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곳이백령도군요.

쏴아아아ㅡ철썩

쏴아아아ㅡ철썩

기차에서내린뒤,강민씨와나는항구에서배를타고이동했다.

오랜만에타보는배지만다행히멀미는없었다.

30분정도물살을가르며나아가자,안개속에서흐릿하게검은형체가나타났다.저것이백령도.나의고향이었다.

생각보다음산한분위기군요.안개가걷히면나아질까요?

쏴아아아ㅡ철썩

뱃머리가항구에닿자,나와강민씨는짐을들고배에서사뿐히내렸다.

정말오랜만이예요..

백령도특유의몽환적인분위기와짜고습한공기가묘하게어울렸다.우린바위사이로난길을따라섬으로올라갔다.

음침한안개가휘감고있는가운데곳곳에서풀벌레소리가들려왔다.

가파른오르막길을올라오고보니섬주변으로깎아지른절벽이둘러싸고있다는것을알수있었다.

그런데읍내쪽으로몇걸음걸어들어가자,눈앞에는지극히도평화로운절경이펼쳐졌다.

푸른하늘과한창추수를앞두고있는드넓은밀밭,귀를간지럽히는산들바람.참새떼들의지저귀는소리는안개바깥의세계와는너무나도다른느낌을연출하고있었다!

이야ㅡ..

설마이런경치를숨기고있었을줄은..!

섬안으로들어가면살기좋은땅이나오지요.

하지만주위를둘러싸고있는지형때문에옛날부터섬안팎의교류가거의없었어요.그래서백령도고유의전통이나관습,전설같은것들이그대로보존돼전해내려오기도합니다.

밀밭사이로난오솔길을따라걸으며기분좋은시골특유의향기를들이마셨다.날씨또한화창했기때문에우리는땅을밟고걷는것자체만으로도매우즐거워졌다.아아,고향에오길참잘했구나..

여기서사람들이사는마을까지는2킬로미터정도남았군요.

지도를펼쳐든강민씨가말했다.

우리는길가에있던슈퍼에들러언제만들어졌는지모를아이스크림을사들고다시길을나섰다.

정말한적한곳이었다.길이점점넓어지고있기는했지만,

지나가는이는우리들뿐이었다.이따금씩보이는드문드문

초가집에도사람이사는흔적은보이지않았다.

너무한적하군요..

저는만족스러운데요,뭐.

애초에사람이별로없는곳에가고싶었으니까.

...

우리는얼마간조용히계속걸어갔다.

하지만아무리걸어도마을이보이지않자,나는점차뭔가이상함을느꼈다.

..마을입구까지이렇게멀었던가?내기억으로는ㅡ

들어와서바로..였던것같은데말이지..

...

문득강민씨가눈에들어왔다.나란히걸으면서도뭔가불안한듯이걱정스러운표정으로허공을응시하고있었다.

안되겠다.뭔가말을해서라도분위기를바꿔봐야지.

그런데강민씨는..

정우씨,잠깐만요.

아까부터밀밭사이에숨어서쫓아오는저건뭐죠?

..네?!

재빨리강민씨가가리키는곳을돌아보았다.그곳에는ㅡ

헉..!저,저게뭐지..?!

현위치에서50미터쯤떨어진곳에서,뭔가거대한형체가밀밭을헤치며빠르게다가오고있었다..!

사,사람인가?

일단이쪽으로뛰어요!

강민씨는나를반대편으로거칠게잡아끌었다.

우리는반대편밀밭으로들어와미친듯이덤불을헤치며달렸다.

숨이턱끝까지차오르도록달리다가뒤를돌아보면,그형체가뭔가를번뜩이며쫓아오고있었다..!

으,으으아아악ㅡ!

살려줘..!대체저게뭐야..!

사사사사삭ㅡ사사사삭ㅡ

귓가를할퀴며지나가는잎사귀들이전혀아프지않았다.아니,그런것을따질겨를이없었다.그저정체불명의물체로부터달아나는데온신경을집중했다.

정우씨!두갈래로흩어지죠!

뛰는와중에어렴풋이강민씨가외치는소리가들렸다.

아,알겠습니다!그럼나중에아까그길에서만나요!

강민씨의대답은없었다...못들었나?아무튼

나는오른쪽으로방향을틀어젖먹던힘을다해달렸다.

..헉..헉..!..헉..

그렇게나는강민씨와떨어져정신없이달리게되었다.


..얼마나달렸을까.

너무많이달려서인지발이지끈거린다.아,내구두가..

어엇..

해가지려고한다.

..대체이놈의마을은언제나타나는거야?!

걸음을멈추고길바닥에쭈그려앉았다.아,지친몸을풀기위해스트레칭을했지만별효과가없다.

몸이으슬으슬떨려온다.

휘이이잉ㅡ

순간,머릿속에그것의모습이스치고지나갔다.

허억..!

자리를박차고일어났다.이러고있을때가아니다!밤이되기전에잠자리를구해야만한다.하지만..주위를둘러보아도보이는것은끝없이펼쳐진밀밭뿐.

나는결국괴물에게노출될위험을무릅쓰고노숙을하기로마음먹었다.

밀짚을모아다매트처럼바닥에깔고,외투를덮고자면괜찮을것이다.

좋아..보이스카웃의연장이라고생각하자.일단오늘밤은여기서넘기고,내일아침일찍일어나마을로가는길을찾아내는거다.

나는곧꽤나그럴듯해보이는잠자리를마련할수있었다.

그리고때맞춰지는해는나를조금더불안하게만들었다.아아아,내일까지무사할수있을까?

..에라,모르겠다.설마죽기나하겠어?

자리에누웠다.

...

하늘이보인다.

파란색에서푸른색으로.

짙은남색으로.

그리고회색빛으로,빠르게물들어간다.

막상누워보니은근히편한게아니라,은근히불편하고,무엇보다추웠다..!

어둠이깊어질수록나의몸은점점진동을더해가더니,지금은이빨마저따닥소리를내가며부딪치고있었다.으,추워..

풀벌레소리가들려온다.

찌르르르

찌르르르

음...

찌르르르

찌르르르

점점몸에감각이없어진다.이,이런.이러다잠들면죽는거아니야?

TV에서본적이있는것같은데..

아...하지만

몸을움직이고싶지가않다..

졸려..

찌르르르

찌르르르

음...

나는얼마안있어괴물의존재를까맣게잊었고,무의식의세계로한쪽발을들여놓았다.아,안돼..이러다간..정말..로..

찌르르르

찌르르르

...

찌르르르

찌르르르

찌르르르륵찌륵

...

ㅡ바스락

...

부스럭부스럭

저벅저벅저벅

킁..

저벅저벅저벅

저벅

...음..

..누...구..?

왁!

으악ㅡ!

무,무슨일이지?!

무,무,뭐야?!대체넌누구야!

심장이격하게뛴다..!한치앞도보이지않는것으로보아밤이깊은것같았다.뭔가무기가될것도없는데..!이런암흑속에서그괴물과무방비상태로마주쳐버린것이었다!

어,어서대답해!

넌..인간이냐?!

...잠시정적이흘렀다.

..쿡..쿠쿡..

아하하하하!깔깔깔..!

?!

지금내가잘못들은건가?!

내앞에서있는괴물이..웃었다!그것도여자의목소리로!

깔깔깔깔...아저씨!그게무슨말이에요!깔깔..

넌..인간이냐?풉..아하하하!아아..배아파..

다,당신은..누구시죠?!

누구긴누구예요ㅡ!

괴물이지.깔깔깔!

아..저기..

하아ㅡ.후ㅡ.아,이제야멎었네.

이곳백령도엔처음인가봐요?이런데서잠을자고.

아,그게...네?

그걸어떻게..?!

여기는입구에서부터마을로들어오는길이굉장히복잡하거든요.

처음오신분들이가끔밭한가운데에서노숙을하기도하죠.종종.

아..이곳주민이세요?

당연하죠!진짜괴물인줄알았어요?

휴ㅡ..잘은몰라도위험한상대는아니었구나..

이런절체절명의위기에서사람을만난나는굉장한반가움을느꼈다.이제살았다..랄까?

저기,길을모르시면제가안내해드릴께요.

고맙습니다.그런데성함이..?

이온유예요.백령도의현지가이드로활동하고있구요.미래투어사라고아세요,혹시?

아..그럼요.제친구가거기근무하고있습니다.

어머,제가아는분일지도모르겠군요!

온유씨와나는많은이야기를나누며개울가를따라걸어갔다.

나는어쩌면무서움을떨쳐버리기위해더많이말을했는지도모르겠다.백령도의밤은무서우니까.

개울물소리를들으며걷다보니어릴적기억이떠올랐다.

그래..마을로가는길은언제나이소리가들렸었는데...

졸졸졸졸퐁당

쪼르르르퐁당

가만,그런데나는왜이곳의밤을무서워할까?

뭔가기억이..날듯말듯하다.마치누군가기억의필름을싹둑잘라낸것처럼...괴물과관련된것일수도..?

온유씨는뭔가알고있을까?

그런데온유씨는이곳에사신지얼마나되셨죠?

음..한7년정도일까요?왜요?

..이런말씀드리기는뭣하지만,여기백령도에뭔가

으시시한전설같은것이있나요?밤에관련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