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

갑자기눈앞에아까그소녀가보였다!

하늘거리는원피스가밀밭사이로들어가고있다..어디로가는거지?

나는궁금한마음에자기도모르게소녀가있는쪽으로달려갔다.

...

이게어찌된일이지?분명여기로들어가는걸봤는데..?소녀의모습은어디에도없었다.

흔적조차찾을수없었다.

..게다가이쪽엔길도나있지않다.

뭐야..

잠시넋을놓고밀밭을멍하니바라보았다.

..헛것을봤나?

뭔가에홀린듯한기분이다.식은땀이등줄기를타고흘러내린다.

불쾌한느낌이들어재빨리몸을돌려마을입구로돌아왔다.

헉..헉...

잠시숨을고르고문득하늘을보니붉게물들어가고있었다.

어서들어가야겠다.

마을쪽으로난오솔길을따라달리기시작했다.

한참을달려기와집들이옹기종기붙어있는곳에이르렀다.

벌써해는지고없었다.가로등마저없는길가에는칠흙같은어둠이짙게깔려있었다.

왼쪽골목에서두번째..

왼쪽골목에서두번째...

출발하기전어머니가알려준위치를조용히읊어보며조심스럽게발걸음을떼었다.

..가뜩이나캄캄해서한치앞도안보이는데숨막힐듯이흐르는정적이미칠것만같았다.

바스락저벅저벅

내발걸음소리가그렇게크게들린것은처음이었다.

정신없이벽을더듬으며앞으로나아갔다.침이꿀꺽넘어갔다.

그때,

!

..비명을속으로삼켰다.

잠시머리가어지러웠다가다시돌아왔다.방금내가대체뭘본거지?

순간적으로머릿속을스치고지나가는노랗게빛나는두개의눈동자.

...

머리를세차게흔들었다.

공포를떨쳐버려야한다.

심호흡을몇번하고떨구었던시선을다시앞으로향했다.

...아직도나를보고있을까?

떨리는눈을부릅뜨고정면의어둠을응시했다..!

윽..

있다,확실히.

한치의흔들림도없이나를똑바로노려보고있다.

헉..헉..

그것과눈을맞대고있자니숨이가빠온다.압도적인공포가온몸을지배한다.풀려가는다리를죽을힘을다해가까스로버텼다.

으읍..

다리가꺾여버리면서내몸은뒤로크게휘청거렸다.아앗,

넘어진...

풀썩

?!

뭐,뭐지?무엇인가내뒤에서받쳐주고있다..?

깜짝놀라고개를들어보니

낮에본소녀의얼굴이들어왔다.

너는..!

쉿,조용히하세요.

그녀가나직이,빠르게속삭였다.

그목소리에는갑작스럽게닥친두려운상황마저도잊게만드는이상한힘이있었다.나는아무런말도하지못하고눈을크게뜬채매끄러운그녀의턱만바라보며숨을죽였다.

...

상황이상황이었지만,그와중에도가까이서보는그녀의아름다운얼굴은나를숨막히게만들었다.

정말,정말새하얀피부..선하게생긴얼굴.향그러운긴머리카락.

..천사가아닐까..?

순간,진심으로그런생각이들었다.

...이제갔어요.안심하세요.

퍼뜩정신을차려보니그녀가얼굴을붉히며수줍게웃고있었다.내려다보는그녀와눈길이마주쳤다.

아,저,죄송합니다..

허둥지둥그녀의품에서떨어져나왔다.

어느새그눈은사라지고없었다.

그리고그것이사라지자나를누르고있던압박감도없어졌다.크게숨을들이마쉬었다.

후우ㅡ

문득고개를들어보니그녀가나를걱정스러운눈길로바라보고있었다.

저기...괜찮으세요?

아앗,예!덕분에살았습니다..

정말감사합니다.

잠시어색한침묵이흘렀다.

저어..

그녀의표정을살펴보니뭔가를말하고싶어하는것같았기에,내가먼저말을건넸다.그녀는환하게웃으며대답했다.

네에,왜그러세요?

음..저기,성함이어떻게되세요..?

그녀는잠시뜸을들이며뭔가를생각하더니,주머니에손을집어넣어작은종이조각을하나꺼냈다.

내민손바닥에서얼떨결에종이를받아들었다.

읽어보세요 .

펼쳐보니빼곡히글씨가적혀있었다.

인간계시간기준,AD2000년부터시작된이변의실체를조사하여관리.통제한다는목적하에본인,루인아스타일로모이를파견한다.이현상에대하여모든처분할권리를본인에게위임하며,실패할경우의후발대로는본인의보증인두명을보낸다.천계엘리시아이상현상댜책위원회장알퀘이드브륜스타드..

적혀있는글을읽어내려갔다.다읽고나자소녀가웃으며말했다.

적혀있는대로입니다.제이름은루인아스타일로모이.이변..즉,

당신을찾아내기위해5년전인간계에파견되었습니다.

...뭐,뭐라고?!

잠시이게대체무슨소리인지생각하다가깜짝놀라뒤늦게소리를지르는나의입을그녀가틀어막았다.

쉬ㅡ잇!제발조용히해주세요.

아까그녀석이돌아올지도몰라요..

읍..아,알았어요..

그녀가손을떼자난몇번심호흡을했다.그녀에게의심의눈초리를보내면서.

..절믿지못하시는것도당연해요.이렇게갑작스럽게접근해왔으니..

그녀는나의따가운시선을피하지않고지긋이마주보았다.그런그녀의모습을보자,난그만긴장이풀려버렸다.

...

다시한번무거운침묵이감돌았다.

이번에침묵을깨뜨린것은그녀였다.

설명해드릴게요.당신이제말을믿어주실때까지,천천히..

저에대해서,천계에대해서,아까그눈동자에대해서도.

..좋습니다.

나는머뭇거리며대답했다.

의심스러운점이많은건,죄송하지만사실입니다...제가아니라누구라도이런상황에선황당한기분이들겠죠..하지만,

나는그녀의눈을깊이들여다보았다.그리고는부끄러운것도잊어버리고말했다.

하지만당신이저를구해준것으로볼때나쁜사람은아닌것같군요..

일단당신의말을끝까지들어보도록하겠습니다.어서말씀해주세요.

그녀는미소를지으며고개를끄덕였다.그리고는긴이야기를시작했다.





..태초에신께서세계를창조하실때,두개의세계를조그마한균열을사이에두고서로마주보도록만드셨습니다.

하나는지금여러분이살고있는인간계,즉인간들을위한세계이죠.

신께서는이곳에빛과어둠을구분하시고탄소,수소,산소를비롯한모든원소들을만들어주셨습니다.그래서지금까지여러분들이살아오실수있었고요.

그리고인간계,즉현세와는마치거울의양면처럼모든것이대칭인세계를또하나만드셨습니다.

그것이바로천계로서,인간들이볼때상식적이지않은힘을가진종족들이살기위한땅인것입니다.

원래두세계는하나였으나,워낙힘에서월등한차이가나기에신에게하소연한태고적의인간들에의해두개로양분되었습니다.

그리하여현세에서는인간들중심으로,천계에서는신의자손들인천족들중심으로각기다른문화와역사를꽃피우게되죠..

나는침을꿀꺽삼키며말을잘랐다.

그렇다면..당신은그,천족..이라는말입니까?

그녀는작게웃었다.

그렇게존댓말을쓰지않으셔도돼요..처음에그랬던것처럼,그냥편하게불러주세요~.

순간나는당황했다.어느샌가그녀에게존댓말을쓰고있는자신을발견했기때문이었다.

아,으음..그래...그..이름이..루인이라고했나..?

네,맞아요.그렇게불러주세요.

약간어색한기분이들었지만,나는자연스럽게말을놓기위해최선을다했다.

그럼,루인은천족인거야?

그런셈이죠.저또한천계의주민이니까요.단지..

?단지뭐?

저,저는..순수혈통의천족은아니예요.

순수혈통은아니라고?





그러니까,저는,..천족과인간의혼혈이예요...

혼혈?!

이건또무슨소리인가.

인간들이사는이세계와는다른이계가있다는말로도모자라,

그쪽주민들과우리인간들과의혼혈족또한존재한다니..

루인은방금한말이상당히창피했던지재빨리말을돌렸다.

일단은그렇게만알고계시면돼요.

아직할말이더있으니까그얘긴나중에기회가되면해드리겠습니다.

응,그래..

루인은잠시숨을돌리고다시입을열었다.

..그렇게세계가두개로갈라진이후로,천계쪽에서는줄곧현세를관찰해오며관리하고있었습니다.인간들이신에대해엉뚱한생각을하게되면벌을내리기도하고,신의뜻에맞지않는전쟁을일으키면그것을멈추기도하면서요.

또한,인간들중특별한능력을부여받은존재들을감시해오기도했습니다..그들은전세계적으로불규칙적으로분포하며,강한영압을뿜어내고있기때문에위험한존재들이기때문이죠.

대개그들을초능력자.영능력자라고도하는데요,그들이가진이세계의것이아닌힘들은대부분선조대에섞인천족의피에서나온것입니다.

음?그렇다면그말은..?

네,천족과인간과의사랑이원인인것이죠.

그런사람들이존재한다는게사실이란말이야?!

제애완고양이,이클립스예요.올해로1439살이죠.

그녀의품에서버스에서본고양이가희뿌연안개를내뿜으며고개를내밀었다.

그녀와같이눈처럼흰색이다.

나는손잡이에기대고있던손에서이마를떼고고양이를쓰다듬었다.

잠시검문이있겠습니다,천사님.

하얀색깃털을날리며들어온새는고양이와이구동성으로외쳤다.

혼란스러운느낌을지울수없었다.기차에는정상적인사람이한명도없었다.어쩌라는거야?

어째서가만히있어도알아서살만한세상이만들어지지않는거냐고.

아는것과하는것은다르다고누가그랬더라ㅡ준호.

그때짐승들틈에서빛이나는사람이걸어나왔다.

아무렇지않다는듯이천사에게말을걸었다.독수리같이샛노란눈동자가이글거리고있다.

자기가멋있다는걸아는모양이다.

그는이해할수없는동작으로천사의몸을집어던졌다.

나는날아가는의식을겨우바로잡았다.고장난에스컬레이터처럼무시무시한빠르기로돌아가는땅위에내다리를올렸다.넘어져다칠까두려웠다.

강민씨가멀어지고내가멀어진다.

강민씨..?뭐하시려고..?

네가잠들어있던닷새동안나도여기저기알아봤지.

저여자는50년전너희할머님의동료분이었던노먼쿠라하시의외동딸이야.원래는너희할머니한테신변보호를의뢰받고온건데,지켜주지못해서미안했다.

전괜찮아요.그보다지금하시는말씀을전혀이해를못하겠어요.

후회하게될거야,날쏘면이아이의목숨도같이날아간다.

그리고작품은계속해서시리이즈를거듭해나중에는그마녀의긍지마저우스꽝스럽게

사람은..성격은좋아질수없지만,머리는좋아질수있다는거알아?

이봐,노먼.네생각엔정말로이아이가,인간이,위선자같아?

응..

분위기를깨고싶지않았지만,더이상은가만히있을수가없었다.

따지고보면,내잘못은없었다.

그러나주어진상황과,허랑방탕하게날린빠삐용의기회반환,

도전을앞두고펄스건을싸갈긴내타고난싹수.

명확하지않은머릿속피의자간의부부관계.

호주머니속포르노에낀엷은안개.

흔들거리며돌아가는흔들의자.

xy유전자로전하지못하는호르몬이유지되는기간은결코이해못할상식들

만약아직도내앞에있다면차라리쏴주세요.

아프지않게.





GATEOFTHUNDER

GATEOFDEATH.

GATEOFPOWER.

ATTHEBACKOFTHEBOOK.

NOITISN'T

YESITIS





그리고나는잠에서깨어나꿈의동굴을빠져나오듯

온유씨의가슴으로부터벗어났다.

더이상라즈벤더향세제냄새나는스웨터는없는것이었다.

그건좀아쉽군.

벌레우는소리도

별빛하늘정원도

참새우는소리도

참깨들깨교미도

닳고닳은내칼도

잃어버린웃음도

몸에익은가식도

전해들은풍경도

모든것이하나의거대한대大괄호속으로쑤셔넣어졌다.


무임승차는안됩니다ㅡ무임승차는

어깨를두드리는감촉을느끼고번쩍눈을떴다.

옆을보자온유씨가웃고있었다.

웃는얼굴이말도안되게예뻤다.

세상에서가장행복해보이는얼굴을보고있으니

나는행운의사나이라는생각이들고

거기까지가나의노래의한계였다.

여자는남자를만들고

남자는여자를찾아간다.혹은그반대라할지도모른다.

그리고사랑스러운인류의다음차례의보금자리는

이미그전부터그자리에싹을틔우는것이다.


꽃이지기전에

신의의지로

수많은우주는소생하는것이다.

둥글게둥글게

미소를한가득머금고

그렇게끝없이.

사람의약한마음을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