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시골 마을에는 묘한 폐가가 하나 있다. 겉보기로는 그럴듯해보이는 좋은 집이지만, 어떤 끔찍한 사건 때문에 아무도 살지 않게 되었다.
사건은 2006년에 벌어졌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그 집에서 화재가 나고 말았다.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보일러실에서 불이 났다고 한다. 5인 가족 중 젊은 부부는 살아남았지만, 그들의 자식과 노부부는 연기에 질식해 떼죽음을 당하고 말았다. 그 사건 이후로 부부는 집을 팔지도 않고 홀연히 떠나버렸고, 전소된 집만 마을에 남아있었다.
그로부터 4년 뒤, 신원불명의 여성이 그 폐가에서 불에 탄 채 발견되었다. 근처에 사는 사람은 아니었다. 지갑도, 신분증도 없어 그녀의 신원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그나마 경찰이 알아낸 것은 그 일련의 소동이 분신자살로 인해 벌어졌다는 것이었다.
한 번 생각해보자. 다른 지방에 살던 사람이 하필 이 시골 마을에 들어와 지갑도 신분증도 없이 한 번 전소됐던 폐가에서 분신자살을 벌이는 게 정상적인 일인가?
처음 이 사건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몹시 흥분했었다. 그 폐가야말로 귀신들린 것이 맞다는 확신이 들었다. 혼자 귀신을 보는 건 무섭지만, 여럿이 그런 장소에 다녀오는 것 자체는 가슴 떨리고 긴장되는 진귀한 경험일 터였다. 나는 곧바로 중학교 동창 세 명을 모아 그 폐가에서 하룻밤 묵고 오기로 결정했다. 친구 중 한 명이 텐트를 들고 오기로 했고, 다른 한 명은 플래시 라이트를 챙겨오기로 했다. 음식은 준비하지 않았다. 한 끼 굶는다고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 집이 어디에 있는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사전 조사 없이 바로 폐가로 향했다. 그 집 마당에 서면 멀리 떨어진 다른 집이 보였기 때문에 그리 무섭지는 않았다. 심지어 가장 가까운 집은 tv에서 어떤 프로가 나오는지도 쉽게 확인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한여름 밤인데도 공기가 차가웠다. 아마 장마 기간이라 그랬던 것 같다.
폐가의 외관은 그럭저럭 멀쩡해보였다. 붉은 벽돌로 벽을 쌓고 지붕에 붉은 기와를 얹었을 법한 불그스름한 집이었다. 물론 전소를 겪었고 오랜 시간이 지난 만큼 깔끔하지는 않았다. 우리는 집 바깥쪽을 빙 돌아본 뒤, 문이 사라져 뻥 뚫린 정문으로 들어갔다. 대략 30평가량 될 법했는데, 2층으로 올라갈 때 썼을 법한 계단 흔적이 남아있었다. 몸집이 작은 친구를 들어 위층에 올려 보냈지만, 별다른 것은 없었다고 했다. 사방에 벽지 대신 검은 그을음이 가득했고 이상하게 공기가 싸늘했다. 나만 그렇게 느낀 것이 아니었다. 다른 친구들은 듣는 둥 마는 둥 넘겼지만, 분명 친구 한 명이 조금 추운 것 같다며 말을 꺼냈었다.
집을 다 돌아본 뒤, 우리는 폐가에 딱히 별다른 게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상한 소리가 난다거나 환상이 보인다거나 하는 일도 없었고, 귀신들린 친구도 없었다. 모두 실망했지만 크게 내색하지는 않았다.
일단 텐트를 가져온 만큼 밤을 새거나 잠을 자거나 해야 했다. 우리는 가져온 텐트를 거실로 추정되는 방에 펼쳐놓고 서로 돌아가며 무서운 이야기를 했다. 큰 소리를 내면 비행청소년으로 오해받기 딱 좋아 별다른 놀이도 하지 않았다.
텐트 속은 아늑했다. 조금 서늘하긴 했지만 견디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잠을 설쳤다며 제일 먼저 잠든 친구를 시작으로 하나 하나 잠들기 시작하더니, 결국은 내가 마지막으로 잠들었다.
다시 일어났을 때는 새벽이었다. 너무 더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짜증을 부리며 벌떡 일어나보니 옆에 누운 친구들도 모두 땀범벅이었다. 나는 모기가 들어오는 것도 신경 쓰지 않고 바로 비닐 창문을 열었다. 그런데 바깥 공기도 후끈했다. 나는 아예 문을 활짝 열고 자고 있던 친구들을 돌아보았다. 하나같이 더위에 찌든 표정이었다. 굳이 깨울 필요는 없어, 나는 신발을 신고 플래시를 켠 채 집 밖으로 나섰다.
그러나 그 순간, 나는 온몸에 소름이 끼쳐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바깥 공기는 무서울 정도로 차가웠다. 흡사 한여름에 에어컨을 튼 방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나는 설마 불이 났나 싶어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불같은 건 없었다. 나는 팔을 들어 집 안을 휘휘 저어보았다. 집 안 역시 바깥처럼 서늘했다.
나는 당장 텐트로 달려가 친구들을 깨웠다. 세 명 모두 일어나자마자 한 말이 ‘더워’였다. 나는 그렇게 추운데, 친구들은 모두 덥다고 말하고 있었다.
나는 친구들을 끌고 집 바깥으로 나왔다. 그제야 모두들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수많은 모기들이 팔다리를 뜯어대고 있는데, 감히 집 안으로 들어가 텐트를 회수할 수도 없었다. 우리는 삼십 분 넘게 웅성거리며 그 자리에 서있었다. 친구 한 명이 잠을 자던 중에 잠시 더위를 느낀 것이 아니겠느냐 했다. 그러나 잠을 자는 중에는 오히려 체온이 떨어지는 터라 말이 되지 않았다. 다른 친구는 분명 설명할 수 없는 과학적 이론 같은 게 있지 않겠느냐 물었다. 그러나 그 이론이 대체 뭐냐 되물었더니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우리는 한참 뒤에야 근처 편의점으로 들어가 밤을 새웠다.
동이 튼 뒤, 우리는 텐트와 두고 나온 플래시를 챙겨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 때의 충격적인 일은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자주 회자된다. 왜 더위를 느꼈는지에 대해 아직까지 설전이 벌어지지만, 그 이유를 과학적으로 설명한 놈은 단 한 명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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