"뭔가 이상해요. 저 사람들 너무나 태평하잖아요?"
이번엔 박호철이 자신들이 뛰쳐 나온 후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지저분한 쓰레기가 쌓인 한켠 어둠속에 을씨년스럽게 열어 젖혀진 뒷문이 흔들거리고 있었다.
"혹시 우리가 너무 신경이 예민해 진게 아닐까요?"
해일로서도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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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사람이 많은 도심의 밤거리에
갑자기 그 많은 짐승들이 나타났다면 온 도시가 발칵 뒤집히고도 남음이 있었을텐데, 도시는 너무나 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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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이상하게 보이는 것은 그들 세사람이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의 의심은 간단하게 풀려 버리고 말았다.
자신들이 방금 빠져 나온 뒷문에서
막 푸른 광채를 내뿜으며 곧바로 달려오는 짐승들을 보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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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경의 총구가 제일 먼저 불을 뿜었다.
"탕, 탕, 탕!"
갑작스런 총성에 길위에 흥청거리던 취객들의 놀란 비명소리와 다급한 외침이 조용한 도심을 뒤흔들었다.
박호철이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어서 집안으로 들어가요, 저것들은 위험한 짐승들입니다.
어서 실내로 들어가 문을 잠그라구요!"
악을 쓰며 세사람은 다시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짐승들은 다른 사람은 전혀 거들떠 보지도 않은채 똑바로 세사람을 향해서만 달려왔다.
몇 마리의 짐승들이 혜경의 총에 쓰러졌지만
쓰러진 짐승들의 몇배에 해당하는더 많은 짐승들이 그들의 뒤를 쫓았다. 혜경이 소리쳤다.
"건물 안으로! 안으로 들어가요!"
해일이 얼결에 뛰어든 곳은 바로 나이트 클럽이었다.
앞에서 지키던 덩치 몇 명이 갑자기 뛰어든 그들의 앞을 가로막다가 그들의 손에 들린 권총을 보곤 뒤걸음질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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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일이 그들에게 소리쳤다.
"어서 안으로 들어가 문을 잠궈요, 어서!"
해일의 소리에 그들은 우물쭈물 하다가 안으로 밀려갔다.
세사람은 그들의 뒤를 이어 안으로 뛰어든 다음 입구의 서텨를 급하게 내렸다.
나이트 클럽 안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귀가 터질듯한 음악소리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고 그들은 낯선 이방인의 침입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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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뜩 긴장한 세사람이 뒤로 물러서며 입구쪽을 바라 보고 있을때 가장 먼저 달려온 짐승 한마리가 입구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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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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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은 셔터문을 그대로 통과하여 곧바로 일행들을 향해 달려왔던 것이다.
마치 처음부터 셔터문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이 아무런 저항없이 짐승은 셔터문을 가볍게 통과해 버렸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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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경의 총구가 다시 불을 뿜었고 난데없는 총성으로 나이트 클럽은 순간적으로 혼란에 빠져 들었다.
이어서 두번째, 세번째.... 짐승들이 계속해서 셔터문을 통과하여 일행들을 향해 달려왔다.
박호철이 권총의 방아쇠를 당기며 소리쳤다.
"다들 엎드려! 엎드리라구!"
그런데 그런 박호철의 외침과 달리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잠시 고개를 숙였던 사람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 거리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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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 사내의 앞으로 짐승이 달려오고 있는데도 사내는 짐승을 보지 못하는 것처럼 엉뚱한 곳을 두리번 거렸다.
박호철이 짐승에게 총을 겨누며 비명처럼 소리쳤다.
"위험해! 저리 비켜!"
그러나 사내는 박호철의 얘기를 전혀 듣지 못하는양, 그리고 짐승 따위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는 표정으로 의아하게 두리번거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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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짐승이 사내를 덮친다고 생각하는 찰나
짐승은 셔터문을 통과할때와 마찬가지로 사내를 통과하여 곧바로 박호철에게 달겨들었다.
+그것은 너무나 순간적인 일이었고 꿈에서나 가능할 법한 불가능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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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한 박호철이 미처 총을 쏠 틈도 없이 짐승은 곧장 그를 덮쳤다. 박호철이 비명을 지르며 짐승과 한데 뒤엉켜 바닥을 뒹굴었다.
"아악! 윤형사님, 사.... 살려줘요, 윤형사님!"
그러나 그러한 아수라장 가운데서도 다른 사람들은 언제 그랬냐는듯 다시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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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게 짐승이나 총소리, 외침소리 따위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에겐 그 시간이 보통때와 조금도 다를바 없는 그런 시간인 것 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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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일은 계속해서 달려오는 짐승들을 향해 총을 쏘아댔고 혜경은 호철에게 들겨든 짐승에게 함께 달겨들어 놈의 머리에 총을 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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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거리며 일어난 창백한 박호철의 얼굴은 짐승의 미지근한 피로 범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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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철이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듯 주위를 둘러보며 히스테리컬하게 악을 썼다.
"이건 악몽이야, 말도 안되는 악몽이라구!"
혜경이 그런 박호철을 떠다 밀다시피 하며 악전고투 하는 해일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도저히 안되겠어요, 안쪽으로 달아나요, 어서요!"
세사람은 다시 실내의 더욱 안쪽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공통적으로 그들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을 함께 경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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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자신들의 앞에서 춤을 추며 몸을 흔들어 대는 사람들을 그대로 통과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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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짐승들이 그랬던 것 처럼 마치 유령들의 사이를 지나가듯 아무런 저항도 부딪힘도 없이.
"다들 미쳤어! 모두들 미쳐 가고 있는거야, 미쳐가고 있다구!"
짐승에게 물린 팔뚝에서 검붉은 피가 뚝뚝 떨어지면서도 박호철은 미친듯이 악을 쓰고 있었다.
모든 것들이 그가 받아 들이기엔 너무나 엄청난 충격임에 틀림없었다.
발버둥치는 그를 혜경과 해일이 붙잡지 않았다면 그는 곧장 짐승들을 향해 달려 갔을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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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춤을 추는 사람들은 세사람을 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들 중 어느 누구도 세사람을 눈여겨 보는 사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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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란한 총소리와 짐승들의 으르렁거림 같은 것을 그들은 전혀 듣지도 보지도 못하는 것 같았다. 그뿐이 아니었다.
얼마후부턴 아예 사람들의 모습이 점점 희미하게 변하더니 급기야는 투명하게 사라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사라지는 것은 사람들뿐만이 아니었다.
그들의 앞을 가로막고 있던 벽이며 테이블이며 하는 것들도 함께 사라지고 있었다.
그들과 짐승들을 제외하곤 세상 모든 것이 사라지고 있었다.
대신 그들의 앞에는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한 풍경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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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들은 점점 그 형체가 분명해지고 마침내는 완전히 다른 공간속에 그들이 달리고 있는 결과를 만들어 놓고 말았다.
정신없이 달리던 혜경이 두려움에 휩싸여 소리쳤다.
"맙소사, 이곳은.... 이곳은 바로 목촌리예요, 우린 지금 다시 목촌리에서 놈들에게 쫓기고 있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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