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사람들이 꿈에 나오는 건 숙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아. 
특히 그 죽은 사람이 바로 니 손을 통해 죽어갔다면 말이야. 

나는 얼마 전에 아프가니스탄에서 돌아왔어. 정확히는 8주 전이겠군. 신기한 일이야. 시간은 참 쉽게도 흐르지.

그래, 3명이야.

이게 뭐에 대한 대답인지는 너도 알 수 있겠지. 
두 명의 성인 남성과 한 명의 어린 아이였어. 정말 솔직하게 말한다면, 그건 사실 4명일 수도 있었지. 우리가 건물 하나를 수색하고 있을 때, 난 바닥에 헝겊 쪼가리들이 쌓여있는 걸 봤어. 내가 확인을 위해 그걸 발로 툭 건드리자, 그건 둔탁한 소리를 내며 흩어졌지. 그리고 왠 갓난아기 하나가 바닥에 굴러 떨어져 울기 시작했어. 그리고 아이의 엄마가 달려와 애를 안아 올렸지.

그 여인의 눈빛이 아직도 생각나는군.

남자들의 눈빛은 참 많이도 봤어. 포로로 잡혀있거나 수색 중 만난 남자들. 모두 날 죽여버리고 싶어했지. 하지만 그녀의 눈은, 그녀의 눈 속에 있던 건 내가 죽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니었어.
대신 그녀는 내가 죽을 만큼 고통스러워하길 바랬지. 차이점을 알겠어?

그때 좌측에서, 우리 분대가 두 명의 성인 남성과 접촉했다는 보고가 들어왔어.
영어와 외국어가 뒤섞인 채 무전기를 통해 시끄럽게 들려오고 있었지. 내가 제대로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측 인원이 “칼을 내려놔” 하고 외치는 소리 뿐이었어. 다른 하나의 소리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지만, 몹시 위협적이었다는 건 확실했지.

내가 교전 상황에 돌입했을 때, 문제의 그 칼은 성난 외국인 남자의 손에 있었어. 나는 숨을 들이쉬었어. 두 방은 가슴에. 나는 숨을 내쉬었어. 다시 숨을 들이키고, 한 방은 머리에. 나는 시체를 확인하러 걸어갔지. 하지만 칼을 쥐고 있던 남자의 가슴에 총상은 하나 뿐이었어. 다른 한 발의 위치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지.
난 그의 뒤쪽을 바라보았어. 꼬마애 하나가 있었지. 12살 정도 되어 보였어. 그리고 그 애가 13살이 될 일은 영원히 없을 예정이었지. 죽어 있었어. 목에 총상을 입은 채로. 나는 맥을 짚어 보았지. 하지만 그렇게 피를 많이 흘렸는데, 살아 있을 턱이 없었지. 꼬마의 손에는 38구경 샌디 리볼버가 들려있었어. 그렇게 어린 아이인데도 총을 쥔 채 싸우고 있었던 거야.


그 일이 있던 전날 밤에도 제대로 자지는 못했지. 하지만 그 날 이후론 아예 잠들 수가 없게 되었어. 그 날의 임무가 끝난 후에, 나는 굉장히 많은 조사를 받게 되었어. 사람들은 나에게 끊임 없이 교전 중 정말 그 꼬마애를 보지 못했냐고 물었지. 심지어 어떤 작자는, 내가 그 애한테 조준 사격을 한 게 아니냐고 추궁하기도 했어.

얘기가 길어졌군. 짧게 줄이자면, 난 무죄 판결을 받았어. 군사 재판소는 나에게 죄가 없다고 선언하더군. 그래서 난 무사히 작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나의 기름지고 풍요로운 미국식 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되었지. 우리 가족도 만날 수 있었고, 나의 임신한 아내도 다시 품에 안을 수 있었어. 하지만 난 차마 그녀의 눈을 마주칠 수 없었지. 내가 그녀의 눈을 바라보는 동안, 그녀가 나의 눈을 보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좋을 텐데. 
난 그녀가 내가 한 짓을 알게 되길 원하지 않았어. 하지만 내 눈 속의 혼란을 들키지 않을 방법은 없었지. 그래서 난 8주 동안 그녀의 눈을 피했어. 눈만 피했던 것은 아니지. 누가 봐도 내 행동은 정상이 아니었어. 그리고 우리의 관계는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했지.

나는 방 불도 켜지 않은 채 컴퓨터 앞에 앉아 멍하니 시간을 보냈어. 대부분 이 게시판을 속을 돌아다니거나 유튜브를 구경하고, 포르노를 보기도 했지. 난 내 페이스 북 페이지를 지워버렸어. 고독과 익명성이 지금 내가 유일하게 추구하는 가치니까.

그리고 내가 잠을 자지 않은 채 89시간이 지났을 때, 내 아내는 내가 의사와 얘기를 해봐야 한다고 설득하기 시작했어.
새로운 약물이 있다더군. 효과가 끝내주는 수면제라고 했어. ‘한 알이면 끝입니다!’라는 이름이었지. 난 그게 홍보용 슬로건인지 아니면 약물의 이름인지가 궁금했어. 의사는 그게 약의 이름이라고 하더군. 슬로건은 따로 있었어. ‘약의 이름을 믿으세요!’ 라는 것이었지.

그래서 나는 ‘한 알이면 끝입니다!’를 복용하기 시작했어. 그리고 세상이 좀 미쳐 돌아가기 시작했지. 저녁을 먹기 전에 두 알을 입에 털어 넣었고, 그거면 내가 할 일은 끝이었지. 나는 말 그대로 죽은 것처럼 잠에 빠져들 수 있었어. 하지만 계속 같은 꿈을 꾸게 되었고, 때때로 내가 잠에 든 곳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눈을 뜨게 되었지. 그건 마치 무슨 농담과도 같은 상황이었어.

“제가 일어나면 남편이 가끔씩 욕조에서 자고 있어요. 어떤 때는 정원을 걸어 다니거나 정원 옆 창고 안에서 자고 있다니까요?”

모두가 웃을 일이었지. 
하지만 내가 꾸는 꿈을 말해준다면, 아마 아무도 웃지 못할 거야. 12살 짜리 소년의 학살 장면 앞에서 웃을 수 있는 사람은 없겠지.

‘한 알이면 끝입니다!’의 가장 큰 문제점은, 내가 맘대로 잠에서 깰 수도 없다는 점이었어. 나는 내가 꾸는 꿈을 끝까지 봐야만 했지. 그리고 내가 충분히 고통 받고 나면, 난 그제서야 침대가 아닌 장소에서 눈을 뜰 수 있었어.

그러다 마침내 약 두 알로는 효과를 보지 못하게 되었어. 난 투여량을 세 알로 올렸지. 그 다음엔 네 알. 그때쯤에 깨어있어도 잠을 자는 것 같았어. 그저 멍하니 허공을 보면서 넋을 놓고 있었다고 말하는 게 아니야. 난 잠을 자지 않아도 꿈을 꾸는 것처럼 환각을 보기 시작했지. 가끔씩 저 멀리에서 내가 발로 찼던 어린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려오기도 했어. 어떨 땐 그 애 엄마의 눈빛이 아주 어두운 방 안에서 날 쳐다보고 있었지. 하지만 내가 정말로 보기 힘들었던 건, 바로 거울이었어.

거울 속에는 내가 있었어. 아주 행복하게 웃고 있었지. 처음에 난 그게 진짜 나라고 생각했어. 그리고 내가 실제로 웃고 있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그때 그가… 아니 그러니까, 내가, 커터 칼을 꺼내서 팔뚝을 자해하기 시작했지. 깜짝 놀라 내 팔뚝을 보면, 아무런 상처도 없었어. 어떨 때 거울 속의 나는 스스로 살을 태우고 있었어. 어떨 때는 살점을 잘라내서 변기에 버리고 있었지. 거울 속의 나는 나에게 항상 긴 팔 옷을 입으라고 했어. 그래야 아무도 그의 상처를 보지 못할 테니까. 난 그 말에 따르기로 했지.

한 일주일 동안, 나는 최대한 거울을 피해 다니려고 했어. 그러다 어느 날 아내가 울고 있는 것을 봤지. 그녀는 거울을 보면서, 또 그가 자해를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어. 혼란스러웠지. 나는 그녀에게 ‘그’가 도대체 누구냐고 물었어. 하지만 그녀는 내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 같더군. 나는 다시 한 번 그녀에게 소리지르며 물었어. 하지만 그녀는 그저 거울을 보고 있을 뿐이었어. 나는 어쩔 수 없이 그녀 곁으로 다가가 같이 거울을 보았어. 그리고 그녀가 보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지.

그건 또 다시 거울 속의 나였어. 하지만 이번에 그는, 웃고 있지 않았지. 만화 속의 그림처럼 과장되게 찡그린 얼굴을 하고 있었어. 그런 표정을 억지로 만드는 것조차 힘들어 보였지. 그때 그가 나와 눈을 마주쳤어. 그리고 내가 알아차리기도 전에, 아내의 목을 그어버렸지.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고, 나는 잠에서 깨어 창고 앞에서 눈을 떴어. 빌어먹을 악몽이었지. 수면제의 부작용은 이미 내 통제를 벗어난 상태였어. 나는 곧장 차를 타고 병원으로 달리기 시작했어. 그런데 거의 반쯤 도착했을 때, 나는 내가 어제와 같은 옷을 입고 있다는 걸 알아챘어. 이상한 일이었지. 나는 항상 잘 때 파자마를 입고 자거든.

하지만 이제 와서 어쩌겠어. 나는 계속 병원으로 질주했고, 사람들에게 소리를 치며 당장 의사를 만나야겠다고 소란을 피웠지. 잠시 후 나는 의사와 마주 앉을 수 있었고, 의사에게 내가 겪었던 일을 몽땅 얘기했어. 그리고 약물의 위험성에 대해 따지듯이 화를 냈지. 하지만 의사의 대답을 듣고 나자, 내가 분노는 온데간데 없이 모두 사라졌어. 대신 세상이 온통 고요해지고, 내 심장이 뛰는 소리만 귀 속 가득 들려왔지.

“진정하세요, 존. 당신이 먹었던 약은 아무런 효능이 없어요. 그건 플라시보 효과를 노린 거였다구요. 약은 말 그대로 그냥 설탕 덩어리일 뿐이에요.”

입이 바짝 말랐지. 신음소리조차 낼 수 없었어. 나는 내 팔뚝의 소매를 걷어 올렸어. 갑자기 쓰라리고 따가운 고통들이 한 번에 밀려들었지. 거기엔 화상과, 칼에 베인 상처와, 살점이 떨어져 나간 자국들이 가득 차 있었어. 의사가 당황해서 헛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지.

나는 다급히 핸드폰을 열어 누군가의 이름을 찾았어. 전화를 걸었지. 응답은 없었어.

그래. 창고에 있더라고.

이게 뭐에 대한 대답인지는 아마 너도 알 수 있겠지.

그래, 정말로 4명이 되어 버린 거야.


자, 이제 5명이 될 차례야. 
너무 늦기 전에 할 일을 하러 갈게. 

그럼 이만. 수고들 하라고.




남자가 PTSD 증상 있는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