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어두운통로를지나고있었다.

아무리소리쳐도누구도대답하지않는공간.

또한아무리들어가도끝이나오지않는우주.

오직나혼자밖에존재하지않는,미궁.

그렇다.

나의내면의세계...


그것은달콤한꿈이었다.





음...어라..?

오랜시간동안잠들어있었던둣이나는힘겹게눈을열었다.

조그마한기계음이지속적으로들려온다.

여기..가어디지?

몸을일으키려고했지만,누워있는의자에몸이묶여있었다.

정신이드는가보군.

누,누구지..?!

머리맡으로하얀색옷을입은남자가걸어왔다.

어리둥절하겠지.걱정말게.

나는이연구소의소장,강재경이라고한다.

..그런데아직깨어날때가아닌데.그것의영향인가.

지금무슨..소리를..

오빠!

발걸음소리가들리더니,눈앞에아름이의얼굴이보였다.

다행히다친곳은없어보인다.

아,아름아..?

미안해.속이려고한건아닌데..

꼭이방법을쓰자고그러셔서..

쓰자고하다니?누가?!

아름이는내가슴에머리를묻고울고있다.도대체무슨일이있었던걸까..

아직은조금더쉬도록하게.각성제의영향으로신경계가불안정하니마취를시켜주겠네.

네?아니,잠깐..

묶여있는팔목으로주사바늘이뚫고들어갔다.

..뭔가이상한데.

흐릿해지는시야너머로소장의말이들려왔다.

내면의세계에서그것을찾아보도록하게.도움을줄지는모르겠지만..그것이모든것을알고있을걸세.


...그리고나는다시암흑속으로돌아왔다.





으..대체어떻게하라는거야..

아무것도보이지않는길을터벅터벅걸으며중얼거렸다.

머릿속이뒤죽박죽이다.

잘기억도나지않는다..뭘해야하지?뭔가가잡힐듯하면서잡히지않는다.이런기분,진짜드러운데..

일단지금내가아는것을정리해보자.

그리고내가처한상황에대해판단을내려보는거야.음...

나는오늘아침,아름이가납치를당했다는소식을들었다.

아니,오늘이아니던가?어제였나?모르겠다.

어쨌든그소식을어느날아침듣고..그래,문자메시지가왔었지.아름이를구하러집을나섰다.그런데그메시지에뭐라고적혀있었지?

민아름을..살리고..싶다면,...학..교로와라.

아,그래!학교..옥상으로오라고했었지.그래서나는학교옥상까지전력을다해뛰어갔다.

숨을헐떡이며옥상문을열어젖히고..

그다음에는?

기억이..나지않아..

...그다음눈을뜨니여기였는데.이곳으로오기까지전혀뭘했는지기억이나지않는다.

멍하니고개를들어길저편을바라보았다.

지금가고있는이길끝에는뭐가있을까..?

모르겠다.

난지금아는것이전혀없다.어떻게된일인지도..

그저하염없이땅을쳐다보며묵묵히길을걷고있을뿐.

여기가나의내면의세계..인가.참삭막하다.

퀭하니깔린어둠.가는길만하얗게빛나고있기에

따라가고있지만,이빛도언제먹힐지알수가없다.

시간가는줄모르고걷고만있다...아니,이곳에도시간이란게있을까?뭔가가움직이기에시간이있는거라면...지금은내가시간,그자체인셈이다.

그런생각이들자갑자기외로움이몰려왔다.

그때였다.

내가움직이기에시간이존재하는거라면,역시내가존재했기에움직였던시간에대한기억이있는게아닐까?

어둠속을울리며어떤소리가들려왔다.

...낯설지않다.나는이목소리를들은적이있다.

너..나를만난적이있지?

그래..생각해보니아름이가납치됐단메시지를받았을때,이목소리와잠시대화를나누었었다.이것이알고있는무언가가무엇일까.그걸캐내는게나의임무인가.

이봐,어서대답해봐!

한참이지나다시목소리가울려퍼졌다.

리더,우리에겐시간이얼마없다.

이렇게두정신이공존할수있는시간은..이론적으로존재할수없기때문이야.빨리얘기를끝내야한다.

두개의..정신이라고?아니,그보다내가궁금한것은..

..내가정신을잃은동안,도대체무슨일들이있었던거지?

너는내내면의세계에있으니알거아니야.그리고너는..

도대체어떤존재기에내몸속에있는거냐?

..결론부터말하자면,

리더가정신을잃은사이내가잠시리더의몸을조종했다.

심장이멎는것같았다.

침을꿀꺽삼키고떨리는목소리로물어보았다.

무,무슨말을하는거냐.

이제는대강짐작이가겠지만,나와리더는같은몸안에있는두개의인격이다.한개의인격이사라지면,나머지한개의인격이몸을지배할수있지.

이럴..수..가?무슨공상과학영화도아니고..

하지만농담으로듣기에는상황이너무나심각하다.

내가..다중인격이라도된다는거야?

너는나의또다른인격인가?!

굉장히어색한어투로질문을던졌다.내가미쳐버린걸까?

다중인격..말로만듣던그끔찍한정신병이..내가?

설마.

인정하기싫다.나는절대인정할수없다.

한참이지나도대답이들려오지않았다.

내안에서..뭔가가꿈틀댄다는느낌에속이울렁거렸다.

으..으..!

대답해!빨리!

초조한마음에악을쓰며소리질렀다.

..하지만대답은없었다.

미칠지경이다.

으..으아아아아!

이성을잃고절규하던나는,발을헛디뎌무심코길위를벗어나고말았다.내가가가던하얗게빛나는길은이제저위로사라지고있었다.

..추락한다는느낌은들지않았다.

오히려편안한심연속으로빠져드는기분이좋았다.

깊은바다를뚫고들어가바닥에닿기직전,나는그것의목소리를다시한번들을수있었다.

이것만은기억해줘.나는언제나너의편이라는걸,리더..

대체...무..슨..





무슨..소리를하는거야!

벌떡

어,어라..?

여긴또어디지?병원같은곳에내가앉아있다.

이불을걷고밑에있던슬리퍼를구겨신었다.컨디션이좋다.

지금까지일들은꿈이었나..

아,아름이는?!

아름아!아름아!

그때방저쪽에있던침대에서누군가일어났다.

오,오..빠?

아름아!

재빨리달려가보았다.방안에침대가많아서이리저리피해가야했다.

괜찮아?괜찮은거지?!

아름이는안색이약간창백한것빼고는몸에이상이없어보인다.

응..난괜찮아.

..지금좀혼란스럽지?여긴예전에엄마아빠가일했던곳이래.

뭐라고?!

나도지금까지몰랐어.엄마아빤살아계실때기계공학을연구하신과학자셨대.여기소장님이절친한동료분이셨다고하는데,납치범한테서우리를구해준것도이분들이야.

생각지도못했었다.

우리의부모님이..과학자였다니.그것도정부관련기관에서..고위직에있으셨다니.

어,둘다정신차렸구나?

열린문으로의사복장을한여자가들어왔다.긴생머리에안경을쓰고,넥타이를맨모습은지적으로보였다.그런데굉장히젊은데..간호사는아닌것같다..

누구세요?

아,나는너희담당의사인이예빈이라고해.의식이있는중에보는건처음이구나?반갑다.

얼떨결에인사를나누었다.

저..그런데여기는뭐를하는곳인가요?

뭘하냐고?그야당연히아픈사람을치료하는데지.

여자는작게웃으면서대답했다.

아니요,저..그게..

알아.무슨말을하려는건지.하지만말로대답하기에는조금뭣해서그래.여기서직접생활하고,겪어보면알게될거야.

그럼,저희가당분간이곳에머물게될거라는말인가요?

여자는잠시뭔가를생각하는듯하더니,미소를지었다.

글쎄?당분간이될지일년이될지는잘모르겠구나.어쩌면평생연구해도알아내지못할수도있으니까.

뭐를..연구하는데요?

그안에있는거.

가는손가락이내심장을가리켰다.

아니면머리일수도있고.

..?!

머리가어지럽다.꿈이아니었구나,역시.

비틀거리는나를옆에서아름이가부축했다.

오빠..?

...괜찮아.고마워.

다시자세를바로잡았다.

눈앞의여자는여전히입가에미소를짓고있다.

제가..다중인격..인건가요..?

아아,그런어리석은질문은하지마.그건아니야.

여자가내말을가로막으며일어섰다.

몸상태가좋아보이는데,밖을좀둘러보도록하자.

여기있는동안할일들을알려줄게.일단은주치의니까,

내말을듣도록해.

...예.

나와아름이는그녀의뒤를따라병실을나섰다.그러자긴복도가나타났다.각방마다침대가여러개있는것으로보아,이곳은병동인듯했다.

복도를따라쭉걷자유리로된엘리베이터가보였다.

강화유리로만들어졌으니안전해.어서타.

불안해하는아름이에게예빈씨가말했다.우린엘리베이터에탔다.

어디로가시겠습니까?

연구센터중심부,메인홀.

소요시간은약20초입니다.

덜컹

!

갑자기우리가탄엘리배이터가옆으로이동하기시작했다.

전후좌우시스템이야.

최신과학기술이군요..

아름이는어쩐지감탄하는듯한눈빛으로바깥을둘러보았다.엘리베이터는적당히빠른속도로건물사이를날아갔다.터널비슷한것안에서움직이는것같다.색다른절경에나도놀라움을금할수없었다.

또다른건물을통과해다시밖으로나왔을때(엘리베이터가)나는예빈씨에게질문을했다.

이연구소의소장님은..어떤분이신가요?

저명한생명공학자이셔.이미그쪽분야로는세계적인권위를갖고있지만,본인은의식하지않고있지.요즘도계속연구에몰두중이야.

그렇군요..

잠시정적이흘렀다.

혹시저랑관련된일도그분이..?

글쎄..나도여기들어온지몇년되지않아서,그전의일은잘모르겠구나.하지만소장님이너희에게남다른관심을가지고있는건사실이야.혹시모르지.

저희아버지와친구사이셨다는말을들은적이있어서요..

그래?

예빈씨는잠깐놀란듯한표정을짓더니,이내미소를띠며말했다.

그렇다면이제부터그분을만날거니까,한번물어봐.

너희아버지에대해서도알수있을지도모르겠구나..

그말이끝나기무섭게문이덜컹하고열렸다.

밖으로한발짝내딛자,우리의눈앞에는지금까지내가보아온그어떤곳보다도커다란홀이나타났다.둥근돔모양의외벽에나선모양으로올라가는계단,층마다있는긴복도들,수많은연구실들.그사이로빠르게지나가는엘리베이터들도보였다.

그거대하고웅장한모습은홀의최상층복도난간에기대어바라보는우리들을압도했다.

...세상에..

어,엄청크다..그치오빠!

...

넋을잃고바라보는우리에게예빈씨가빙긋웃으며말했다.

자,이제내려가볼까?소장실은두층밑에있어.

떨어지지않게조심하구.

나는계단난간을붙잡고내려가는와중에도주위를둘러보느라정신이없었다.둥근모양의거대한천장맨꼭대기에는유리로된구멍이뚫려있어서햇빛이들어왔다.일직선으로연구소중심을관통하며내려오는한줄기빛은건물을지탱하는기둥처럼보였다.그빛의기둥은심지어보는각도에따라다르게나타나는무지개를보여주기도했다.

그런데한가지눈에띄는것이있었다.그것은굉장히이상한느낌을주었다.대체뭐지?

저기,이연구소,지하에도실험실이있나요?

응?글쎄..?지하에도층이다섯개인가있다는건알아.

그런데거의사용하지않는줄로아는데..?

그렇군요..

소장실문을노크하고들어가는와중에도나의시선은줄곧그곳에고정되어있었다.마치빛의기둥이땅을뚫어버린것처럼..크게벌어진일층의균열속으로들어간무지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