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미묘한미소를지으며얼버무렸다.
이런외진곳까지일부러찾아오신걸봐서이섬이옛날에어떤쓰임새로쓰이던장소인지는대강아시죠?2차세계대전당시많은사람들이피난을와서원시적인촌락을이루며살다가제국주의의폭격을받고결국뿔뿔이흩어지거나가족단위로몰살을당했던곳이지요.현재입주민여러분들도과거이야기는쉬쉬하는경향이있어서저도자세히는모르지만요.
몰랐었다.
이렇게아름다운곳이...그런참혹한역사가깃든곳이었다고?
이곳에산지가하도오래되다보니,사실내가아는것과는다른어쩌면의외의면들이많이숨겨져있을지도모른다는생각이들었다.
저정우씨는무슨일로여기에오신거죠?
그녀가내안색이어두운것을느꼈는지조용히물어왔다.
..아저는사실외지인이아닙니다.태어나고자란데가이곳백령산산자락구령바위뒷산에있던조그만집입니다.
이젠오래되서기억이가물가물하지만요.할머니생신이라오랜만에찾아뵈려왔다가이렇게된거입니다.
아아어쩐지..초행인사람치고는너무대담하다했어요후후
근데이곳은언제부터이렇게넓어진거죠?
네..?
재개발요구하는시위가끊이지않더니간척사업이라도시행된건가싶어서요.
원래이렇게마을이멀지않았던것같은데.
...아저건사마귀다.
에?온유씨는어느순간두세걸음빠른속도로내옆을벗어나이름없는들꽃사이로고양이처럼날쌔게기어가고있었다.
특이한사람이라고생각하며주변을기웃거리던나는사마귀한쌍을손에쥐고이리저리저울질하는제스쳐를취하는그녀가순간이질적으로느껴졌다.
...
저..온유씨?뭐하세요?
...
들리지않는건지대답이없다.나는당면한사태에도저히적응이안돼알수없는긴장감속에서그녀에게발걸음을돌렸다.
사마귀꽁지를응시하던그녀가고개를반쯤돌리고허스키한목소리로중얼거렸다.
..조금눈알이큰사마귀도날개가치우친사마귀도지능이발달한사마귀도결국은다사마귀아닌가하는데,어떤놈이암컷에게선택을받을지는이제신의섭리에따르는수밖에없겠지.
..뭐라는거야..
...뒤에조심해!
온유씨의갑작스러운외침과함께나는뒷쪽에서날카로운비명을듣고는몸이뻣뻣이굳어벼락맞은대추나무처럼앞으로엎어졌다.
대체무슨일이지생각할틈도없이나는발목을잡히고수풀너머로끌려들어갔다.
..아니당신대체뭐하는겁니까?
간헐적으로가쁜숨을내쉬며위에올라타있는건온유씨였다.
열다섯쯤되어보이는외모에길게늘어뜨려묶은머리,하늘거리는원피스.
게다가우윳빛깔의곱고흰피부까지.
아,내이상형이다...근데왜저리초조해하는걸까?고개를좌우로돌리며연신두리번거리고있다.
아침버스라지금이안에는맨앞자리의졸고있는할머니한분하고나밖에없는데,사람을찾는건아닐테고.
궁금한마음에나는고개를돌려뒤쪽을보았다.
앗..
버스맨뒤쪽좌석한가운데에웬흰색고양이가앉아있다.눈을감고..자는건가?
나는자리에서일어나흔들림을버티며천천히뒤쪽으로걸어갔다.
다가가면다가갈수록고양이의모습이자세히보였다.등에푸른점이하나있군..그렇게무서워보이지는않지만,다른고양이의1.5배정도되는크기다.
읏차.
고양이를안아들었다.그때뒤에서누군가옷을잡아당겼다.
뒤돌아보니온유씨가서있었다.
초록색눈망울이반짝거린다.
...
..이고양이를찾고있었니?
소녀는대답대신고개를끄덕거렸다.
나는손을뻗어고양이를내밀었다.
소녀는날쌔게고양이를받아들더니앞쪽으로쪼르르달려갔다.
그리곤바로다음정거장에서내려버렸다.
...
어떻게된일일까.워낙순식간에지나가버린일이라상황이채정리도되지않았다.단지그소녀의아름다운눈망울이눈앞에서자꾸어른거린다.
소녀,고양이...어째서인지자꾸만떠오르면서찜찜한기분이들었다.
그러는새에벌써내릴때가되었다.
삐ㅡ
부자를누르고앞으로다가가섰다
버스가가볍게흔들리며멈춰섰고,나는밖으로걸음을옮겼다.
음ㅡ.
향긋한꽃향기에숨을깊이들이마셔보았다.이름모를들꽃이..사방에피어있다...
그향기에날아갈것만같은기분을느끼며멀리시선을던지면끝없이늘어선밀밭,드문드문늘어서있는상가들,개울,언덕,골짜기...
여행가방을탁하고땅에내려놓았다.
여기가나의고향,백령마을.
충청도외곽의,아직개발이덜된듯한느낌의작은마을이다.주로농사를짓고사는주민들은순박하고,오염되지않은공기를맛볼수있으며,밤이되면별이쏟아질것만같은하늘을보여주는,그런멋진곳이다.
이렇게좋은고향이지만,나는이곳에5년만에와본다.왜인지는모르겠으나바쁘게살아오다보니떠올리지못했던것같다.
이런시골에와보면우리도시인들의삶이얼마나삭막한지를알수있다.자연,자연이가깝다.사람들은여유가넘치고우직하며,시간은느리게가다못해멈춰있는것만같다.
귓가를스치는바람소리에문득정신을차렸다.
그래,내가오늘여기온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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