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풀어놓을 이야기는 무섭다기보다는 신비로운 것에 가깝다. 그러나 필자는 신비로움과 공포는 한끝차이라 여기기 때문에 굳이 여기에 적어보고자 한다.

 

내가 6살 무렵, 건축가인 아버지께서 낡아빠진 외갓집을 완전히 부수고 새로 짓기로 하셨다. 솔직히 그 때 외갓집이 어땠는지는 기억에 없다.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버지가 어렵게 허락을 구하셨다는 것과, 포크레인이 파내는 흙더미 속에 신발 솔을 떨어뜨리는 바람에 할머니께서 외마디 비명을 지르셨던 것밖에 없다. 허름한 시골집이 초록 지붕을 두른 2층 양옥집이 된 대단한 변화였지만, 그 과정에는 신비로운 일화가 얽혀있었다.

 

할아버지께서 회고하시길, 그 오래된 집에 쥐새끼 한 마리 없었다고 한다. 생쥐가 고구마나 감자, 쌀을 망치는 일도 없었고, 학교에서 쥐꼬리를 모아오라 했을 때 어린 아이들이 다른 집을 돌아다니며 꼬리를 얻어갔지만, 할아버지 댁만큼은 들르지 않았다고 한다. 그만큼 집에 쥐가 없었다는 것이다. 신기한 일이긴 했지만 내막을 알아볼 정도로 심각한 일은 아니었다. 오히려 좋은 일이었다. 할아버지께서는 어릴 적부터 성인이 되어 결혼을 하실 때까지 그 이유를 모르셨다고 한다.

 

사정을 깨닫게 되신 것은 오랜 시간이 지나서였다. 할머니께서 외갓집에 정착하시고 네 번째 막둥이 딸을 낳으셨을 때였다. 웬만한 자연재해는 모조리 피해가던 동네에 유래 없을 정도로 심한 홍수가 들었다. 외갓집은 고지대에 있어 얼마간은 피해가 없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지하실까지 물이 들어차고 말았다. 그렇게 되니 가족 전체가 합심해서 물을 퍼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렇게 퍼내는데도 지하실의 물은 빠질 기미가 없었다. 한참을 노력하시던 할아버지도 결국 잡동사니는 전부 빼놨으니 그나마 다행이라 위안 삼는 걸로 만족하셔야 했다.

 

묘한 일은 그 때 벌어졌다. 하염없이 뒤쪽을 내다보시던 할머니께서 난데없이 외마디 비명을 지르시며 어느 한 곳을 가리키셨다. 돌아보니 상상도 못할 정도로 커다란 구렁이 하나가 있었다. 갈색과 살색이 뒤덮인 매끈한 비늘이 비에 젖어 번들거렸고, 얄팍하기 마련인 꼬리 쪽도 아이 팔뚝만큼 두꺼웠다고 한다. 그 어마어마한 크기에 질린 탓에 가족 중 누구도 그 뱀을 잡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저 멀리서 지켜볼 뿐이었다.

 

아무런 방해 없이 산 쪽으로 한참을 기어가던 구렁이가 어느 순간 고개를 돌리더니, 집터를 굽어보았다고 한다. 입을 꾹 닫은 채 ‘무앙 무앙’ 소리를 냈는데, 그게 정말 구렁이 소리인지 의문스러울 정도로 묘했다고 하셨다. 지금껏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구렁이가 끝내 모습을 드러내 집을 떠났으니, 집안에 망조가 들 것이라는 증조할아버지의 말씀이 예사롭지 않았단다.

 

그 후로 거짓말 같이 흉한 일만 들었다. 쥐가 들끓기 시작했고, 할아버지는 친구의 보증을 서시는 바람에 은행에 일하시면서 번 돈을 절반 넘게 잃으셨다. 할머니께서는 아들 하나만 더 낳자는 생각으로 다섯째를 얻으셨지만, 그 아이는 뱃속에서 죽었다. 그 후로 곧바로 폐경이 찾아와 더 이상의 기회도 없었다. 증조할아버지는 끊임없이 ‘구렁이가 떠나서 이렇다’고 말씀하셨고,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시던 할아버지도 정말 그런 건 아닌가 싶어 불안에 떨게 되셨단다.

 

그런데 어느 날을 기점으로 쥐가 더 이상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툭하면 찾아오던 굵직한 불행도 서서히 잦아들었다. 오히려 딸들의 구혼자가 찾아와 두 딸 모두를 좋은 집안에 결혼시키는 등(그 둘째 딸의 자식이 바로 나다) 길한 일의 연속이었다. 할아버지께서 낡은 외갓집을 부수길 꺼려하셨던 것도 혹시 떠난 구렁이가 다시 집에 찾아온 것이 아닌가 싶어서였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거짓말 같지는 않았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해도 구렁이 하나 때문에 집을 못 지을 수는 없는 법이었다. 오랜 설득을 거친 끝에 아버지는 겨우 허락을 구할 수 있었다. 어찌나 집이 오래됐는지 중장비 하나만으로도 집을 허무는데 무리가 없었다고 한다. 그렇게 폭삭 무너진 잔해를 치우시던 중, 아버지는 다소 징그러운 것을 발견하셨다.

 

뱀 허물이었다.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크기가 미묘하게 다른 거대한 허물들이 지하실 잔해 속에 겹겹이 들어차있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짧은 털이 엉켜 말라비틀어진 동물 뼈도 많았다. 기겁하신 아버지는 혹시 잔해 속에 구렁이 시체라도 있는 것은 아닐까 싶어 마음을 졸이셨지만, 그런 것은 없었다. 잔해를 다 들어낼 때까지 아버지는 모든 과정을 지켜보셨다. 혹시 모를 구렁이 시체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할아버지는 나중에야 이야기를 전해 들으셨다. 허물을 찾았다는 말에 깜짝 놀라 들고 있던 괭이를 놓치셨고, 시체가 없다는 말에 허탈하게 웃으시며 집의 명이 다했으니 자기가 알아서 떠난 것이 아닐까 라는 투로 말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