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경로당에서 들었던 이야기다. 바다를 바로 앞에 마주하고 있었고, 공장이 거의 없어 어부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농사를 짓기보다는 배를 몰고 바다로 나가는 사람이 많았다. 그 증거로 당시 경로당에 있었던 노인들 중 예전에 바다에 나갔던 사람이 절반이 넘었다. 이번에 풀어볼 이야기 역시 어부 일을 하던 노인이 들려준 섬뜩한 체험담이다.

그 마을만 그랬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 마을 어부들 사이에서는 절대 떠돌아다니는 물건을 건져내지 말라는 말이 있었다고 한다. 간혹 쓸 만한 물건이 떠다녀도 못 본 척 넘어가라는 것이었다. 물어보니 노인은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그냥 아버지께서 알려주신 것이고, 아버지는 할아버지께 들은 이야기일 뿐 이유를 들은 적은 없었다.’는 것이다.

여하튼 이야기를 해준 노인은 태풍이 몰아친 뒤 한밤중에 배를 몰고 바다로 나갔다고 한다. 그 때가 제일 물고기를 잘 낚을 수 있는 시기였다. 바다 밑에 잠겨있던 양분이 떠오르며 물고기가 몰려들기 때문이란다. 

며칠이 지났는데도 구름이 걷히지 않아 바다는 어두웠다. 노인은 새하얀 플래시를 켜고 작업을 시작했다. 밤늦게 나왔는데도 그날따라 그물에 물고기가 걸리지 않아, 한참 동안 헛그물질만 하고 있었단다. 일진이 좋지 않다 생각해 일찍 철수하려던 중, 그는 저 시커먼 파도에 뭔가가 넘실거리는 것을 보았다.    

처음에는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리 있었다고 한다. 언뜻 보기에 해초 같기도 했고, 플래시를 비춰도 형상만 겨우 보일 정도였다. 다른 일꾼들은 계속 흘끔거리며 그 묘한 것에 신경 썼지만, 노인은 별 생각 없이 일에만 집중했다고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넘실거리던 그것은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그물이 파도가 치는 방향에 있었다면 그러려니 했겠지만, 무서운 것은 파도가 밀려오는 반대 방향으로 서서히 거슬러오고 있었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처음 눈치 챈 사람이 손가락으로 그것을 가리켰고, 다른 사람들도 갑판에 몰려 그것을 구경했다고 한다.

노인도 그 때가 돼서야 비로소 그것에 집중했다. 다시 플래시를 비춰보니 이번에는 형체가 뚜렷하게 보였다. 그물이었다. 굵고 튼튼한 그물이 바다 위에 뜬 채 서서히 배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배의 방향을 돌려 그 자리를 떠나보기도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물은 다시 배 근처까지 왔다고 한다. 노인과 일꾼들은 두 번째로 그물을 본 순간 그것이 배를 쫓아오고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밖에 없었단다.   

그걸 건져내선 안 된다는 사람들이 대다수였고, 노인도 그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무서운 일이 벌어진 탓에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아, 그들은 이내 배의 방향을 돌렸다. 그대로 육지로 향하던 그 때, 그물을 주시하던 일꾼 하나가 비명처럼 외쳤단다. ‘장화다!’라고.

모두 몰려서 확인해보니 정말 장화 한 짝이 있었다. 여론은 순식간에 반전됐다. 며칠 전에 엉킨 그물을 풀겠다고 태풍이 몰아치는 바다에 뛰어든 사람이 한 명 있었다는 증언이 속속 나왔다. 그들은 금기도 잊은 채 그 그물을 건져냈다. 형편없이 엉킨 그물 속에는 정말 남자 하나가 있었다. 며칠 전에 바다로 뛰어든 바로 그 남자였다. 온몸이 하얗게 핏기가 없었고, 얼굴은 퉁퉁 불은 채 잔뜩 찌푸린 표정이었다고 한다. 게다가 그물에 감긴 다리는 그물 자국이 흉물스럽게 남아있었다고 한다.

일행은 서둘러 마을로 되돌아왔다. 반쯤 포기하고 있던 미망인은 현실을 마주하자 서럽게 통곡했다고 한다. 훗날 그녀가 한탄하며 말하길, 평소에는 철저하던 양반이 그날따라 뭐에 홀리기라도 한 듯 장화도 벗지 않고 바다에 뛰어들었단다.

노인은 그물이 배를 따라왔다는 이야기를 미망인에게 전했는데, 그녀는 그 말을 듣고 오히려 마음을 가라앉혔다고 한다. 그 양반이 시신이라도 되찾아달라고 부탁한 것 같다마는 마지막에 그 한이라도 풀었으니 다행이라는 것이었다.

경로당을 나서며 난 그 이야기의 여운을 지울 수가 없었다. 친구에게 정말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겠느냐 물었더니, 겉보기에는 한 방향으로 치는 파도도 아래를 보면 여러 방향의 흐름이 있을 수 있으니, 충분히 벌어질 수 있으리라는 대답을 들었다. 그러나 배를 계속 쫓아왔다는 것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단순히 우연의 일치라 보기에는 이상한 점이 너무 많았다. 하필 노인이 배를 돌려 돌아가려던 순간 장화가 벗겨져 떠올랐다는 것, 그물이 계속 배를 쫓아온 것, 무엇 하나 나의 상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떠돌아다니는 것을 절대 건져서는 안 된다는 금기가 어째서 존재하는지도 알 길이 없다. 담당 교수는 작은 것을 건지려다가 자칫 목숨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라 적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대대로 전해져오는 그 금기는 산 사람을 끌어당기는 망령의 원한 같은 것을 경계하려던 것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