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또다른 악몽(3)
갇혀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부족한 것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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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침대며 쾌적한 공기, 그리고 맛있는 식사까지도....
불과 하루만에 김감독을 비롯 한 세사람은 이 낯선 공간의 생활에 익숙해져 가고 있었다.
그들은 식사를 가져다 줄 때를 제외하곤 일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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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세사람의 고함과 항의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지만 그들은 몹시 예의 바르고 정중하게 행동했다.
그러한 그들의 친절이 김감독에겐 웬지 더욱 불안하게만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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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영환이 침대에 몸을 누인채 김감독을 건너다 보며 말했다.
"김감독님, 흔히 돼지는 잡아 먹기 직전에 배불리 먹인다 잖아요?
그리고 사형수들도 사형 집행을 하기전엔최대한 인간적인 대접을 해주고....
전 어째 저들이 우리한테 이렇게 잘 대해 주는게 그런 이유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꾸 드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글쎄, 주는대로 넙죽 넙죽 잘 받아 먹긴 했지만 나 역시 영 뒷맛이 개운칠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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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식사를 가져다 주던 식기에 보니까
M정신 요양원이라고 라벨이 붙어 있던데 정신 요양원치곤 너무 호화판이란 말야"
"지금쯤 정PD님과 윤형사, 박순경은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요?
그들도 이 곳 어디에서 우리하고 같은 신세로 갇혀 있는건 아닐까요?"
"모르긴 몰라도
결코 아무일 없이 발 뻗고 자고 있지 않으리란건 확실하겠지! 근데 여긴 밤에 잘 때 불도 안 끄나?"
"그러게요? 벌써 자정이 다 됐는데.....
처음엔 벽이 투명하게 되어 있어서 기분이 몹시 이상하더니 지금은 그런대로 괜찮은 것도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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훨씬 넓어보이고 갇혀 있다는 느낌도 덜 들고...."
김감독이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벽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좀전과는 달리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
"내 생각엔 분명 저들이 어딘가에서 우릴 감시하고 있어. 불을 끄지 않는 것도 다 그런 이유 때문일거야"
"그럼, 그들이 대체 뭘 관찰하려고 하는 걸까요?
설마 우리가 간밤에 당한 일이 하두 황당하니까 정말 정신병자가 아닌가 하고 이렇게 가두어 놓은게 아닐까요?"
"그건 아닐껄? 그나저나 자네 강은영이 정말 좋아해?"
갑자기 김감독이 화제를 바꾸어 물어오는 바람에 배영환의 얼굴이 금방 벌겋게 상기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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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하는 배영환을 아랑곳하지 않고 김감독은 그의 어깨 너머로 강은영의 방을 흘끗 거리며 훔쳐 보았다.
그녀는 죽은 사람처럼 자신의 침대에 반듯이누워 벌써 세시간째 잠만 자고 있었다.
그녀는 이 곳에 들어올때부터 몹시 탈진한 상태였었기 때문에 식사 시간에 식사 대신 그녀는 링겔을 맞아야만 했었다.
김감독이 다시 재촉했다.
"왜 대답이 없어? 강은영이 정말 좋아하느냐고 묻잖아?"
그러자 배영환이 애써 얼굴을 붉히며 핀잔주듯 말했다.
"이런 상황에 꼭 그런걸 물으셔야 겠어요?"
"이거 왜 이래? 둘이 바짝 붙어서 아주 열이 오를대로 올랐던걸?
후후... 둘 사이에 벽 하나 있길 다행이지..... 이런 상황에 남 생각 않하고 그런짓 하는건 괜찮고
내가 그깟거 하나 물어본건 그렇게 흉이 되나?"
"그거야 은영이가 워낙 힘들어 하니까 위로 좀 해주려고 그런거죠"
"이거 왜 이래? 난 진작부터 자네가
강은영이한테 마음이 있다는거 눈치채고 있었는데...."
"에이, 그 얘긴 그만 두자구요, 쑥스럽게....
이 사람들 정말 불은 안 꺼줄 모양인데요? 불 꺼 달라고 소릴 한번 질러 볼까요?"
"소용없어, 우리 소리에 어디 한번이라도 대답 하는 것 봤어?
그나저나 나도 어젯밤부터 잠 한숨 못 자고 그 난리를 쳤더니 몹시 피곤한데?
까짓거 죽을 때 죽더라도 잠이나 푹 자 두자구!"
"예, 저두 그만 자야 겠어요. 몸이 여기저기 쑤시는게 쓰러지기 직전이예요. 그럼, 밤새 무사히 주무세요"
* * *
두사람이 침대에 누워 눈을 감는 모습을 보고 우일만 박사는 다시 한번 시간을 들여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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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자정을 넘기고 있었다.
그의 얼굴엔 초조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그의 곁에는
손남의 박사와 장수사관, 그리고 기관원 두명이 역시 긴장된 모습으로 모니터를 지켜 보고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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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뒤쪽으로는 거대한 몸체를 가진 컴퓨터들과 십여명의 연구원들,
그리고 이름을 알 길이 없는 첨단장비들이 넓은 공간에 빽빽히 들어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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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웬만한 연구소 하나를 통째 옮겨다 놓은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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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박사가 말했다.
"우박사님, 시간이 거의 된 것 같은데 정말 박사님이 말한 그런 일이 벌어질까요?"
"아직은 나 역시 막연한 추측 정도를 가지고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조사한 결과로는 상당히 신빙성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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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난 10여년간 비밀리에 목촌리 주변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불가사의한 일들에 대한 연구를 해 왔어요.
그리고 목촌리 흉가 주변에 설치된 컴퓨터의 분석에 의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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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한 때에 일정한 조건이 맞으면 목촌리에선
현대의 과학으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한순간에 쏟아내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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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때마다 번번히 이상한 살인사건이 일어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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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살인사건은 묘하게도 목촌리에서 내뿜는 거대한 에너지의 발생주기와 일치한다는 것을 알아냈어요"
"전 도무지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최근 과학계에선 초공간이라는 이론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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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이전 과학계에서 정설처럼 여겨왔던 3차원 공간이론이 무너지고 있는 거죠.
3차원에 시간이라는 새로운 공간개념이 도입되어 우주를 4차원으로보기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4차원보다 훨씬 고차원인 5차원,
10차원의 공간까지도 존재할 수 있다고 보는 겁니다"
"그런 공간이 어디에 존재한다는 거죠?
길이만 존재하는 1차원이라든가 넓이를 가진 2차원, 높이를 가진 3차원등은 모두가 우리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공간들이 잖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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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이상의 차원이 존재한다면 왜 우리에겐 보이지 않는지....."
"그건 우리의 모든 감각과 사고가 3차원이라는 공간에 익숙해지고 적응해버려 그 이상의 차원을 보지 못하는 것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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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박사도 2차원 나라에 사는 사람들의 얘기를 다룬 공상과학 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고 했었죠?
그들은 이미 2차원 공간에만 익숙해져 자연 그 이상의 차원을 보지 못할 뿐
3차원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순 없는거죠"
우박사는 마치 학생에게 강의하듯 차근차근 손박사에게 설명을 했지만
여전히 손박사는 명확한 개념을 잡기 어렵다는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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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것이 그의 전공 분야는 민속학일뿐만 아니라 물리학에 대한 그의 약간의 지식조차도
민속학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보조 도구로서 흥미를 가졌던 것 뿐이었던 것이다.
"그건 그렇다 치고 그 초공간 이론이라는 것과 목촌리에서 벌어지는 그 이상한 일들이
서로 어떻게 관련되어 있다는 거죠?"
"난 분명 관련이 있다고 확신합니다. 이렇게 생각해 봅시다.
만약 우리의 과거와 미래와 현재의 시간들이 각각 다른 차원, 다른 공간에서 별도로 동시에 존재한다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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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차원과 공간들이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면.....
만약 우리가 다른 차원과 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다면 우리는 우리의 과거와 미래로의 시간적, 공간적 여행도 가능해 진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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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차원간 이동을 가능하게 해주는 루트를 흔히 웜홀, 즉 벌레구멍이라 부르는 것인데 그 벌레구멍이 열리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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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과학으로 한 순간, 한 장소에서 발생시킬 수 있는 에너지 양의
수 천, 아니 수 조 제곱에 해당하는 거대한 에너지를 필요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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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역설적으로 그러한 엄청난 에너지가 한순간에 분출된다면 차원간의 통로가 열리는 것이고.....
목촌리에선 바로 그러한 강력한 에너지가 한순간에 분출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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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차원간의 이동이 가능한 벌레구멍이 열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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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금 우리가 모니터로 들여 다 보고 있는 바로 저 사람들은 그 차원이동의 한가운데서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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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해 저들은 일정한 시간과 조건이 형성되면 우리는 볼 수 없는 다른 차원과 공간에 속하게 되는 겁니다"
손박사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다소 회의적인 어조로 말했다.
"정말 믿기 어려운 얘기군요"
"저도 처음엔 확신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바로 손박사가 제게 가져다 준 테잎을 보고서야 어느 정도의 확신을 가질 수 있었어요"
"제가 정PD에게 받아서 보여 드린 테잎 말입니까?"
"그래요, 그 테잎을 자세히 분석해 보고나서
그 테잎안에 과거와 현재가 동시에 공존하고 있음을 알았죠"
"과거와 현재가 동시에 공존한다구요?"
손박사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우박사를 쳐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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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박사는 손박사를 쳐다 보지도 않은채
눈을 감고 잠을 청하는 모니터 속의 세사람을 가리키며 계속 말을 이었다.
"그래요, 지금 저 사람들은 과거의 시간적, 공간적 조건과 현재의 시간적, 공간적 조건에 동시에 속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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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밤 다시 웜홀이 열린다면 분명 저들에게 예측조차 불가능한 엄청난 일이 다시 일어날 것이고
우린 그 초자연적 현상을 화면으로 지켜볼 수 있는 기가 막힌 행운을 가지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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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목촌리에서 겪었다는 그 말도 안되는 일들이 다시 일어날 겁니다"
손박사는 웬지 온 몸이 오싹해지는 기분때문에 그저 묵묵히 모니터만 지켜보는 일이 전부였지만 결코 지루한줄 몰랐다.
그 때 목촌리에서 송신해 오는 각종 정보와 자료들을 검토하던 한 연구원이 잔뜩 긴장한 목소리로 우박사를 불렀다.
"박사님! 다시 웜홀이 열리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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