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은 그 동네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야간에 학교 운동장을 개방해놓는다.
그리고 나같이 딴 사람들 눈치보는 놈은 다 같이 운동하는 공원이 아니라 사람 안들어오는 운동장을 뛰는 걸 더 좋아할 거야.
조용하기도 하고, 잘 뛰는 놈들이랑 페이스 안 맞춰도 되니까.

주변에 초등학교가 세개정도 몰려있는 이 동네는 그런 점에서 좋은데, 어쨌든 좀 인적 드문 곳을 고를 수 있으니까.
그 가운데, 묘하게 사람이 거의 없는 한 학교가 있다.
어디라곤 안 밝히겠다,
초딩들 괜히 겁 먹을 수도 있으니.

암튼 웃긴 게, 이 학교 입지는 사람이 젤 많이 몰릴 수 밖에없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아파트 세 단지 한 가운데 놓여있거든.
근데 밤에 나와서 운동하는 사람이 여기만 없어.

하긴 쫌 묘하긴 한 게, 분위기랄까가 그 세 학교 중 가장 음산해.
공기도 습한 느낌이고.
그게 사람이 가장 많이 모인 동네의 한 복판에 있는 학교라는 게 잘 이해가 안 되지.

어쨌든 소심천만인 나는 남 눈에 안 띄는 거기를 살빼기위한 뜀박질 코스로 잡았고, 한 두주쯤 지난 때였다.
비가 살짝 왔고 되게 습했지만 그래도 하루쉬면 퍼질 걸 아는 나로썬 억지로 집을 나왔어.
그리고 한 10분 걸어서 학교에 들어섰다.
사실 영감같은 거 좆도 없는 나로써도, 이날따라 한기같은 게 느껴지는 건 알겠더라.

그래서 mp3를 평소듣는 빠른 템포음악이 아닌, 불경에다 맞췄어.
날나리 신도이긴 하지만 어쨌든 불교를 믿는 나로썬, 그렇게라도 불안감을 씻으려고 했다.
당시 내 mp엔 반야심경을 비롯해 천수경, 관음경, 단목경, 아미타경, 지장경등 한 열개정도 되는 독경파일이 있었고, 그 특유의 느린 템포에 맞춰져서 걷는건지 뛰는 건지도 모를 운동을 시작했어.

그런데, 두바퀴째를 돈 직후부터 이상한 현상이 일어난다.
멀쩡히 작동하던 mp3가 꺼졌고, 도로 켜려고 파워버튼을 눌렀을 때 재작동이 됐다 안됐다하더라.

재작동이 됐어도 불경켜면 다시 지직거리다 튕기고, 특히 지장경은 아예 커서만 맞춰져도 꺼지더라고.

아무리 둔감해도 이쯤이면 이상하단 건 모를리 없잖아.
그냥 mp3꺼진 채 운동장을 나오다가,혹시 몰라 기계가 고장일 뿐 내가 쫄아서 그런가하고 다시 불경을 켜고 고개를 들었어.
불경파일이 들린 동시에 코 앞 20-30cm앞을 레미콘이 한 60km는 족히되는 속도로 지나갔어.
난 차 소리도 못 들었고, 그날따라 가로등도 다 꺼져있었고 단지내 불도 거의 안 들어와 있었단 말이지.

그 뒤로 난 그 학교에 다시는 안 갔다.
그리고 그 mp3도 4년이 지난 지금까지 단 한번 고장 안난 채 멀쩡히 돌아가고 있다.

그게 내가 뭔가 심령현상이란 게 있다는 걸 믿게 된 계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