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또다른 악몽(4)
침대에서 아무리 잠을 청해도 김감독은 쉽게 잠이 들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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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본능은 이미 알 수 없는 불안과 위협을 느낀듯 파르르 떨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다시 몇 번 더 자리를 뒤척이며 돌아 누웠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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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낯선 소리가 들려오고 있엇다. 처음 그는 그 소리를 자신이 잘못 들은 환청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소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으며 처음엔 거의 들릴락 말락하던 그 작은 소리는
이젠 분명한 형태를 가지고 빠르게 커져가고 있었다.
이제 김감독은 그 소리가 무슨 소리인지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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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끝이 쭈삣하며 온몸의 세포가 한꺼번에 일어서는 전율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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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주위를 둘러 보았다. 특별히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여전히 그는 튼튼한 유리벽 속에 갇혀 있었고 옆방의 배영환이나 강은영 또한 아무일 없다는듯 깊은 잠에 빠져 있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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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침대에서 내려서서 방안을 왔다 갔다 하며 서성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의 귀에는 보이지도 않는 짐승의 으르렁거림이 점점 더 극성을 부리고 있었다.
무심코 바닥을 내려다 보던 김감독이 끙하는 신음과 함께 낮은 음성을 토해냈다.
"안개....."
그는 어쩔줄 몰라하며 불안하게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배영환의 방 유리를 힘껏 두들기기 시작했다.
"배영환! 일어나, 어서!"
김감독의 외침에
막 잠이 들었던 배영환이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며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김감독을 바라보았다.
김감독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말까지 더듬으며 소리쳤다.
"어.... 어서 강은영이도 깨워, 어서!"
"감독님, 무슨 일인데..... 갑자기....."
"저 소리..... 저 짐승들의 소리가 안들려?"
짐승 소리라는 김감독의 말에 배영환은 잠이 화들짝 달아나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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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기울이자 과연 김감독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이번엔 배영환이 강은영의 방벽을 온 힘을 다해 두들겼다.
"은영아, 일어나! 이 근처에 지.... 짐승들이 있어! 은영아!"
강은영마저 잠에서 깨어났을때 이미 짐승들의 소리는 굳이 귀를 기울이지 않아도 커다랗게 들릴만큼 가까워져 있었다.
강은영이 비명처럼 소릴 지르며 병실 문으로 달려가 마구 두드려 댔다.
김감독과 배영환도 강은영과 마찬가지로 병실 문을 있는 힘껏 두들기며 악을 쓰기 시작했다.
"사람 살려요! 이봐, 여기 아무도 없어!"
"문 열어! 문 열란 말이야! 이 새끼 들아 문 열라구!"
그러나 아무리 악을 써도 문은 꼼짝도 하지 않았고 사람의 그림자조차 나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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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짐승들의 소리가 바로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고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짐승의 공격에 대한 극도의 공포로 세사람은 병실 안쪽으로 최대한 몸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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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얼마후 강은영이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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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감독과 배영환이 동시에 그녀쪽으로 시선을 돌렸을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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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앞에는 푸른 안개 속에서 탐욕스런 이빨을 드러내고 헐떡이는 짐승 한마리가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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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영은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한채 얼음처럼 굳어 있었다.
그녀의 입에서 거의 알아 들을 수 없을 정도의 신음이 흘러 나왔다.
"사.... 살려줘! 제.... 발..... 서..... 선배..... 살려줘!"
배영환이 불에 데인 것처럼 그녀의 방벽으로 달려갔다.
"그녀는 안돼! 이 더러운 짐승 새끼 야! 은영아, 최대한 벽쪽으로 붙어, 그리고 움직이지마!
놈한테서 눈을 떼지 말고..... 겁 먹지 마, 놈한테 겁 먹은 표정을 보여선 안돼!"
그때 그의 등뒤에서 김감독의 떨리는 음성이 들려왔다.
"그.... 그 쪽 신경 쓸때가 아니야, 여기도 나타났으니까!"
김감독의 말에 배영환이 고개를 돌리자 바로 그의 코 앞에 짐승의 푸른 광채가 도는 두 눈이 무표정하게 올려다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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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은 마치 그를 탐색하듯 예리한 눈길로 그의 빈 틈을 엿보고 있었다.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무기가 될 만한 것은 눈에 띄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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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놈이 으르렁거리며 그 잔혹성을 드러낸다고 느끼는 순간 놈의 날카로운 이빨이 재빠르게 배영환을 향해 달겨 들었다.
"악!"
단발마의 비명소리가 배영환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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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의 이빨이 그의 팔뚝을 물었던 것이다.
날카로운 통증으로 축축한 놈의 검은 털을 움켜쥐는 사이 놀라운일이 벌어졌다.
그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병실의 벽들이 거짓말처럼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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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감독과 강은영의 방도 마찬가지였다. 막 짐승들이 달겨 들려던 찰나에
병실 안쪽 벽에 기댄채 최대한 몸을 도사리고 있던 김감독은 사라진 벽면의 덕택으로 뒤쪽에 생겨난 새로운 공간으로 나자빠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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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비명을 지를 틈도 없이 넘어진 그를 향해 달겨드는 짐승의 차가운 눈빛을 절망적으로 바라보는 순간
가까운 곳에서 고막을 찢을듯이 총성이 울려 퍼졌다.
"탕! 탕! 탕!"
* * *
모니터를 지켜보던 장수사관이 두려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사... 사라졌어요! 그들이 사라졌다구요!"
그의 말대로 모니터에선 세사람의 모습이 깨끗이 사라지고 없었다.
방금 전만 해도 허공에 대고 악을 쓰며 비명을 질러대던 세사람이 갑자기 흔적조차 없이 사라진 것이다.
손박사가 우박사를 바라보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말했다.
"박사님,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불과 몇 초전만 해도 갑자기 짐승들이 나타났다며 미쳐 날뛰던 사람들이 모두 어디로 사라진거죠?"
그러나 우일만 박사는 이미 예상했다는 듯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벌레구멍이 열린게 틀림없어요. 그들은
과거의 또다른 시간과 공간의 차원 속으로 사라진 겁니다"
"그... 그게 무슨 소리죠?"
"우리의 눈에는 보이질 않았지만 그들에게는 분명 그들이 말하던 짐승들이 나타났을 겁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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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고 그 짐승들은 벌레구멍을 통해 다른 차원에서 온 것들일 겁니다.
만약 별다른 이변이 없다면 이제 날이 밝으면 짐승들에게 참혹하게 뜯어 먹힌 그들의 시체만을 볼 수 있을겁니다. 무서운 일이지요"
"그.... 그게....."
손박사는 뭐라고 말하려다 다시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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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비어 있는 그 공간에 방금 그 끔찍한 짐승들이 나타나 한바탕 휘저었다는 우박사의 말이 좀체로 믿어지지 않앗던 것이다. 사
람들이 사라진 빈 공간을 바라보는 우박사의 눈빛은
가늠하기 어려운 경이로움과 흥분으로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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