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 장난감

 

주인을 알지 못하는 물건에 대한 공포는 언제나 먹힌다. 저주받았다고 알려진 물건 중에서도 분실물의 비중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모든 이야기를 믿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증명할 길도 없지만, 여과 없이 그대로 믿고 공포에 떠는 맛으로 공포이야기를 읽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오늘 풀어볼 두 개의 이야기도 내가 지인에게 전해들은 분실물 이야기다.

지금이야 불 들어오고 소리 나는 장난감이 흔하지만, 옛날에는 그렇지 않았다. 유치한 플라스틱 주방 세트에도 아이들이 환장하곤 했다. 보글보글 국 끓는 소리와 가스렌지 불 들어오는 소리만 나와도 아이들 기준에서는 합격이었다. 거기에 호스를 넣어 냉장고에 물까지 나온다면 그건 정말 부의 상징이나 다름없었다.

진짜 같은 장난감이 유행하던 때, 내 친구의 어머니는 재활용센터에서 주방 장난감 하나를 발견하셨다. 혹시나 싶어 가스렌지를 눌러보니 국 끓는 소리가 났고, 오븐을 누르니 희미한 불빛이 나왔다고 한다. 어디가 망가져서 버려졌는지는 몰라도 겉보기에는 별 이상이 없었다. 그분은 그걸 집으로 가져가셨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보니 생각난 것이 있었다. 그분에게는 남자아이밖에 없었다. 주방 장난감은 남자아이가 갖고 놀만한 물건은 아니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쓸 아이가 없다는 걸 알았을 것인데, 그녀는 홀리듯 그 장난감을 집에 들인 것이었다. 다시 갖다놓을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기왕 가져온 걸 다시 갖다놓는 건 아쉬우니 결국 집에 두기로 했단다.

남자아이는 그 장난감에 눈길도 주지 않았다. 방에 두는 것도 꺼려해서 거실 구석에 둘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어머니도 딱히 손이 가질 않아 일주일 넘게 그 자리에 방치해두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에 잠에서 깬 그녀가 물을 마시러 방을 나섰다. 거실을 지나 주방으로 가는데, 그 장난감이 난데없이 소리를 냈다고 한다. 주르륵 하고 물 흐르는 소리가 난 것이다. 불을 켜고 가까이 가서 보니, 호스에 물을 넣은 적도 없는데 검지만큼 물이 새어나와 있었다고 한다.

그 날을 기점으로 장난감은 어딘가 모르게 이상행동을 자주 보였다. 한밤중에 보글거리는 소리를 낸다든지, 화장실에 갔다 방으로 돌아오는 사이 오븐에 불이 들어와 있었다든지, 불길한 일의 연속이었다. 특히 오븐에 불이 들어온 걸 봤을 때에는 어머니도 히스테릭한 반응을 보이며 건전지를 아예 빼버렸다고 한다. 친구가 생각하길 하필 방에서 나와 화장실에 가는 잠깐 사이 불이 켜졌다는 게 우연이라 보기에는 너무나도 잘 들어맞아서 그런 것 같다고 한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친구는 어머니한테서 그 장난감을 버리러 간다는 말을 듣고 함께 집을 나섰다. 길을 걸으며 그 이유를 물으니, 어차피 가지고 놀 사람도 없고 기분 나쁘게 오작동까지 하는데다 꿈에서까지 불이 깜박거리는 걸 봐서 도저히 집에 둘 수가 없다는 식으로 대답하셨다고 한다.  

결국 그 장난감은 내팽개치듯 재활용센터에 버려졌다고 한다. 친구 말로는 호스도 뽑힌 채 옆으로 넘어져 있는 것이 처량하기 짝이 없었단다. 다음 날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러 집을 나섰을 때, 장난감은 그곳에 없었다고 한다. 재활용 수거 날짜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귀신같이 사라져 있었던 것이다. 친구는 아무래도 멀쩡해 보이니 누가 가져간 것 같다고 말하면서도, 정말 뭔가에 쓰인 건 아니었겠느냐 물었다. 나는 딱히 할 말이 없어 어깨 한 번 으쓱하고 말았다.

 

블라블라 인형

 

블라블라 인형이 뭔지도 모를 사람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나도 그랬다. 친구가 핸드폰으로 보여주기 전까지만 해도 그게 뭔지 모르고 있었다. 궁금하면 네이버에 그대로 쳐보기 바란다. ‘아 이거!’ 싶을 것이다. 머릿속으로 자신만의 블라블라인형을 하나씩 만들어보고 상상해보며 이야기를 읽기를 권한다.

친구가 어릴 적 자신의 어머니께 들은 이야기다. 친구가 세 살 아이였을 적에 그의 어머니는 마트에 갈 때마다 그를 데려갔다. 처음에는 손을 잡고 걷다가, 힘이 들 때면 카트에 아이를 태운 채 다녔다고 한다. 그렇게 살 물건 다 사고 계산대로 가던 중, 아이가 카트에서 내려 인형 매대로 달려갔다. 그러더니 블라블라 인형 더미에서 인형 하나를 꺼내들었다. 어머니의 말로는 딱히 예쁘지도 않고 여기저기 먼지도 묻은 데다 때까지 탄, 마트 물건 같지 않은 조잡한 인형이었다고 한다.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았고 인성 발달에도 도움이 될 거라 여겨 사주기로 마음먹었는데, 아무래도 그 낡은 외형이 신경 쓰여 정말 그걸 원하느냐 몇 번이나 물었단다. 친구는 고집스레 고개를 끄덕이며 결국 그 인형을 카트에 넣었다.

묘한 일은 계산대에서 일어났다. 한참 동안 바코드를 찾던 점원이 끝내 찾지 못해 그걸 옆에 제쳐놓고, 이 물건은 판매하는 물건이 아닌 것 같다 말했다고 한다. 그럼 대체 뭐냐는 어머니의 물음에 점원은 아무래도 분실물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잠자코 있었다. 점원에게 받은 인형을 장본 봉투에 구겨 넣고 그대로 마트를 나왔다. 당연히 분실물 센터에 가져다주어야 했겠지만, 그걸 굳이 갖다놓기도, 새 인형을 사러 돌아가기도 귀찮아서 그랬다고 한다.

그녀의 기대대로 아이는 인형을 가지고 잘 놀았다. 혼자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밥 먹을 때 옆에 앉혀두기도 했다. 평소 같으면 트럭 장난감을 서로 부딪치며 놀았을 아이가 그렇게 온순하게 변한 것을 보고 그녀는 역시 가져오길 잘 했다 여겼다고 한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뭔가 이상한 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마냥 활기차던 아이가 멍하니 tv를 보는 일이 잦았고, 잠이 늘었다. 바깥에 산책을 나가도 금세 힘들다며 그녀의 등에 업혀 돌아왔다. 감기인가 싶었는데 그런 건 아니었다. 병원에 데려가 봐도 별다른 이상은 없고, 잠이 늘어난 건 또래 성장기 아이들도 그런 것이니 걱정할 필요 없다는 말만 들었다고 한다. 그녀는 이전과 바뀐 점을 찾다가 인형을 떠올렸는데, 당시 그녀는 귀신을 믿지 않아 금세 의심을 떨쳐냈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을 돌려놓는 결정적인 일이 바로 며칠 뒤 일어났다. 그녀는 tv 앞에 앉아 아이와 함께 tv를 보고 있었다. 아이는 그 때도 인형을 들고 있었고, 그녀는 사과를 깎으며 곁눈질로 tv를 보았다. 모든 것이 평화로웠다. 밤도 아닌 낮이라 무슨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예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던 때에 갑자기 주방에서 굉음이 났다고 한다.

철이 나동그라지는 소리와 접시 깨지는 소리였다. 그녀는 외마디비명을 지르며 깎던 사과도 내팽개치고 주방으로 달려 나갔다. 가서 보니 싱크대 끄트머리가 무너져있었다. 아끼던 찻잔이며 그릇이 조각조각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고 한다.

울상이 되어 서있는데, 문득 사과 깎던 칼을 그대로 두고 왔다는 생각이 그녀의 뇌리를 스쳤다. 그녀는 혹시나 싶어 고개를 돌렸다. 설마 했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었다. 아이가 사과를 집어먹다가 과도를 잡은 것이다.

그녀는 순식간에 달려가 아이에게서 과도를 빼앗았다. 그 어느 때보다 가슴 철렁한 일이었다. 다행이 막 칼을 집어든 상태라 다친 곳은 없었다. 그녀는 놀란 가슴을 가라앉히며 주위를 돌아보았는데, 벽을 확인하고 깜짝 놀라 주저앉고 말았다. 잠시 주방에 다녀온 그 짧은 순간 동안 아이가 들고 있던 인형이 벽에 걸터앉아 두 모자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 날, 그녀는 남편에게 그 인형에 대해 상의했다. 남편은 주운 물건 함부로 들이는 게 아니라며 인형을 버릴 것을 종용했다. 그녀는 그 말을 따라 인형을 버리고 왔다. 아이가 떼를 쓸 것을 염려해 마트에서 최대한 비슷한 디자인의 인형을 사왔지만, 이상하게도 아이는 인형이 바뀐 것을 눈치채지 못했을 뿐더러 별다른 애착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