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아, 심심한데 내가 무서운 이야기 하나 해줄까?'
'뜬금없이 웬 무서운 이야기야? 뭔데?'
'우리가 지금 가려는 곳이 어디지?'
'알파-센타우리지'
'알파-센타우리는 여기서 얼마나 먼 곳인지 혹시 알아?'
'뭐야 너는 여행지에 대한 조사도 안해온거야? 여기 뉴-로타로 부터 140만 3000광년 떨어진 곳이잖아, 무려 다이아몬드의 행성이라구! 여기보다 더 완벽한 여름 피서지가 어딨겠어'
'맞아, 140만 3000광년이라는 정말 터무니없이 멀리 떨어진 곳이지, 근데 우리는 눈 깜짝할 새에 알파-센타우리에 도착할 수 있을거야'
'그야 이건 순간이동이니까'
'그래, 바로 그 점이 무서운 점이야'
'순간이동이? 그게 왜 무서운데?'
'순간이동의 원리 혹시 알아?'
'음... 신비한 빛으로 몸을 스캔하고 뿅! 하면 다른 장소에서 도착하는거 아니야?'
'의식이 너는 나와는 다르게 예전부터 참 멍청하구나?'
'어련하시겠어요, 빨리 설명이나 해봐 뭐가 무섭다는건지 궁금하잖아'
'순간이동이란건, 스핀을 이용한 양자 정보 이동이야'
'씨발... 벌써부터 뭔 소린지 모르겠는데?'
'잠자코 듣고 있어 봐, 순간이동 장치는 물리적인 운송수단이 아니잖아, 이 장치는 이론적으로 정보를 운송하는거지'
'정보를?'
'그래, 각 각의 위치에 존재하는 순간이동 장치들은 서로 양자 얽힘 상태의 양자들을 공유하고 있어, 예컨데 이곳 뉴-로타의 순간이동 장치와 알파-센타우리의 순간이동 장치에는 양자 얽힘 상태의 양자들이 존재하고 있는거지'
'...그래서?'
'순간이동 장치가 우리의 몸을 스캔해서 양자 얽힘 상태의 양자에 정보를 입력하면 우주의 저 반대편에 있는 순간이동 장치 안의 양자의 스핀이 역으로 변하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그 정보를 얻게 돼'
'아니 씨발 설명이 이해가 안간다니까'
'간단하게 이야기해서 네가 내가 살고 있는 집의 주소를 안다고 해서 네 신체 정보를 우편으로 편지 부치면, 그 편지가 나한테 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잖아, 근데 이메일로 부치면 1초도 안되서 바로 오지?'
'응'
'그거야'
'...응?'
'순간이동의 의미를 생각해 봐, 알파-센타우리에 간답시고 30세기 이전 할아버지들처럼 동면 여행을 하면 도착까지 몇 십만 년이 걸릴지 상상도 못할걸? 근데 양자 얽힘 상태의 양자의 스핀을 읽는 것으로 실시간으로 정보 교류가 가능하면 140만 3000광년이 떨어진 알파-센타우리에서도 너의 신체 정보를 실시간으로 주고 받을 수 있잖아, 31세기의 축복이지!'
'이해는 되는데, 축복이라는 부분에서 왜 목소리를 떠는거야?'
'그야 이건 굉장히 무서운 이야기니까... 나 지금 무서워'
'도대체 어디가 무서운거지...'
'잘 생각을 해봐, 순간이동은 아주 먼 장소와 장소끼리의 정보의 실시간 교류일 뿐이야, 지금이 인류 문명의 황금기이기 때문에 31세기의 휘양찬란한 기술력으로 네 신체 정보를 가지고 너를 복원하는거야, 네 몸이 알파-센터우리로 가는게 아니야, 순간이동 장치 속에서 저 빛을 맞으면 어떻게 되는지는 알지?'
'뿅! 하고 순간이동되겠지'
'으이구, 의식아 제발 좀 정신차려, 이러다 진짜로 늦어버리겠어'
'왜 또? 맞잖아'
'저 빛은 믹서기야'
'믹서기?'
'쓸모가 없어진 몸을... 폐기처분해야되잖아'
'응?'
'고양이 하나를 순간이동시킨다고 치자, 순간이동 전의 고양이를 A, 순간이동 후의 고양이를 B라고 해봐, 저 빛에 닿기 전까지 A는 살아있어, 하지만 저 빛을 맞으면 온 몸이 수천만 조각으로 찢겨져나가게 되거든, 스캔 과정에서 말 그대로 원자화 되어버리니까... 고양이를 수천만 조각으로 찢어버리면 어떻게 되겠니? 단 두 조각으로만 나눠도 죽을걸? 생물학적으로 A는 빛에 닿는 순간 이미 죽은거야'
'아하'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정보의 스프가 되버린 A의 신체 정보를 스캔했고, 스캔과 동시에 알파-센타우리의 순간이동 장치에는 A의 신체 정보가 전달되었기 때문에 아주 놀라운 과학 기술력이 있다면 A를 완벽히 똑같이 복원해낼 수 있을거야, 마치 건물 설계도면이 있고, 설계도면을 실현시킬 충분한 공학 기술이 있다면 건물을 설계도대로 지을 수 있는 것처럼, 즉, 복원된 고양이가 B라는거지'
'음, 그렇군! 아주 유익한 과학 얘기였어, 이제 슬슬 어느 부분이 무서운지 알려줄래?'
'의식아, 아직도 이해를 못한건 아니지? 나를 절망시키지 말아줘'
'뭐를?'
'설명을 위해서 고양이로 가정을 했지만, 이번 경우에는 고양이가 아니고 너 자신이라고'
'아...아?'
'너는 조금 전에 내 말을 이해했어야 했어'
'...'
'이미 늦어버렸으니 어쩔 수 없네... 의식아, 내 이름은 뭔지 기억나니?'
'...'
"무...의식..."
- 순간이동 장치 6974호 스캔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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