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위 말하는 영감 따위 없는 일반인.


그런데 어릴 때는 사람들의 말로는 순수한 마음이 강해서


영적인 현상이 자주 일어난다고 하잖아?


 


나에게는 어떠한 현상이라기보다는 특이한 점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사람의 얼굴을 보면 어떠한 이미지가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


가령 길에서 어떤 남자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아, 이 남자는 어깨가 안 좋구나. 이런 식의 느낌?


아무튼, 나에 관한 특이한 점은 이런 것이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아파트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바로 윗집에 나보다 서너 살 정도 많은 누나가 살았는데


나는 그 누나를 볼 때마다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


그 누나의 청년 시절이 떠오르지 않는 것이다.


그냥 쉽게 말해서 이미지라고 할까나.


 


결과적으로 나의 이런 안 좋은 점은 적중했다.


고베 지진이 일어나는 바람에 유명을 달리한 것.


하필 지진이 나던 달에 그곳에 있던 친척 집에 있었던 것이 화근이었다.


 


하지만 그 당시에 나이가 어렸던 나는


이런 점들이 신기해서 떠벌리고 다니길 좋아했었고


친구는 물론 부모님에게도 말하고 다니다가


항상 잔소리와 함께 혼이 나곤 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이런 이상한 점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내가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바로 내 친구의 죽음에 관한 것이다.


내 친구는 나랑 초등학교 때부터 친한 친구였다.


매일 같이 만나서 게임도 하고 축구도 하면서 놀았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도 같은 학교로 진학하게 되어서


우리는 서로 평생 친구로 남자고 이야기도 한 사이였다.


 


그날은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그 시기에는 이미 그런 능력조차 거의 사라진 무렵이라서


아무나 딱 잡고 얼굴을 보고 쳐다본다고 해서 어떤 이미지나


영감 같은 것이 떠오르지 않는 시절이었다.


솔직히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다.


 


나와 친구는 서로 만나서 놀기로 약속을 한 상태였고


친구는 차가 밀리는 바람에 조금 늦어지고 있었다.


약속 시간보다 10분 정도 일찍 나와서 기다리다 보니


심심하기도 해서 휴대폰을 이리저리 만지다가


친구들과 같이 찍은 사진을 보게 되었다.


같이 수학여행 가서 찍은 사진.


야구를 하면서 놀던 사진.


등산을 가서 해 질 녘에 내려오던 사진.


그리고......


 


그다음 사진이었다.


내 친구만 홀로 찍혀 있는 사진.


학교 운동장의 나무를 배경으로 찍은 것.


그리고 거기에는 친구가 V자를 그리며 웃고 있었다.


사진을 넘기려는 그 순간에 갑자기 사진이 한순간에 변했다.


뭔가 새하얀 것이 친구의 정수리 부분을 내려오는 듯한 모습.


그리고 친구의 전신이 그것들로 둘러싸이는 모습.


나쁜 예감이 들었다.


 


친구에게 다급히 전화를 걸었다.


[야! 너 어디야! 다 와 가는 거야?]


[어. 그래 새끼 ㅋㅋ 좀만 기다려. 거의 다..]


친구가 말을 채 다 끝내기도 전에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엄청난 굉음에


나도 모르게 휴대폰을 바닥에 떨어트리고 말았다.


그리고 나는 그 소리가 무슨 소리인지를


귀 보다 먼저 눈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그것은 번개였다. 천둥번개.


 


나는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을 집어 들어


아까의 친구 사진을 열어보았다.


역시 사진은 다른 장면으로 바뀌어 있었다.


배경이나 주변의 사람들의 모습은 모두 변함이 없었지만..


웃으며 서 있어야 할 친구는 그대로 바닥에 엎드린 채로 쓰러져 있었다.


이것이 나에 관한 특이한 현상이 일어났던 마지막 기억이다.


이제 제발 이런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