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립 중, 고교를 다녔다. 같은 재단을 둔 사실상 하나나 다름없는 학교였기에 서로 가까이 붙어있었고, 창밖으로 고개만 내밀면 바로 맞은편 학교가 보였다. 세워진지 50년이 넘어서 못해도 몇 만이 넘는 학생들이 다녀간 명문 학교다. 껍데기 소개는 이 정도면 족하다. 이제 알맹이인 괴담 이야기를 꺼내보고자 한다.
우리 학교에는 동상 귀신이나 미술실, 음악실 귀신처럼 허무맹랑한 괴담은 없었다. 지독하게 현실적인 괴담뿐이었다. 나이 지긋한 몇몇 교사들 아니면 이야기하기도 꺼려했고, 괴담에 대해 조금도 듣지 못한 교사도 많았다. 숫제 교사들 사이에서는 금기나 다름없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괴담 자체가 학생의 자살 사건에 살을 붙인 이야기였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중학교에서는 여학생이, 고등학교에서는 남학생이 한 명씩 죽었다. 1980년, 1985년, 5년을 사이에 두고 벌어진 일이었다. 두 명 모두 투신자살이었지만, 여학생은 한창 수업이 진행 중이던 한낮에, 남학생은 아무도 보지 않는 한밤중에 몸을 던졌다고 한다.
여학생의 자살은 딱히 동기가 자극적이었던 건 아니었다. 어떤 이유에선지 아버지가 경제력을 잃어버렸고, 집안에 빚이 쌓여가던 와중 아버지에게 ‘되지도 않을 애한테 교육비를 들이지 말라’는 폭언을 들은 것이 결정적 원인이었다. 마치 고발하듯 빼곡히 가정사를 일기장에 남긴 덕에 경찰은 학교 폭력에 대해서는 수사할 필요가 없었다고 한다.
문제는 뛰어내린 시간이었다. 한여름 3교시가 한창 진행 중이던 때, 교실에는 선풍기 두 대가 돌아가고 있었고, 창문은 활짝 열려있었다. 수업이 지루한 나머지 창가를 보던 학생도 분명 있었다. 여학생은 바로 그 때 뛰어내리고 말았다.
여학생은 머리부터 떨어졌다. 떨어지는 얼굴을 순간적으로 마주친 학생도 있었다고 한다. 이야기를 전해준 국어 교사가 말하길, 학생들의 비명소리에 몸을 휙 돌리는데 퍽 하고 ‘토마토 터지는 소리’가 났단다. 여학생의 찢어지는 비명소리 중에서도 유난히 도드라지게 들렸다는 것이다.
여하튼 그것을 본 학생들의 비명소리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창가 쪽으로 달려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똑똑히 보았다.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교사들은 상황을 통제할 새도 없었다고 한다.
여학생은 눈을 감은 채 죽어있었다. 옥상에서 머리부터 떨어졌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시체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고 한다. 그것도 눈을 새파랗게 뜬 채로.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상황이라 처음에는 그녀가 살아있는 줄 안 사람도 많았다.
당시 국어교사는 뻣뻣하게 ㄴ자로 앉아 있는 여학생의 뒤통수를 본 몇 안 되는 사람이었는데, 마치 젤리처럼 흐물흐물한 게 검붉은 가발을 덮어쓰고 있는 것 같았다고 한다.
그 사건 이후로 중학교 옥상에는 펜스가 들어섰다. 그러나 고등학교 옥상에는 여전히 아무것도 없었다. 그것이 문제였다. 그로부터 5년 뒤, 똑같은 일이 고등학교에서도 벌어지고 말았다.
자살한 남학생은 고등학교 3학년이었다. 내성적이고 조용한 학생이라 알고 지내는 사람도 적었고, 아무리 친해도 집안 사정을 떠벌린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가 여름방학 때 기숙학원에 간다는 걸 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급우들이 다시 모였을 때, 그는 머리를 반쯤 삭발한 상태였다고 한다. 무슨 책을 펴놓고 있어도 10분 이상 간 적이 없었고, 다리를 떨거나 손톱을 물어뜯으며 집중을 하지 못했다. 게다가 쉬는 시간이 되면 이상한 말을 하기 시작했다. 부모님이 머릿속에 칩을 넣었는데, 그것 때문에 공부를 계속 할 수밖에 없으며 그 자국을 찾아 경찰에 증명하려고 삭발을 했다는 것이었다. 이쯤 되면 명백히 정신병이었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 학교에서 어떤 노력을 했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어찌 됐던 그 학생이 학교를 계속 다녔다는 것은 확실하다. 하는 행동이 산만하고 괴이하기는 해도 누가 말을 걸지 않으면 헛소리를 하지도 않았고, 평상시에 다리를 크게 떨며 소리를 내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그랬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 달 뒤, 그는 주변 학생들에게까지 ‘너희 모두 머릿속에 칩이 있어서 공부밖에 못하는 거다’라며 소란을 피우기 시작했다. 그 시점에서 그의 곁에 남아있는 친구는 단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옛 친구를 비롯한 모든 학생들이 자신을 무시하는 것을 확인하자, 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멍하게 수업시간을 보내고 하교시간이 되었는데도 교실에 끝까지 남아있었다고 한다.
그가 언제 투신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10시 30분경 순찰 돌던 수위가 발견했고, 구급차가 와서 조용히 시신을 실어갔다고 한다. 그러나 시신을 발견한 수위는 어쩌면 10시 20분에 투신했을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했다. 사건이 일어난 지 정확히 3년 뒤, 근방을 순찰하다가 뭔가 터지는 소리를 들었다는 것이다. 깜짝 놀라 불빛을 비춰보니 주위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소리가 난 방향도 시신을 발견했던 바로 그 장소였기 때문에 그 귀신이 아직도 남아있는 것 아니냐는 논리였다.
야간 자율학습을 할 때마다 그 이야기를 떠올려 귀를 기울여보았지만, 난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 어쩌면 그 소리라는 것도 뭔가 감이 있는 사람에게만 들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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